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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현대 유찰없이 24억 낙찰"…믿을 것 '비싸도 강남집'

중앙일보 2020.10.29 17:47
서울 강남구 타워팰리스. 뉴스1

서울 강남구 타워팰리스. 뉴스1

 
이달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감정가 21억원 상당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전용면적 107㎡)가 경매에 나오자마자 새 주인을 찾았다. 9명의 입찰자가 치열하게 경합한 끝에 감정가의 114%인 24억1300만원에 팔렸다. 이 아파트의 경매 몸값은 최근 일반 매매시장에서 거래된 25억원(실거래가) 수준으로 올라섰다.

공급 부족 아우성에 정부 '중형임대' 처방전
현장은 강남 집 '나오면 팔리는' 이례적 현상
타워팰리스 시세보다 1억 비싼 28억에 낙찰

 
최근 경매시장에서 강남 중대형 아파트의 입찰 열기가 뜨겁다. ‘100% 현금조달’이 필요한 15억원 넘는 아파트가 나오는 대로 족족 팔리고 있다. 최근 정부는 공급 부족과 전세난 해결책을 ‘공공 임대’에서 찾고 있지만, 수요자는 오히려 각종 부동산 규제를 피해 ‘똘똘한 한 채’에 몰렸다.  
이달 가장 비싸게 낙찰된 서울 주요 아파트.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달 가장 비싸게 낙찰된 서울 주요 아파트.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법원경매 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26일 기준 이달 경매 시장에서 감정가 15억원 넘는 서울 아파트는 12곳 낙찰됐다. 아파트 1곳만 제외하곤 모두 유찰 없이 한 번에 팔렸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매각가율)은 109.5%로 올해 들어 가장 높다. 예컨대 감정가 1억원인 아파트는 1억950만원에 팔렸다는 얘기다. 오명원 지지옥션 연구원은 “고가 아파트가 한두 차례 유찰도 없이 잇달아 낙찰되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며 “거래절벽 속에서 주택 관련 세금이 강화되자 똘똘한 한 채를 찾는 수요가 매매시장을 넘어 경매시장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4일 강남구 개포동 현대아파트(전용 163㎡)가 경매에 나오자 11명이 입찰에 참여했다. 이곳은 감정가(24억7000만원)의 118%인 29억1000만원에 낙찰됐다. 이달 중 가장 비싸게 팔린 아파트다. 그 뒤는 13일 팔린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141㎡)가 차지했다. 5명 입찰자 중에서 최고가인 28억688만원을 써낸 사람이 낙찰을 받았다. 낙찰가(매각가)는 감정가(22억1000만원)는 물론 시세를 넘어섰다. 매매시장에서는 지난 7월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27억원(국토부 실거래가)에 손바뀜됐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서울 강남ㆍ송파구 일대 경매 물건도 인기가 많다. 이달 중순 송파구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84㎡) 입찰에는 11명이 줄을 섰다. 낙찰가는 13억8000만원으로 감정가(11억5000만원)보다 2억원 이상 비싸게 팔렸다. 강남구 대치동 쌍용대치1차(141㎡)는 감정가(21억9900만원)의 114%인 25억100만원에 매각됐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경매는 토지거래허가나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규제가 덜해 현금이 풍부한 자산가가 선호한다”고 했다.  
 
매매시장에서도 강남권 중ㆍ대형 아파트 중심으로 신고가 경신이 잇따르고 있다. 요즘 서울 일부 단지에서 급매물이 한두건씩 나오고 있지만, 집값 오름세는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135㎡)가 4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직전 최고가(41억원, 7월 실거래가)보다 석 달 사이 1억5000만원 더 올랐다. 인근 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급매물은커녕 사고팔 물건이 없다”며 “특히 임대차3법 시행 이후 대다수가 당장 입주가 가능한 아파트를 선호해 매매 호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엇박자 대책이 실수요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수요자는 자금을 끌어모아서라도 ‘똘똘한 한 채’ 에 투자하고 있는데 정부는 공공임대 공급에만 매달리고 있어서다. 최근에는 중산층을 겨냥한 ‘중대형 공공임대’ 공급 방안을 다듬고 있다. 최대 60㎡ 이하로 제한된 임대주택 전용면적을 85㎡까지 확대해 아파트 공급 부족을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연화 IBK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자금이 강남 고가 아파트에 몰리는 것은 각종 인프라를 잘 갖춰 앞으로도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라며 “아무리 질 좋은 공공임대 주택을 공급하더라도 수요를 잡아두긴 어렵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역시 “공급 문제도 실수요자 눈높이에 맞춰 풀어야 한다”며 “서울 등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공급될 수 있도록 재건축ㆍ재개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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