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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내신 안보고 뽑겠다? ‘엄빠 찬스‘ 우려 커지는 한전공대

중앙일보 2020.10.28 05:00
한전공대 부지인 전남 나주혁신도시 내 나주부영cc. 프리랜서 장정필

한전공대 부지인 전남 나주혁신도시 내 나주부영cc. 프리랜서 장정필

2022년 3월 개교를 앞둔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한국전력공과대학, 한전공대)의 파격적인 입학 전형을 놓고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창의적인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입시에 수능과 내신 성적을 반영하지 않겠다는 계획인데 자칫 부모의 경제적·사회적 지위가 당락의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엄빠(엄마·아빠) 찬스'가 되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전공대 초대 총장 후보자인 윤의준 대학설립추진위원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설립 준비 진행 상황과 학생 선발 계획에 대해 밝혔다. 이날 윤 위원장은 "학생 선발에 있어 수능은 변별력이 없다"며 "기존 관행을 깨는 입시 준비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합숙을 통한 심층 면접과 비계량 평가 등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윤 위원장은 "수능·내신 성적을 지양하고, 대신 2박3일 합숙캠프를 통한 몰입형 심층 면접, 연구 경험이나 계획을 바탕으로 한 비계량 평가 등을 통해 연구와 창업에 잠재적 역량을 갖춘 글로벌 인재 선발 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입학전형 계획은 내년 5월쯤 공개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왼쪽 세번째)이 김영록 전남지사(왼쪽 두번째)와 지난 7월 12일 나주 빛가람전망대에서 한전공대 부지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왼쪽 세번째)이 김영록 전남지사(왼쪽 두번째)와 지난 7월 12일 나주 빛가람전망대에서 한전공대 부지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전공대 설립은 전남에 세계적인 에너지특화 대학을 세우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한국전력 본사가 있는 나주혁신도시에 설립될 예정으로, 부영그룹으로부터 40만㎡ 규모 부지를 기증받았다. 학생 규모는 학부생 600명, 대학원생 400명 등 총 1000명으로 에너지공학 단일학부로 개설된다.
 
한전공대 관계자는 "강의를 없애는 대신 팀별 과제를 통해 교수와 학생간 일대일 수업을 하는 방식으로 커리큘럼을 구상하고 있다"며 "주입식 학습에 익숙한 학생보다는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학생을 선발해 실무 중심 교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입학생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된다. 등록금을 내지만 장학금과 교육지원비를 별도로 받기 때문에 사실상 학비가 무료다. 한전공대는 대학 편제가 완성되는 2025년까지 설립 비용 6210억원, 운영비 2079억원 등 총 8289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가칭 한전공대 캠퍼스 가상 조감도가 공개됐다. 한전공대는 오는 2022년 3월 나주혁신도시 내에 개교한다. 뉴시스

가칭 한전공대 캠퍼스 가상 조감도가 공개됐다. 한전공대는 오는 2022년 3월 나주혁신도시 내에 개교한다. 뉴시스

하지만 수능이나 내신 성적을 반영하지 않고 자체적인 선발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대학 측의 학생 선발 계획에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설립을 추진 중인 공공보건의료대학원(공공의대)이 시민단체 관계자가 학생 선발과정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해 논란이 됐던 것과 유사한 반응이다.
 
26일 열린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지적이 나왔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한전공대가 수능·내신 없이 자체적으로 학생을 뽑는다면 '아버지는 뭐하시냐. 어디 소속이시냐'로 선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며 "결국 입시 전형이 '부모 찬스'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학들은 학생 선발은 원칙적으로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 게 좋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전공대가 밝힌 대로 다른 전형요소를 배제한 채 심층 면접만으로 진행된다면 변별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수도권 소재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입학 전형의 변별력이 낮다면 해당 전형에 대한 정보가 많거나 관련 사교육을 집중적으로 받는 학생들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입시 전문가들도 학생부 등 최소한의 자료도 참고하지 않는다면 외부 요인이 작용할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한 대형학원 관계자는 "내신과 수능 관리에 급급한 학생들이 한전공대만을 위해 입시를 준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지인 찬스' 등으로 확보한 정보가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전 고등학교 3학년만을 대상으로 한 마지막 '2020 10월 모의고사'가 진행된 27일 서울 노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문제를 풀고 있다. 뉴스1

대학수학능력시험 전 고등학교 3학년만을 대상으로 한 마지막 '2020 10월 모의고사'가 진행된 27일 서울 노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문제를 풀고 있다. 뉴스1

반면 윤 위원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아빠·엄마 찬스가 통하지 않는 공정한 선발 기준을 마련하겠다"며 "내년 5월에 학부모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종합적인 그림을 완성해서 보여 주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아직 구체적인 입학전형 계획이 나오지 않아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전공대 관련법이 제정되지 않아 확정적인 답변이 어렵다"면서 "아직 법인설립 허가만 했을 뿐 입학전형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15일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전공대의 이름을 한국에너지공대로 변경하고 정부·지자체·공공기관이 재정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 공표를 위해서는 산업통상자원특허 소위원회 심사와 상임위 표결,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등을 거쳐야 한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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