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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의 에코사이언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에 붙은 엄청난 세균이 건강 위협한다

중앙일보 2020.10.27 00:14 종합 26면 지면보기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택배 노동자들이 잇따라 숨지고 있다. 전국 택배연대 노조 등에 따르면 이달에만 CJ대한통운 서울 강북지점,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노동자가 연달아 숨졌다. 배달 물량 급증으로 인한 과로사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6월 생활물류 택배 물동량은 2억 9340만 개로 지난해 6월보다 36.3%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시민들이 외출과 매장 쇼핑을 꺼린 탓이다.
 

1회용 마스크 재질이 플라스틱
먼지 치솟으면 음식 배달도 늘어
낙동강 물고기에도 미세플라스틱
다회용기 사용 등 대안모델 필요

배달음식 주문도 늘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배달 음식 시장 규모는 대략 20조원으로, 지난해보다 17%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은 노동자의 열악한 상황이 문제지만, 겹겹이 포장된 택배 상자와 플라스틱 용기가 가득 든 배달 음식은 심각한 환경문제이기도 하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도 플라스틱 쓰레기는 쏟아진다. 마스크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세계적으로 매달 8900만 개의 의료용 마스크와 7600만 개의 검사용 장갑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일반 시민이 사용하는 것은 제외한 수치다. 국내에서만 매주 2억장의 마스크를 생산한다.
 
경기도 수원시 자원순환센터에 쌓인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 최근 택배와 음식 배달이 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도 크게 늘었다. [연합뉴스]

경기도 수원시 자원순환센터에 쌓인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 최근 택배와 음식 배달이 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도 크게 늘었다. [연합뉴스]

최근에는 미세먼지 오염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늘린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싱가포르 연구팀이 지난 22일 ‘네이처 인간 행동’ 저널에 발표한 논문이다. 베이징 등 중국 3개 도시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당 100㎍(마이크로그램) 상승하면, 사무실 노동자의 음식 배달 주문이 43%나 늘었다.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면 배달 음식이 260만 개 늘어난다는 의미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코로나19와 기후 재앙, 미세먼지와 더불어 4개의 대유행 병(Pandemic)이 동시에 진행된다. 이른바 ‘신데믹(Syndemic)’이다. 신데믹은 둘 이상의 대유행 병이 차례로, 혹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을 말한다.
 
최근 발표된 미국 콜로라도대학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은 1950년대까지만 해도 연간 200만 톤 수준이었지만, 2018년에는 3억5900만 톤에 이르렀다. 1950~2015년 사이 생산된 83억 톤의 플라스틱 중 59%는 자연에 버려졌고, 10%는 소각됐다. 이 가운데 연간 480만~1270만 톤이 강과 호수, 바다로 들어가고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 중에서도 지름 5㎜ 이하의 미세플라스틱 양도 어마어마하다. 자연계에서 잘게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이 되는 것도 있지만, 사람이 직접 배출하는 것도 많다.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타바버라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의류 생산·세탁 과정에서 미세 합성섬유(micro-fiber) 560만 톤이 환경에 배출됐고, 이 중 290만 톤이 바다 등에 들어간 것으로 추산된다.
 
자연계의 미세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따라 올라가며 농축된다. 미세플라스틱은 어패류·천일염·생수를 통해서도 식탁에 오른다. 아직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미세플라스틱은 생태계 건강을 해치는 위협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 자체로도 위험하지만, 유해 화학물질이나 세균·바이러스 등 병원체를 묻혀 옮기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미국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과 우즈홀 해양연구소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 해양 플라스틱 표면의 면적은 2만5000㎢(남한 면적 25%)이고, 여기에 붙은 세균 숫자는 30해(垓)에 이른다.
 
부메랑이 돼 사람의 건강 위협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부메랑이 돼 사람의 건강 위협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부경대 연구팀이 지난해 국립환경과학원에 제출한 ‘담수 어류 중 미세플라스틱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낙동강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강물에서는 ㎥당 112~152개가 발견됐고, 물고기에서는 누치 한 마리당 4.3개, 밀자개는 3.5개, 메기 1.7개, 붕어에서는 0.9개가 검출됐다. 보고서는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작을수록 농도가 높게 나타났고, 다른 물고기는 위장에서 많이 검출됐지만, 붕어는 아가미에서 많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은 “한강 하구에 가까워 쓰레기가 쌓이는 서해 구지도에서는 괭이갈매기가 플라스틱 밧줄, 노끈을 물어다가 집을 짓는다”고 말한다.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지난달 캐나다 토론토대학 연구팀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2030년 바다 등으로 흘러드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연간 5300만 톤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 칵테일이나 곰팡이 균주도 개발되고 있지만, 엄청난 쓰레기를 감당하기 어렵다.
 
당장은 생산·유통단계부터 플라스틱을 줄이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연구소장은 “여러 번 다시 쓰는 시스템을 재구축하거나, 플라스틱 재질을 대체하는 등 구체적인 대안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제 플라스틱 쓰레기도 온실가스만큼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됐다. 물고기보다 쓰레기가 더 많은 바다를 보지 않으려면 말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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