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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가 꺼낸 지분적립형 주택, 정권마다 실패한 반값 아파트

중앙일보 2020.10.28 17:19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까지 올린다고 발표한 다음날인 28일, 정부는 공급방안으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구체화했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의 부동산 공인중개사사무소의 모습.[뉴스1]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90%까지 올린다고 발표한 다음날인 28일, 정부는 공급방안으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구체화했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의 부동산 공인중개사사무소의 모습.[뉴스1]

정부가 이르면 2023년에 지분적립형 주택을 분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ㆍ4 대책 때 내놓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사업구조를 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점차 소유 지분 늘려가는 '할부 주택'
공공지분에 대한 임대료는 매달 내야
임대주택 확대정책에 재원마련 문제도
서울 '성뒤마을' 공공임대주택 1호 검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 장관회의에서 "서울시-국토부 TF 논의 및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신규 공급주택 중 공공보유부지와 공공정비사업 기부채납분 등 선호도가 높은 도심부지부터 점진 적용할 계획"이라며 "2023년부터 분양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집값을 나눠 내는 이른바 ‘할부주택’이다. 자금력이 부족한 30~40대를 겨냥했다. 홍 부총리가 이날 공개한 안에 따르면 최초 분양 시 토지ㆍ건물 지분의 20~25%만 취득하면 입주할 수 있고, 4년마다 10~15%씩 나눠 지분을 취득하는 구조다. 20~30년 뒤 주택을 100% 소유할 수 있다. 대신 공공이 가지고 있는 지분에 대한 임대료를 수십 년간 내야 한다. 일각에서 ‘장기 공공 반전세’라 부르는 이유다. 
 
서울시가 '8ㆍ4대책' 때 지분적립형 주택 안을 제안하며 예시로 들었던 마곡 9단지 전용면적 59㎡의 경우를 보자. 이 단지의 분양가는 5억원이다. 입주 때 분양가의 25%를 낸다고 하면 1억2500만원이다. 4년마다 약 7500만원을 내야 한다. 여기에 나머지 공공지분에 대한 임대료도 있다. 행복주택 기준으로 보증금 1억원, 월 임대료 14만원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9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로또 분양'을 막기 위한 장치도 뒀다. 전매제한이다. 10년에서 최대 20년 안까지 거론된다. 게다가 전매제한이 끝나 집을 판다고 해도 소유권이 넘어올 때까지 20~30년이 걸리는 만큼 지분율에 따라 공공과 이익을 나눠야 한다. 정부가 수분양자만 엄청난 시세차익을 거둬가는 ‘로또 분양’ 논란에 대응해 내놓은 안전장치다. 그야말로 수십 년간 팔지 않고 살아야 하는 주택인 셈이다. 
 
이러한 장기 거주 조항은 주거 성향과도 맞지 않는다. 국토부가 지난 6월 발표한 ‘2019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주택 평균 거주 기간은 7.7년이었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정부가 앞서 꾸준히 추진했다 흐지부지된 일명 ‘반값 아파트’의 연장선에 있는 정책이다. 대표적인 것이 참여정부 시절 반값 아파트를 앞세운 토지임대부 주택이다. 
 
땅은 공공이 갖고 건물만 임대하거나 분양하는 것으로, 분양에 실패했다. 2007년 10월 경기도 군포시 부곡지구에 389가구를 공급했지만 27명만 계약하는 데 그쳤다. 분양 당시 건물값만 받아 반값일 뿐, 토지에 대한 임대료가 매달 40만원에 달해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이같은 모델은 한국에서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공공이 가진 땅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반값 아파트’로 유명한 싱가포르의 경우 전체 국토의 80%가량을 정부가 소유하고 있어 토지조성 관련 비용이 적게 들어 이런 모델이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왼쪽 세번째)이 2017년 12월 경기도 성남시 여수지구에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왼쪽 세번째)이 2017년 12월 경기도 성남시 여수지구에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더 큰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지분적립형 분양 주택의 경우 사업시행자인 공공기관이 결국 부담을 떠안는 구조라서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LH 임대사업에서 발생한 적자는 1조8000억원으로 지난 2012년(7265억원)의 2.5배로 늘었다. 이자 비용만 6500억원에 달했다. 참여정부 시절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공급 계획을 밝혔지만, 정부 지원금은 적은 탓에 LH의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전력도 있다.   
 
때문에 실제 공급 물량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월 서울시가 공개한 안에 따르면 2028년까지 서울에 1만7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분적립형 모델 1호 주택으로 서울 서초구 성뒤마을 공공임대주택을 검토하고 있다. 총 413가구 중 105가구가 공공분양 물량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은 “로또 분양에 맞서는 대안적인 주택공급방식이지만 기본적으로 부동산 수익을 내려는 시장의 성향상 수용성이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초기자산을 많이 투입해야 하는데 기존 임대주택 공급 확대 방침과 더해서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은화 기자 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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