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시가 90%땐, 9.4억 아파트 5500만원 떨어져도 세금 는다

중앙일보 2020.10.29 00:02 종합 8면 지면보기
서울 노원구에서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 김모(48)씨는 올해 재산세로 44만원을 냈다. 내년 이후에는 재산세가 대폭 많아질 수 있다는 게 김씨의 걱정이다.
 

집값 쌀수록 공시가 시세보다 낮아
정부안대로면 보유세 더 부담해야
공시가 차등화 방식 역효과 우려도

김씨가 소유한 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은 2억6800만원이다. 지난해 12월 아파트 시세(3억8000만원)의 약 70%에서 공시가격이 결정됐다. 올해 들어 이 아파트의 시세는 6억원으로 올랐다. 올해 말까지 집값에 변동이 없다고 가정하고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현실화율) 70%를 적용해도 내년 공시가격은 4억2000만~4억3000만원이 될 수 있다. 향후에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이 70%보다 높아진다면 김씨의 보유세 부담은 더욱 커진다.
 
국토교통부와 국토연구원은 지난 27일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립’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국토연구원은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을 80%, 또는 90%, 또는 100%로 하는 세 가지 안을 제시했다. 이 중에선 90% 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부가 이 방안을 채택하면 시세 9억원 미만 아파트는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이 90%로 높아진다.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90%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90%안).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만일 집값이 현재보다 떨어진다면 어떨까. 그래도 김씨가 내야 하는 보유세는 매년 늘어날 수 있다. 공시가격의 꾸준한 상승 때문이다. ‘집값은 내려가도 세금은 더 내야 한다’는 역설이다. 중앙일보가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 의뢰해 공시가격과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변화를 시뮬레이션(모의계산)해 봤다. 정부가 목표한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 90%가 될 때까지 보유세는 계속 늘어날 수 있다. 김씨의 경우 매년 집값이 1%씩 떨어져 2030년 5억4811만원이 된다고 가정해 봤다. 이때 김씨가 내야 하는 재산세는 100만원이다. 다만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김씨가 보유한 아파트 시세는 여전히 1억6800만원가량 높은 수준이다.
 
아파트값 떨어져도 보유세는 증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아파트값 떨어져도 보유세는 증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관악드림타운 전용면적 84㎡짜리의 현재 시세는 9억4000만원이다. 국토연구원은 시세 9억~15억원 아파트의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을 2027년까지 90%로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만일 이 집의 시세가 매년 1%씩 내려간다면 7년 뒤 8억8500만원이 된다. 이 아파트 소유자의 2027년 재산세 부담은 220만원이 된다. 올해 재산세(88만원)와 비교하면 150% 인상된 금액이다. 다만 올해 재산세는 지난해 말 집값을 기준으로 올해 정부가 결정한 공시가격으로 계산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현재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은 집값이 쌀수록 낮은 편”이라며 “정부가 생각하는 90% 수준까지 맞춘다면 싼 집에서도 세금 부담을 크게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보유세를 높이면 거래세를 내려야 시장에 매물이 나오고 거래가 원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시가격 시세 반영률의 인상 속도를 집값에 따라 차등화하는 방식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세금을 올리면 가격 안정 효과가 있어야 한다”며 “가격대별로 차별화해서 올리면 ‘풍선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