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차이나인사이트] 중국, 제2의 소련·미국 아닌 제3의 길 가능한가?

중앙일보 2020.10.28 00:33 종합 25면 지면보기

미국의 공세와 중국의 대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4일 광둥성 선전시의 롄화산 공원에 세워진 덩샤오핑 동상에 헌화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오전 선전 경제특구 40주년 기념 연설에서 ’선전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의 모범 도시로 만들라“며 경제 개발을 강조했다.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4일 광둥성 선전시의 롄화산 공원에 세워진 덩샤오핑 동상에 헌화하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오전 선전 경제특구 40주년 기념 연설에서 ’선전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의 모범 도시로 만들라“며 경제 개발을 강조했다. [신화=연합뉴스]

“오늘날 중국은 옛 소련이 아니다. 제2의 일본이 되지도 않을 것이고 제2의 미국이 되는 데도 관심이 없다.”
 

공산당 체제·위상 건드리면 반격
당근·채찍으로 해외 우군 만들기
외부 압박 빌미로 내부 통합 유도
통치 정당성 위해 경제행보 주력

미국의 유례 없는 고강도 공세에 대한 중국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대응 레토릭이다. 여기에 미국의 압박에 대처하는 중국의 인식과 향후 대응 방향을 엿볼 수 있는 단서가 있다. 미국의 총력 공세에도 중국은 냉전 시기 소련처럼 체제가 붕괴하지 않을 것이며, 디커플링(탈동조화)과 리쇼어링(본국 회귀) 등 미국 주도의 글로벌 탈중국화 시도에도 일본처럼 성장이 후퇴하지 않을 것을 역설한다. 중국이 미국을 넘어 패권국이 되려는 의도도 없다고 주장한다. 때리는 미국을 직접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제사회를 향한 항변이면서 중국 인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다.
 
중국을 향한 트럼프 정부의 압박과 공세는 미·중 수교 41년 역사를 통해 가장 강력하고 전면적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특히 중국이 절대 타협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해온 핵심 이익, 예컨대 대만·홍콩·신장(新彊)·티베트, 심지어 중국 공산당 체제에 대한 전면적인 공세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의 대응은 예상보다 신중하고 소극적이다. 중국은 핵심 이익에 도전한 국가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무릅쓰면서 강도 높은 보복을 단행해왔다. 프랑스·일본·호주·캐나다·한국까지 거친 보복의 대상이 된 바 있다. 정작 거의 모든 중국의 핵심 이익을 공격하는 미국에 중국은 의외로 직접 보복보다 ‘외교전’에 더 치중하고 있다.
  
대미 보복 대신 외교전 치중하는 중국
 
중국은 크게 세 갈래로 대응하고 있다. 첫째, 시진핑 및 공산당 체제의 위상과 안정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는 미국의 압박에 대해서는 반발하고 맞대응(Tit for Tat)한다. 물러서지 않겠다는 모양새다. 예컨대 대만 해협에서의 군사 훈련,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그리고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폐쇄에 맞선 청두(成都) 미국 총영사관 폐쇄 등이 대표 사례다.
 
둘째,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고립을 최소화하고 우군 확보를 위한 전방위 외교에 주력한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지구적 탈중국화, 국제적 중국 포위망 형성을 무엇보다 경계한다. 이를 약화하기 위해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육·해상 신 실크로드)의 연선국가 등을 중심으로 정상 간 통화 외교, 방역 외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우군 확보에 나섰다. 어느 때보다 다자 협력을 역설한다. 트럼프 정부와의 차별성뿐만 아니라 바이든 민주당 정부가 등장할 경우 재연될 글로벌 거버넌스 경쟁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다자주의 협력은 동맹이 없는 중국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동시에 중국은 중국 봉쇄에 참여하는 국가, 예컨대 호주·캐나다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로 반(反)중국 연대 형성을 억지한다. 당근과 채찍 전략이다.
 
셋째, 미국의 ‘중국 때리기’를 역이용한다. 중국 인민들의 애국심을 자극해 내부 결집과 통합을 도모한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위기로 손상된 당·국가 체제의 지지를 회복하는 데 주력한다. 민족주의가 고양된 중국에서 이례적으로 반미 정서가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지 않다.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환구시보(環球時報)조차 “중국인 대다수는 결코 미국이라는 나라를 미워하지 않고 있으며, 미·중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진행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사설을 게재하며 오히려 인민들의 반미 정서를 관리하고 미국과 맞서는 공산당에 대한 지지로 유도한다.
  
시진핑 관심은 공산당 일당체제 강화
 
중국의 대응을 보면 미국의 전면적 공세에서 시진핑 정부의 최대 관심은 결국 공산당 일당 체제를 유지·강화하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외견상 시진핑 체제는 견고하고 강력해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3중의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고도성장 시대가 끝나면서 지난 40년간 지탱해왔던 공산당 집권 정당성의 중요한 기반이 침식되고 있다. 현재는 ‘중국의 꿈’이라는 비전, 강력한 정치 리더십과 사회 통제를 통해 체제 안정을 모색하고 있다. 강한 통제는 피로감과 사회 정체를 초래하는 까닭에 오래가기 어렵다. ‘중국의 꿈’ 비전 또한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위기와 미국의 통상 압박으로 계획대로 실현하기 어렵게 됐다.
 
