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사진은 지난해 10월 14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검찰이 라임자산운용의 투자금 중 행방이 묘연했던 수천억원대의 자금 흐름을 추적할 수 있는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검찰은 담당 수사팀의 잦은 교체와 자금 흐름을 주도한 핵심 관련자의 잠적으로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전모 전 R사 대표이사로부터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채모 M사 대표이사와 공모해 라임 투자금을 M사에 투자했다”는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사장과 채 대표는 대신증권에서 근무한 선후배 사이다.
라임, 4개 母펀드에 1조7200억 분산 투자
이중 해외무역채권 등 해외 자산에 투자한 2개의 모펀드(플루토TF-1호·크레디트인슈어드1호) 자금(4872억원) 행방은 금융감독원을 통해 확인됐다. 또 국내 자산에 투자한 2개의 모펀드중 1개인 테티스2호(2963억원)에 들어간 돈의 흐름도 대체로 파악된 상태다. 테티스2호에 투입한 돈은 대부분 코스닥 상장사의 전환사채(CB)나 환매조건부사채(BW) 등)에 투자됐다.

라임자금 흐름도. 그래픽 김현서 기자
9300억 투입한 母모펀드의 자금 흐름 나와
전 대표가 “채모 M사 대표가 법인 인감도장·OTP 등을 위조해 이종필 부사장과 L사·I사의 BW를 공동매입했다”고 말한 것이다. L사와 I사는 2017년 7월 라임의 모펀드 중 하나인 테티스2호가 투자한 모바일 게임업체 P사의 CB를 인수하는 데 400억여원을 투입했다. P사는 경영진 횡령으로 2018년 3월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고, L사와 I사가 투자했던 400억여원 어치의 CB도 종잇조각이 될 상황이었다.
펀드 자금으로 다른 펀드 부실 돌려막아
이에 따라 검찰은 테티스2호가 투자한 국내 상장사의 부실화로 운용실적이 부진하면, 또 다른 라임 돈인 플루토FI-D1호의 투자금을 테티스2호에 투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펀드가 부실해지면 다른 펀드의 돈을 투입해 부실을 숨기고, 부실한 펀드는 실적이 좋은 것처럼 꾸며 다른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전형적인 ‘펀드 사기’ 수법이라는 것이다.
라임자산운용은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플루토FI-D1호의 투자금으로 테티스2호가 투자한 B사(CB·225억원), P사(CB·220억원), I사(지분·270억원), G사(CB·100억원)의 부실채권을 돌려막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런 라임 펀드의 사기 수법이 확인된 만큼 비슷한 거래 내역을 추적하면 고구마 줄기 캐듯 플루토FI-D1호가 굴린 9391억원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라임자산운용의 금융사기와 횡령 등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남부지방검찰청. 뉴스1
검찰, 잦은 인사로 자금 추적 성과 없어
전씨를 소환 조사한 서울남부지검의 A부부장검사는 다른 기관으로 파견 갔고, 뒤이어 수사를 맡은 B부부장검사는 지난 8월 수원지방검찰청으로 발령났다. 이후 남부지검에 신규 전입한 C부부장검사가 자금 추적을 맡았다가, 지난 9월부터는 D검사에게 사건이 넘어갔다. 이에 대해 서울남부지검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수사 과정이나 증거·진술과 관련된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