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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박수 25번 칠때, 野 팻말 103개 들고 야유...쪼개진 본회의장

중앙일보 2020.10.28 12:23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회의장에 참석한 여야의 태도는 180도 달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회의장에 참석한 여야의 태도는 180도 달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7일 문재인 대통령이 시정연설한 국회 본회의장 풍경은 극명하게 두 편으로 갈렸다. 174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에선 35분간 힘찬 박수가 25번 터졌다. 국민의힘은 ‘이게 나라냐’, ‘나라가 왜이래’라고 적힌 손팻말을 103개 흔들며 항의했다.
 

사전환담도 반쪽

이날 오전 9시 40분쯤 짙은 양복에 푸른 계열 넥타이 차림으로 국회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사전환담을 위해 국회의장실로 향했다. 문 대통령은 환담장에서 “이번이 시정연설로서는 다섯 번째(2017년부터 4번의 본예산, 1번의 추경예산)다. 국회와 자주 소통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지만, 정작 제1야당인 국민의힘 지도부는 없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라임 옵티머스 사태를 특검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데 대한 항의의 표시로 문 대통령과의 사전 간담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실 앞에서 돌아섰다. 청와대 경호처 직원들이 몸수색을 시도하자 불쾌감을 느낀 주 원내대표가 항의 표시로 즉석에서 불참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협치를 하겠다면서 이런 무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히 유감을 표명하고 청와대의 공식 사과와 해명을 요구한다”고 기자들에게 알렸다.
 
환담장 경호처 검문 등과 관련해 한 참석자는 “검문, 검색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측은 “본인 여부, 비표 수령 여부 등 신원 확인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시정연설에 앞서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환담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불참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시정연설에 앞서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환담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불참했다. [연합뉴스]

여야 대립 고조

민주당, 정의당 지도부 등과 환담을 마치고 본회의장 단상에 선 문 대통령은 2분 가량 연설을 하지 못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주 원내대표 일을 두고 “사과해라”, “이게 뭐냐”, “말이 되는 거냐”며 거센 야유와 항의를 보내서다. 대통령 입장 때부터 기립박수를 친 민주당과 대조적이었다.
 
좌석마다 설치된 투명 아크릴 칸막이에 국민의힘은 ‘이게 나라냐’,‘나라가 왜 이래’라고 쓰인 손팻말을 빼곡히 내걸었다. 당초 국민의힘 내부에선 본회의장에 전원 불참해 시정연설을 아예 보이콧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는 “대통령님께 묻습니다. 이게 나라입니까?”, “국민의 요구에 정직하게 답하십시오!”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렸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시정연설에 앞서 로텐더홀에서 “국민의 요구 특검법. 당장 수용하라”, “특검으로 진실규명. 대통령은 수용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광경을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젓거나 혀를 찼다. “지지율 깎아 먹는 일만 하고 있다”, “손님(대통령)이 오시는데 참 예의 없는 사람들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장하자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퇴장하자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환호-비난 교차

연설 도중 문 대통령이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했을 때 민주당 의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 일요일(25일) 한국판 뉴딜 당정청 워크숍 때 그(탄소 중립) 이야기가 나왔었고 최단시일 안에 의견을 조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박수와 야유는 연설 내내 엇갈렸다. 대통령이 “최근 서해에서의 우리 국민 사망”을 언급하자 국민의힘 쪽에서 “사과해야지, 어!”, “공산주의와 무슨 공존”이라는 소리가 나왔다. “지금 같은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 협치는 더욱 절실하다”는 대목에서는 “하하하”, “거짓말하지 마세요”라는 고함이 울렸다. 권력기관 개혁, 공수처 등이 거론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단상에서 내려온 문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원들 쪽 통로로 빠져나올 때 야유와 비난은 최고조에 달했다. 목인사, 눈인사 시도가 있었지만 잠깐이었다. 회의장을 빠져나온 문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들 쪽 입구로 다시 들어가 악수했다. 민주당 당직자들은 “문재인 대통령님 존경합니다”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떠나는 대통령을 배웅했다.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로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문재인 대통령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로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문재인 대통령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주 원내대표의 몸수색 관련 논란이 이어지자 청와대는 이날 오후 “경호처장은 현장 경호 검색요원이 융통성을 발휘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유감을 표했다”는 입장문을 냈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국회 행사의 경우 5부요인, 정당 대표 등에 대해 검색을 면제하며 정당 원내대표는 검색 면제 대상이 아니다. 청와대는 “정당 원내대표가 대표와 동반 출입하는 경우 등 경호 환경에 따라서는 관례상 검색 면제를 실시해왔다. 주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5부요인, 여야 정당 대표 등이 모두 환담장 입장을 완료한 뒤 홀로 환담장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심새롬·김기정·김홍범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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