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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해배상제 땐 권력감시 위축”

중앙일보 2020.10.28 00:03 종합 22면 지면보기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타당한가.’ 긴급 토론회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타당한가.’ 긴급 토론회

정부가 지난 9월 언론의 오보에 대해 최대 5배까지 피해배상 책임을 지우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가운데 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기자협회는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토론회(사진)를 열었다. 주제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타당한가.’
 

정부, 언론사도 대상에 포함 추진
기자협회 “제보 받아도 보도 주저”

쟁점 중 하나는 이 법안이 고의적 오보뿐 아니라 중과실로 인한 오보에 대해서도 피해배상을 하게 돼 있다는 점이다. 중과실로 인한 오보는 취재과정에서의 소홀함으로 인해 예기치 않게 오보가 된 경우다.
 
토론에서 김동훈 기자협회장은 “선의의 오보까지 처벌 대상이 되면 언론은 제보가 들어와도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미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우리보다 낮기 때문”이라며 “상대적으로 언론의 자유가 제한적인 한국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까지 도입하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사회의 자기교정 기능과 사상과 의견의 경쟁 메커니즘에 맡겨야 한다”고 했다.
 
박아란 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상법개정안의 대상은 자신의 명의로 상업적 행위를 하는 주체인데, 유튜버들의 가짜뉴스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민정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한국에는 민형사상 명예훼손 소송 등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법적 장치가 다수 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논의되면 공직자의 공적 사안이나 대기업 사안엔 적용하지 않는다는 예외를 허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는 법안의 위험성을 거론하며 “상인의 상행위에 대해 만든 규정을 언론사에 대한 피해대책으로 확대하면 해석의 범위가 너무 넓어진다. 가짜뉴스가 뭐냐는 사회적 합의도 없이 법안을 만드는 건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토론이 이같은 톤으로 이어지자 더불어민주당 미디어언론상생TF 단장인 노웅래 의원은 “일방적으로 한쪽 이야기를 하는데 이것은 토론이 되지 않는다”며 “성격 같아선 박차고 나가고 싶지만 예의상 참는다.이 토론회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주최 측과 토론자들은 “참여연대 출신 인사도 있다. 짜 맞춘 게 아니다”라고 했고, 노 의원은 “이러니 언론 권력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목소리를 거듭 높였다. 사회를 맡은 양승목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노 의원이 정상적 토론을 몰아세우고 있지 않으냐”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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