결국 단기적으로는 인민들의 높아진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부강한 국가’의 위상을 과시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손쉬운 선택이 됐다. 이 또한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강한 반발과 견제라는 딜레마에 직면했다. 코로나 발원지 논란으로 상처 입은 중국의 이미지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에 반(反)중국 정서가 퍼지면 일대일로 등 새로운 대외 발전전략이 위축될 수 있다.
 
시진핑 정부는 안팎으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공산당 집권자들은 역사적으로 내우(內憂)가 있을 때 외환(外患)이 겹치면서 왕조가 몰락했던 교훈을 갖고 있다. 먼저 내치에 집중해 외환에 대비하는 선택을 한다. 다수의 주변국이 있는 중국은 내치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저비용의 안정된 주변 국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외부의 공세가 있을 경우 정면 대응보다는 오히려 내부 통치와 통합에 역이용하는 전략을 사용하곤 한다.
 
시진핑 정부는 미국의 공세를 공산당 집권 강화의 중요한 빌미로 만들면서 발전의 시간을 벌고자 한다. 결국 중국은 미국과의 경쟁은 시간 싸움이며, 시간은 중국 편이라고 판단한다. 미국에 반발하면서도 ‘미국 국내 일부 정치 세력의 중국에 대한 편견과 적대시’가 문제라고 강조한다. 대선 이후 국면 전환을 고려해 협상의 여지를 남기려는 의도다. 미국과의 갈등을 확장하기보다는 30~50년의 미래를 상정하고 장기전에 대비해 내부 체제와 역량 강화를 준비한다.
 
우회술 역시 한계가 있다. 위기관리가 체제 유지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어서다. 시진핑 정부는 코로나 위기, 미국의 압박, 국제사회의 부정적 인식과 경계, 신성장동력 확보의 어려움 등을 극복하고 중국 인민의 높아진 기대를 충족시킬 구체적 성과가 절실하다. 특히 ‘종합적인 삶의 질’의 실질적 개선이라는 성취를 이루어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시 주석이 미국의 압박 속에서도 내수 성장을 재차 강조하는 쌍순환(雙循環)론을 강조하고, 빈곤 퇴치 운동을 전개하고, 선전(深圳)을 방문해 제2의 남순강화를 재현하는 등 국내 경제 행보에 주력하는 이유다.
 
중국 핵심 이익의 실체는…공산당 위한 발전 이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다섯째)과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지난달 30일 천안문 광장의 인민영웅기념비에 헌화하고 있다. 중국 수뇌부는 미국의 전방위 공세를 내부 단결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EPA=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다섯째)과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지난달 30일 천안문 광장의 인민영웅기념비에 헌화하고 있다. 중국 수뇌부는 미국의 전방위 공세를 내부 단결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의 핵심 이익은 사실상 미국을 향한 메시지다. 핵심 이익은 2009년 제1차 미·중 전략·경제대화(S&ED)에서 제기된 이후 지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시진핑 정부에서 핵심 이익은 주권·안보·발전 이익이라고 정리했다. 그런데도 오히려 범주와 실체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중국은 핵심 이익을 포괄적으로 설정하고, 상황에 따라 전략적으로 제기한다. 핵심 이익이 절대 양보 불가의 마지노선이 아닐 수 있으며 큰 테두리에서 유동적일 수 있다. 최근 양제츠(楊潔篪) 정치국원은 미국의 공세에 반박하는 글에서 대만·홍콩·신장·티베트 문제를 핵심 이익으로 나열했다. 그런데 정작 중국의 대응은 의외로 강경하지 않다. 마지노선인 궁극적 핵심 이익은 오히려 공산당 체제 유지로 봐야 한다.
 
시진핑 정부는 홍콩 등 주권 문제가 핵심 이익이라고 밝히지만, 미국의 공세가 공산당 체제 자체를 위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실제 중국 정부는 이미 이들 지역에 대한 강력한 통제력을 확보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중국의 ‘주권과 내정’에 대해 압박을 가할수록 오히려 인민의 애국주의와 중화 민족주의가 자극되어 결집과 공산당에 대한 지지를 초래하고 있다. 중국은 더는 주권과 안보에 취약한 나라는 아니다. 시진핑 정부가 당면한 과제는 공산당 체제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 여부는 여전히 경제성장에 달려있다. 따라서 작금에 시진핑 정부에 사실상 핵심 중의 핵심 이익은 ‘발전 이익’ 일 수 있다.
◆이동률
베이징대 정치학 박사. 중국 정치와 외교 전공. 현대중국학회장 역임.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한반도 비핵·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중국의 전략과 역할’ ‘시진핑 정부 해양강국 구상의 지경제학적 접근과 지정학적 딜레마’ 『중국의 영토분쟁』(공저) 등이 있다.

 
이동률 동덕여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