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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조두순 나오는데…성범죄 108명 학교·학원 취업 뚫렸다

중앙일보 2020.10.27 09:00
초등학생 납치·성폭행범 조두순 출소를 두 달여 앞둔 10월 13일 경기도 안산시의 한 골목길에서 관계자들이 방범용 CCTV를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등학생 납치·성폭행범 조두순 출소를 두 달여 앞둔 10월 13일 경기도 안산시의 한 골목길에서 관계자들이 방범용 CCTV를 설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부산의 A유치원 차량 기사는 과거 성범죄 경력이 있는데도 유치원에 취업한 것이 적발돼 해임됐다.  
 
경기도 B치과 원장은 지난해 10월 당국의 불시 점검에 성범죄 경력이 들통나 병원 폐쇄 명령을 받았다.  
 
지난해 어린이집, 학교, 학원 등 아동ㆍ청소년 관련 취업제한 기관에 성범죄자 108명이 몰래 취업하거나 관련 기관을 운영해오다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에는 163명이 적발됐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여성가족부에서 제출받은 ‘성범죄자 취업제한 기관 점검 결과’에 따르면 적발된 곳이 다양했다. 학원 강사, 개인과외 강사 등 사교육시설 33명, 태원도장ㆍ헬스장 등 체육시설 25명, 경비업체 12명, 중학교ㆍ대학교 등 10명, 병ㆍ의원 8명, PC방 7명, 아파트 경비원 4명 등이다.  
 
오는 12월 아동성폭행범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불안감이 큰 가운데 성범죄자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범죄자들이 아동ㆍ청소년 관련 기관에 접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지역사회에서 거리낌없이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성범죄 경력자 아동-청소년 기관 취업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성범죄 경력자 아동-청소년 기관 취업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성범죄자가 가장 많이 적발된 곳도 취업제한이 엄격하게 이뤄져야할 학원, 개인과외 교습소에서였다. 총 33명 중 개인과외 선생님이 19명이나 됐다. 학원 강사는 9명이었고, 학원 운영자도 4명이었다. 체육시설(25명)은 골프장 관련 종사자·운영자가 7명이었지만 아동·청소년 접촉이 많은 태권도장, 수영장, 헬스장에서도 성범죄자 취업 및 운영이 적발됐다.
 
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인천과 서울의 중학교 종사자가 적발됐다. 서울, 경기, 부산 등지의 병·의원, 치과, 한의원 의료인 8명이 성범죄 전력이 있었다. 적발 후 해임되거나 기관폐쇄 명령을 받았다. 이밖에 아파트 경비원, PC방 직원 또는 영업주가 있었고 경기도 한 가정어린이집 원장도 성범죄 전력을 숨기고 시설을 운영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제56조에는 아동ㆍ청소년 대상 또는 성인 대상 성범죄자에 대해 이 법에서 정한 아동ㆍ청소년 관련 시설ㆍ기관ㆍ사업장을 일정기간 동안 운영하거나 취업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어린이집ㆍ유치원, 초ㆍ중ㆍ고교를 비롯해 대학교, 각종 체육시설, 게임제공업, 노래연습장업, 병ㆍ의원 등 아동ㆍ청소년을 접촉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이 취업제한 시설로 지정돼 있다.  
 
취업제한 기간은 성범죄 판결 시 판사가 최대 10년 내에서 취업제한 명령을 내린다. 다만, 2018년 7월 이전 판결에 대해선 성범죄로 3년 초과의 징역 또는 금고형, 치료감호를 선고받은 경우에는 형 집행 종료 및 집행이 유예ㆍ면제된 날부터 5년까지 제한된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형, 치료감호를 선고받으면 형 집행 종료 및 유예ㆍ면제된 날로부터 3년까지다. 벌금형이면 형 확정일로부터 1년이다.  
2018년 11월 3일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린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학생회 날 스쿨미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성범죄 교사 처벌에 대한 문구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11월 3일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린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학생회 날 스쿨미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성범죄 교사 처벌에 대한 문구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아청법은 아동ㆍ청소년 관련 기관 등의 장은 해당 기관에 취업 중이거나 취업하려는 자에 대해 성범죄 전력 조회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아울러 지자체장, 교육감 또는 교육장도 아동ㆍ청소년 관련 기관 등을 운영하려는 자에 대해 성범죄 전과 조회를 해야 한다.
 
성범죄자의 취업제한을 위해 성범죄 경력 조회가 의무화 돼 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동ㆍ청소년 관련 기관에 성범죄 경력자가 취업했는지 여부는 각 기관 관할 부처가 연 1회 점검한다. 이어 적발 시에는 해당 성범죄자 해임 또는 해당 기관 폐쇄 명령을 할 수 있다. 또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2019년 성범죄자 취업제한을 어긴 108명에 대해서는 해임 58건, 기관 폐쇄 41건, 운영자 변경 9건 등의 조처가 이뤄졌다.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는 “현행 법상 성범죄자가 취업제한 기관에서 일하다 적발될 경우 해당 기관의 장에게는 패널티가 있지만 정작 해당 성범죄자에 대한 제재는 별로 없다”며 “강력한 제재가 있어야 쉽게 취업하려는 노력을 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7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아동학대 대응체계의 과제와 개선방향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7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아동학대 대응체계의 과제와 개선방향 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양금희 의원은 “성범죄로부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법으로 일정 기간 취업을 제한하고 있지만, 성범죄 경력 조회를 지키지 않는 사례가 매년 발생하는 등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며 “법원, 경찰, 여가부 등 중앙부처는 이를 보안할 수 있는 협조시스템을 구축해 성범죄자에 대한 취업 실태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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