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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이주 후 40년 소외"…경주 한센인 마을 대대적 '손질'

중앙일보 2020.10.29 11:05
28일 오후 경북 경주시 천북면 희망농원에서 주민들이 오가고 있다. 이날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마을환경 개선을 위한 현장실사를 위해 희망농원을 찾았다. 연합뉴스

28일 오후 경북 경주시 천북면 희망농원에서 주민들이 오가고 있다. 이날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마을환경 개선을 위한 현장실사를 위해 희망농원을 찾았다. 연합뉴스

지자체와 정부기관이 40여년간 소외됐던 경주 한센인 마을을 손본다. 200억원 이상을 들여 주거와 복지, 마을 환경을 대대적으로 개선하는 게 목표다. 
 

지난 1979년 생긴 '경주희망농원'
주거·복지·환경 정비 시급한 상태

 경북도는 29일 "포항시와 경주시, 대구지방환경청, 국민권익위원회 등이 힘을 합쳐 경주에 있는 한센인 마을에 대한 개선사업을 진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대상 마을은 경주시 천북면 신당3리에 있는 '경주희망농원'이다. 농원이라는 이름이 붙지만 52만여㎡ 크기의 한센인 마을이다. 현재 이주 1세대 한센인 63명과 일반인(37명) 등 주민 170여명이 모여 산다. 
 
 희망농원의 주 생업은 양계다. 450여개의 집단 계사에서 닭을 키우고 달걀을 생산해 내다 팔아 생계를 꾸린다. 일부 주민은 돈사에서 가축을 키우기도 한다. 
 
 경주희망농원은 1979년 처음 생겼다. 당시 정부가 경주 보문관광지구를 개발하면서 이 일대에 모여 살던 한센인 430여명을 경주희망농원 자리로 이주시켰다. 사실상 강제 조치였다. 대신 정부는 농원에 주택과 계사 등 기본적인 주거 시설을 지어 이주민들에게 각각 배정했다. 한센인들끼리 먹고 살라는 의미였다. 이렇게 40여년이 흘렀다.
 
 경북도 조사 결과 희망농원 내 집단 계사 슬레이트 지붕은 이제 낡아서 제 기능을 못 한다. 정화조·하수관로는 노후화됐다. 악취가 나고, 축산 폐수가 형산강 등 경주시·포항시 취수원으로 흘러가 수질오염 민원을 유발할 정도다. 마을 일대 도로 정비도 필요하다. 주택들도 낡아 주거환경 개선 사업도 시급하다. 
 
 경북도 관계자는 "참다못한 주민들이 올 3월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고, 경북도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정회의를 통해 인근 지자체, 기관과 함께 적극적인 지원 사업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고 전했다. 
 
 경북도 등은 내년 말까지 목표로 우선 환경개선사업을 진행한다. 집단계사 철거(150억), 정화조 및 하수관로 정비(60억) 등이 골자다. 도로 정비와 주택 정비도 최대한 이른 시간에 경주시의 종합정비계획에 포함해 추진할 방침이다. 새 일자리·농가소득 창출 방안도 만들 계획이다.
 
경주 희망농원 모습.연합뉴스

경주 희망농원 모습.연합뉴스

 
 경주희망농원이 소외됐던 배경은 '한센병'에 대한 무지와 이에 따른 차가운 시선의 영향이 크다. 한센병은 나균이 피부와 말초신경계 등에 침투해 피부 조직을 변형시키는 병이다. 병명은 1873년 최초로 나균을 발견한 한센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한센병은 완치할 수 있는 질환이다. 일상 접촉이나 수직 감염으로 전파되는 병 자체가 아니다. 일반인이 한센인과 함께 마을에서 함께 생활을 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불치의 유전병이란 오해와 편견 때문에 한센인과 그 가족들은 멸시와 차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국내 근대화 과정에 한센인들의 특별한 희생이 있었다. 특히 관광도시 경주의 성장은 한센 주민들의 눈물이 밑거름됐다"며 "이제 국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보상에 대해 노력을 해야 하며, 지금이 바로 그 시작점"이라고 전했다.
 
 2018년 질병관리본부의 의뢰로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진행한 ‘한센병관리 개선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한센병 환자 감소 추세에 따라 주 치료 대상인 활동성 환자는 5년 후, 전체 관리 대상은 20년 후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안동=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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