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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토부 눈 감고, 행안부 먼 산 보고, 환경부 의지 안 보여

중앙일보 2020.10.27 00:27 종합 33면 지면보기
박창근 대한하천학회 회장·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박창근 대한하천학회 회장·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물은 항상 우리 곁에 있는 존재다. 그러나 넘치면 홍수가 발생하고, 적으면 가뭄으로 고통받는다. 홍수기와 갈수기가 뚜렷하게 나뉘는 우리나라는 그만큼 물관리가 어렵다.
 

지난 여름 최악의 홍수 피해 초래
홍수 조절용 댐부터 통합 관리를

긴 장마와 연속 세 번이나 몰려온 태풍에 의한 홍수는 분명 이례적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를 피할 수 없다면 일상화하는 홍수를 앞으로는 ‘뉴 노멀’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
 
지난 여름 최장 장마와 태풍으로 한반도 곳곳에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삶의 터전을 한순간에 잃은 수재민들이 하늘만 원망하기에는 뭔가 부족했다. 홍수 발생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많은 물을 방류한 댐’이 지목됐는데 그 과정에서 일부 전문가의 주장이 오해도 일으켰다.
 
일반적으로 홍수 피해 원인은 많은 강우량(천재), 댐 운영과 하천 관리 잘못(인재)으로 설정한다. 섬진강의 경우 100년 빈도 강수량을 기준으로 하천을 정비했는데, 이번 장마 때 강수량은 적어도 200년 이상 빈도로 평가된다. 많은 비가 내렸다.
 
문제가 된 섬진강댐·용담댐(금강)·합천댐(낙동강)에 대한 홍수 시 댐 운영 자료를 살펴보면 ‘댐 관리규정’에 따라 운영해 큰 문제는 없었다. 그렇다면 하천 관리를 제대로 했는가.
 
홍수 피해 현장에 답이 있다. 낙동강의 경우 합천보 직상류 모래 제방에서 파이핑(Piping) 현상으로 제방이 무너졌고, 섬진강 전북 남원 구간의 제방 붕괴는 측방침식이 원인이었다.
 
본류(섬진강) 제방은 높은데 지류(경남 하동 화개천) 제방이 낮아 침수 피해가 생겼고, 제방과 만나는 교량 하단부의 제방이 낮아 물이 제방을 넘으면서 제방이 유실(전남 구례 서시천 등)됐다. 부실한 제방 관리, 즉 하천 관리가 홍수 피해를 키웠다고 본다.
 
필자가 보기에 올해 홍수 피해의 원인은 많은 강우량과 부실한 하천 관리에 있다. 천재와 인재가 섞였다. 후진국에서는 인재도 천재로 바꾸지만, 선진국에서는 천재라도 인재 요소를 살펴서 제도를 개선한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기후변화로 증가하는 강우량 문제다. ‘노아의 방주’에 대응할 수 있는 치수 정책은 경제적이지 못하다. 하천의 중요도에 따라 강우량에 대한 설계빈도는 80~200년 범위에 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설계빈도를 상향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댐 관리 문제다. 국내에는 약 2만개의 댐이 있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농업용 댐은 농어촌공사가, 발전용 댐은 한국수력원자력이, 다목적댐은 수자원공사가 각각 관리한다.
 
한 기관이 모든 댐을 통합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먼저 홍수 조절이 가능한 댐부터 통합 관리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다목적댐은 용수 이용에 초점을 맞춰 운영하고 있는데, 댐의 치수 기능을 확대하는 댐 운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분절된 하천 관리 문제다. 우리나라 하천은 약 3만㎞다. 하천은 소하천(행정안전부)과 국가·지방하천(국토교통부와 환경부)으로 나뉜다. 관리 주체가 다양하다. 하나의 하천을 찢어서 관리하다 보니 하천의 치수 정책은 통합적이지 못하고 비효율적이다.
 
하천법을 바탕으로 만든 소하천 정비법(행안부 소관)을 그대로 하천법에 넣어 원상회복하는 법적 통합을 이뤄야 한다. 물그릇(하천)과 거기에 담겨있는 물에 대한 관리 주체가 다르다.
 
치수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국토부의 하천 관리 기능을 환경부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물 관리 일원화를 완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책인데도 행안부는 먼 산만 바라보고 국토부는 눈을 감아 버리고, 환경부는 의지가 안 보인다. 기후변화로 인해 급증한 강우량은 천재이지만 인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지금부터 하나씩 챙겨야 한다.
 
박창근 대한하천학회 회장·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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