본문 바로가기

여권이 강행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임’ G5 국가엔 없는 법

중앙일보 2020.10.30 00:03 경제 4면 지면보기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 등 주요 5개 국가의 관련법을 살펴본 결과 대주주 의결권 제한이나 감사위원 분리 선임의 사례가 없었다고 29일 밝혔다. 법무부는 기업이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감사위원 1명 이상을 기업 외부에서 선출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안을 연내 국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 두 가지 조항은 ‘기업규제 3법’으로 불리는 상법개정안·공정거래법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중에서도 경제계가 가장 우려를 표하는 대상이다.
 

대주주 의결권 3%로 제한 법안도
1주 1표 무시, 한국만 있는 규제

법 시행땐 시총 30위 기업 중 23곳
해외 투기자본 공격에 노출 우려

글로벌 기업들은 ‘이사회 중심 경영’에 따라 회사의 중요 사안들을 이사회에서 결정하고, 감사위원은 이사회 구성원 중에서 선출한다. 감사위원이 가진 권한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이다. 감사위원은 ▶회사 영업에 관한 보고 및 조사권 ▶각종 서류 및 회계장부 요구권 ▶경영진의 경영 판단에 대한 타당성 감사권 ▶자회사에 대한 영업보고 요구권 ▶이사회 및 주주총회 소집 청구권 ▶각종 소 제기권 등을 갖는다. 기업들은 “감사위원을 외부 세력이 맡을 경우 기업 기밀이나 핵심 기술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G5 지배구조 규제 현황

G5 지배구조 규제 현황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도 한국에만 있는 규정이다. 해외 헤지펀드들이 한국 기업의 경영권을 공격하는 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위원 분리선임 대상은 자산 2조원 이상의 기업이다. 일례로 현대자동차의 경우 올 상반기 기준 최대주주인 현대모비스(21.43%)와 특수관계인인 정몽구 명예회장(5.33%), 정의선 회장(2.62%)의 지분이 모두 29.38%인데, 새로운 법이 시행되면 감사위원 선임 시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3%로 크게 줄어든다.
 
전경련이 감사위원 분리선임 대상이 되는 시가총액 30위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9월7일 기준 최대주주·특수관계인·국민연금·국내기관투자자·외국기관투자자 지분 현황을 분석해보니, 헤지펀드 등 외국 기관투자가 연합해 기업에 감사위원을 앉힐 수 있는 기업이 77%인 23개사나 됐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10대 그룹의 한 계열사 대표는 “시세차익 등을 노리는 외국계 펀드 등의 공격도 문제지만 한 주당 한 표가 주어지는 ‘1주 1표’주의를 무너뜨리는 선례를 만드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삼성과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릴 경우 파장이 커질 것”이라며 “G5(주요 5개국)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 지배구조 규제에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