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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뒤집힌 김학의…재판부 “검사·스폰서 관계 질문 던져”

중앙일보 2020.10.29 00:03 종합 14면 지면보기
김학의

김학의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김학의(64) 전 법무부 차관이 2심에서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 됐다. 법원은 이른바 ‘성 접대’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처벌하지 않았지만, 4000만원대의 뇌물수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2심서 징역 2년6개월 법정구속
4300여만원 뇌물수수 대가성 인정
성접대 혐의는 공소시효 지나 면소
김학의 측 “판결 불복…상고할 것”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28일 김 전 차관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6개월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한 4300여만에 대해서는 추징 결정도 내렸다. 김 전 차관은 선고 직후 법정구속 됐다.
 
재판부는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2000~2011년 현금과 법인카드 사용금액 대납 등 4300여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최씨는 1998년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평소 알고 지내던 김 전 차관으로부터 수사 정보 제공 등 도움을 받았다. 재판부는 최씨의 경제적 이익 제공이 2000년부터 시작됐다는 점에 주목, 최씨가 또 다른 검찰 수사 등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김 전 차관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면서 관리해온 것으로 봤다. 대가성 있는 금품이었다는 판단이다. 일부 금품수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한 1심 재판부와 판단을 달리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그러나, 이 사건의 단초가 된 ‘별장 성 접대’를 포함해 건설업자 윤중천씨 관련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와 판단을 같이 했다.  
 
1심 재판부는 공소장에 적시된 총 1억3000만원의 뇌물액 중 1억원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했고, 나머지 3000만원과 액수 산정 불가인 13차례의 성 접대 부분은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 결정했다. 뇌물 액수가 1억원 미만이면 공소시효가 10년이다. 2008년 2월까지 뇌물을 받은 것으로 인정된 김 전 차관의 경우 2년 8개월 전에 시효가 종료된 셈이다.
 
김 전 차관은 성 접대 의혹이 제기된 이후 2013년과 2014년 특수강간 혐의로 두 차례 수사를 받았으나 모두 무혐의 처분됐다. 이에 대해 ‘봐주기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난해 5월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재수사 권고를 했다. 3차 수사팀은 특수강간 대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그를 구속기소했다.
 
재판장인 정준영 부장판사는 이날 판결을 선고하면서 “이 재판은 10년 전 뇌물수수 행위에 대한 단죄에 그치지 않고, 2020년 현재 검찰에 검사와 스폰서 관계가 더는 존재하지 않느냐는 질문도 함께 던지고 있다”며 “피고인은 검찰 핵심 간부로서 누구보다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가져야 하지만 장기간에 걸쳐 4000만원이 넘는 경제적 이익을 받는 등 죄질이 매우 좋지 않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 판결 내용을 듣던 김 전 차관은 실형이 선고되자 매우 당황한 듯 “물 좀 달라”고 말했다. 이어 구속기소됐을 때 수감됐던 서울동부구치소에 진료 기록이 남아있다는 이유로 동부구치소 수감을 요청했다. “구치소로 이동하기 전에 아내와 만나게 해달라”는 부탁도 했지만, 법정 밖에 있던 부인을 만나지는 못했다.
 
김 전 차관 측은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기로 했다. 그의 변호인은 “2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부분 중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대법원에서 다투겠다”고 말했다.  
 
검찰도 무죄 판결을 받은 부분에 대해 유죄 취지로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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