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선희의 문화 예술 톡] 미술관 짓는 억만 장자들

중앙일보 2020.10.28 00:30 종합 28면 지면보기
최선희 초이앤라거 갤러리 대표

최선희 초이앤라거 갤러리 대표

지난주 프랑스 언론은 일제히 이달 파리에서 열릴 예정되었던 프랑스의 억만장자 사업가 프랑스와 피노의 개인 미술관(사진)의 개장이 코로나로 인해 내년 1월로 연기됐다고 보도했다.  
 
작년에 파리 시장인 안 이달고의 참석 하에 떠들썩하게 기자 회견을 갖고 올해 개장 소식을 공식 발표하였으니 피노의 영향력이 프랑스 정치·문화계에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케어링(Kering)이라는 대규모 유통 기업의 오너인 그는 2020년 프랑스 500대 부자 명단의 5위에 올랐다. 구찌·보테가 베네타·발렌시아가 등의 브랜드를 소유한 사업가로, 루이뷔통·에르메스·디오르 등의 브랜드를 소유한 프랑스의 억만장자 베르나르 아르노와 자주 비교된다.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 회사인 크리스티 경매사의 오너이기도 한 그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컬렉터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고 이탈리아 베니스에 개인 미술관을 2개나 갖고 있다.
 
내년 1월 23일 파리의 옛 상업 거래소 건물에 개장 예정인 프랑스와 피노의 현대 미술관

내년 1월 23일 파리의 옛 상업 거래소 건물에 개장 예정인 프랑스와 피노의 현대 미술관

내년 1월 23일로 예정된 파리 미술관 개장이 예정대로 이뤄진다면 이 미술관은 프랑스 최초로 개인 컬렉션을 선보이는 미술관이 될 것이다. 현재 그가 소유한 현대 미술품 컬렉션은 1만여 점에 이르고 금전적인 가치는 가히 천문학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2005년 그의 아들 프랑스와 앙리 피노에게 모든 사업을 물려주고 예술품 수집에 집중하며 살아가고 있다. “예술계에서 인간의 감정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사업에서는 그 반대다. 감성은 주의해야 할 요소다.”라고 이야기했던 그는 너무나 홀가분하게 사업의 무게의 벗어버리고 자신의 감성과 열정에 몸을 실었을지 모른다.
 
프랑스에는 프랑스와 피노와 베르나르 아르노와 같이 사업으로 번 돈으로 미술품을 수집하고 미술관을 만드는 기업인들이 많다. 이 배경에는 2003년 문화부 장관을 지냈던 장 자크 아야공(Jean-Jacques Aillagon)의 공이 크다.  
 
그는 문화 예술에 지원한 금액에 대해 매출액의 0.5% 한도 내에서 60%를 세액 공제하는 내용의 메세나법을 제정했다. 소위 ‘아야공 법’이라 불리는 이 법이 도입된 이후 프랑스 기업들의 예술 문화 사업 기부금은 6년동안 3배 이상 늘었고 메세나 협회의 활약은 침체됐던 프랑스 미술계에 단비가 됐다. 여기서 한 나라의 문화 예술 분야 발전에 가장 부드러운 윤활유를 제공해줄 수 있는 것은 결국 정치적인 결정일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제도들로 인해 감성과 열정 그리고 모험심 가득한 컬렉터들의 영향력이 더해질 수 있다면 작가·갤러리·평론가·미술관·컬렉터 등으로 구성된 미술계의 생태계는 더 활기차게 가동될 수 있을 것이다.
 
최선희 초이앤라거 갤러리 대표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