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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라임·옵티머스 진실은 없고 ‘부하’‘상급자’ 말싸움만 남겼다

중앙일보 2020.10.27 00:03 종합 34면 지면보기
각 부처에 대한 종합감사를 끝으로 국정감사가 어제 마무리됐다.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상임위는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을 다룰 법사위였다. 수천 명의 피해자와 1조원대 피해 규모도 보기 드문 사건이지만 정치인과 고위 금융 관료, 검사들 이름까지 로비 대상으로 오르내려 관심을 더했다.

윤석열 ‘한 방’에 매달린 야당의 전략 부재
여당의 총장 몰아내기 속 진실 실종 우려

 
결론적으로 이번 국감은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사건에 대해 제대로 언급조차 하지 못한 채 무기력했다. 어제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여당 의원들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공격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 22일 대검찰청 국감에서 윤 총장의 작심 발언으로 상처 입은 것을 만회해 보겠다는 의도가 역력했다. 당시 윤 총장은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는 말로 추 장관의 편파 인사와 부당한 수사지휘권 발동을 비판했다. 그동안 말을 아껴 온 총장으로선 시원하게 반격한 셈이다. 그러나 사건의 본질과는 먼 조직의 얘기일 뿐이다. “퇴임 후 봉사할 방법을 찾고 있다”는 윤 총장의 말에 정치적 공방을 벌였지만 이 또한 사기 사건의 본질과는 무관하다.

 
어제는 추 장관이 “장관은 총장의 상급자다” “총장 발언은 선을 넘은 것”이라며 맹공을 펼쳤지만  결국 윤 총장의 말꼬리 잡기에 불과했다. 결국 엄청난 사건을 다루고도 남은 것은 윤석열 발언밖에 없는 국감으로 끝나버렸다.  
 
일차적인 원인은 의석수를 앞세운 거대 여당의 횡포에 있다. 법사위원 과반과 위원장까지 장악한 여당은 모든 증인의 출석을 철저하게 차단했다. 그나마 채택된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나오지 않았다.

 
여당 탓만 할 것도 아니다. 아무리 수에서 밀린다고 하더라도 야당 의원들에게 발언이 보장된 시간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전략도 없고 준비도 보이지 않았다. 자신들이 조사하고 확인해 폭로하려는 의지 없이 윤 총장이 크게 ‘한 방’ 터뜨려 주기만 기대했다. 검찰 조직을 이끌어가야 하는 윤 총장으로서도 주저 없이 발언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 결국 맹탕 국감에 대한 책임의 절반 이상은 ‘초식’ 야당에 있다.

 
국감이 끝나고 나면 더 난감한 상황이 올까 걱정이다. 추 장관은 국감 도중 사기꾼 말을 근거로 수사팀을 몽땅 교체했다. 수사 초점도 여당과 고위 관료 로비에서 야당 정치인과 검찰 로비로 돌변했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해 손발을 묶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을 대상으로 여러 건의 감찰을 진행하겠다니 도대체 수사를 지원하겠다는 건지, 방해하겠다는 건지 모를 지경이다. 총장에 대한 직접 감찰은 지난 정권에서 채동욱 전 총장을 쫓아낼 때 동원한 비열한 방법이다. 여권이 좌충우돌 폭주할 경우 엉뚱한 논란이 커지면서 진실이 묻히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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