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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페이스북·구글 대표 불러놓고 고성만 오간 美 청문회

중앙일보 2020.10.29 17:17
"도대체 누가 당신을 뽑았나요? 언론이 보도할 수 있는 것과 미국 국민이 들을 수 있는 것에 대한 결정을 당신에게 맡긴 적이 있습니까?" (미국 공화당 테드 크루즈 의원)
 
28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상무위원회가 연 소셜미디어(SNS) 면책 특권 청문회에선 고성이 쏟아졌다. 이날 청문회 주제는 '통신품위법(CDA) 230조(섹션 230) 면책 조항이 빅테크의 잘못된 행동을 만드는가'였다. 섹션 230은 플랫폼이 사용자가 올린 콘텐트에 책임지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온라인으로 개최된 청문회는 의원들이 '빌어먹을(Hell)', ' 헛소리(Baloney)'라는 단어를 쏟아낼 만큼 격화됐다. 청문회에 출석한 트위터 잭 도시 최고경영자(CEO),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CEO, 알파벳(구글) 순다르 피차이 CEO는 "플랫폼의 책임이 필요하단 점은 인정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선 안 된다"며 맞섰다.
 
미 정부와 연방 의회는 SNS 사업자가 섹션 230(1996년 제정) 뒤에 숨어 허위·가짜 뉴스를 방치하고 여론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관련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개정은 동의, 셈법은 다른 공화·민주

이날 청문회는 공화당이 주도했다. 최근 대선 국면에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게시물 제한조치가 집중 거론됐다. 뉴욕포스트의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 아들 의혹 보도 확산을 의도적으로 막았다는 것. 테드 크루즈 의원의 고성도 이때 나왔다. 그는 "기술기업 CEO가 미국인이 온라인에서 읽고 게시하는 내용을 감시하며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테드 크루즈 의원이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온라인으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

테드 크루즈 의원이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온라인으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

공화당 의원들은 SNS 기업이 편향된 콘텐트 규제를 통해 보수적 견해를 검열하고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구글이 보수 웹사이트 '더 페더럴리스트'를 위험한 사이트로 지정한 것이 대표적. 로저 위커 의원은 "미국 대통령의 트윗은 제한하면서 이란이나 중국 정권의 주장은 제한하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반면 민주당은 선거 관련 가짜 뉴스·혐오범죄·백인우월주의 등에 대한 플랫폼 규제가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극우단체의 음모론이나 각종 선거 간섭 콘텐트를 규제하지 않는다는 것. 청문회 시기를 둘러싼 문제제기도 있었다. 에이미 클로버샤 의원은 "대선 6일을 앞두고 청문회가 열리는 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지적했고, 브라이언 샤츠 의원은 "이번 청문회는 가짜"라며 증인에 대한 질문 자체를 거부했다.  
  

트위터·페이스북·구글 "검열 등 부정적 요소 우려"

불려 나온 CEO들은 플랫폼의 책임이 요구된다는 점에는 동의했지만, 성급한 섹션 230 폐지는 부작용이 더 많다고 우려했다. 잭 도시 트위터 CEO는 "트위터의 라벨링(검열)은 더 많은 맥락에 대한 설명을 제공해 사람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섹션 230을 폐지하면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의사소통하는 방식이 크게 손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콘텐트 검열 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용자가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게 허용하며, 플랫폼 내 콘텐트 노출 알고리즘을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잭 도시 트위터 CEO가 미국 상원 청문회에 온라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

잭 도시 트위터 CEO가 미국 상원 청문회에 온라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법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기 위해선 법률의 개선(Update)이 필요하다"면서도 "섹션 230이 폐지되면 법적 위험을 피하기 위해 기술 플랫폼이 더 많이 검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도 "기업과 소비자에게 미칠 영향이 크기에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트럼프의 청문회 실시간 중계

 
이번 청문회는 지난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트위터의 갈등에서 시작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 투표 신뢰성을 문제 삼는 내용의 글을 올리자, 트위터가 경고 표시를 한 것.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섹션 230 개정 행정명령을 내렸다. 지난 15일에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섹션 230의 범위를 구체화하는 규칙 제정을 추진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섹션 230 폐지!", "빅 테크가 바이든 부패를 다루지 않는다" 같은 트윗을 실시간으로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상원의 섹션230 관련 청문회에 맞춰 실시간으로 트위터와 섹션230 개정을 요구하는 트윗을 올렸다.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상원의 섹션230 관련 청문회에 맞춰 실시간으로 트위터와 섹션230 개정을 요구하는 트윗을 올렸다. 트위터 캡처

국내에서도 포털·SNS 책임 묻는 법 발의

국내에서도 3~4년 전부터 포털사이트·SNS에 올라온 가짜뉴스나 허위 게시물에 대한 책임을 플랫폼에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월 발의된 '허위조작정보 방지 3법(더불어민주당 정필모 의원 대표발의)이 대표적이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포털·SNS가 허위조작정보를 즉각 삭제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물리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와 관련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2일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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