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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총격은 언급 않고 “평화 절실함 확인 계기”

중앙일보 2020.10.29 00:02 종합 1면 지면보기
문재인

문재인

문재인(얼굴) 대통령은 28일 내년도 예산안 설명을 위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이제는 방역에서 확실한 안정과 함께 경제에서 확실한 반등을 이뤄야 할 시간”이라고 말했다. 연설의 절반 정도를 코로나 방역과 경제 회복의 성과를 소개하는 데 할애한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위기에 강한 나라’임을 전 세계에 증명해 보이고 있다”며 “방역과 경제 모두에서 세계에서 가장 선방하는 나라가 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 서해 공무원 사망 거론
국회 시정연설 “전세 기필코 안정
공수처 출범 지연 이제 끝내달라”
야당 “대통령다운 대통령 부재”

연설의 키워드는 ‘경제’였다. 문 대통령은 “방역과 경제의 동반 성공, 두 마리의 토끼를 기필코 잡아낼 것을 함께 다짐하는 자리”라고 했다. 또 “국민의 삶을 지키고 국가의 미래를 열기 위해 재정의 역할이 더욱 막중해졌다”며 “내년도 예산은 국난 극복과 선도국가로 가기 위한 의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요청한 내년 예산은 555조8000억원이다. 본예산만 비교하면 올해(512조3000억원)보다 8.5% 늘어난 ‘초(超)수퍼 예산’이지만, 문 대통령은 “(올해) 추경까지 포함하면 0.2% 늘어난 것”이라며 확대 폭이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추격형 경제에서 선도형 경제로 대전환”을 목표로 제시하며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봐야 한다. 한국판 뉴딜을 힘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북한군에 의한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과 관련해선 “최근 서해에서의 우리 국민 사망으로 국민의 걱정이 크실 것이다. 사실을 밝히고 정부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체제의 절실함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도 했다. 이에 정치권에선 북한의 총격을 언급하지 않아 비판적 시각을 차단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해수부 공무원은 그냥 ‘사망’한 게 아니라 북한군에게 총살됐다. 말을 똑바로 하셔야 한다”며 “평화체제의 절실함을 느끼는 게 아니라 대통령다운 대통령의 부재를 국민은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논란이 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성역 없는 수사와 권력기관 개혁이란 국민의 여망이 담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출범 지연도 이제 끝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 “방역·경제 모두 성공한 나라” 야당 “자화자찬만 가득” 
 
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 “전세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면서 “임대차 3법을 조기에 안착시키고 질 좋은 중형 공공임대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단호하다”며 정책 방향을 재확인했다. 야당을 향해서는 “공정경제 3법의 처리, 경찰법과 국정원법 등 권력기관 개혁 법안도 입법으로 결실을 맺어 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날 연설에 사용된 단어는 ‘경제’가 43번으로 가장 많았다. 과거에 자주 쓰던 포용(2년 전 18번), 공정(지난해 27번)은 각각 한 차례와 두 차례만 사용했다. 이날 원고는 문 대통령이 전날까지 여러 번 직접 수정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시정연설은 한마디로 경제 연설”이라며 “다만 기존의 기조를 폐기했다기보다 문 대통령이 현재를 경제성장의 기회로 판단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문 대통령의 연설을 강하게 비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정 전반에 대한 솔직한 실패를 인정하고 국회에서 협조를 구해야 하는데, 미사여구만 가득한 연설이었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기적 같은 선방’ 등 방역과 경제의 성공을 자화자찬하는 대통령의 연설을 들으면 마치 우리가 아무 걱정 없는 희망찬 나라에서 행복하게 잘살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임대차 3법으로 부동산 시장이 난리인데도 정작 그 법들을 조기에 안착시키겠다니 국민들 주거안정은 저 멀리 사라진 듯하다”고 논평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디지털 뉴딜이니, 그린 뉴딜이니 대통령 임기 중에 마치지도 못할 화려한 청사진을 내걸고 555조8000억원의 천문학적 예산을 요청했는데, 철저하고 꼼꼼히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강태화·한영익·윤정민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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