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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원 취소해달라" "유지"…이재용 재판서 특검·재판부 충돌

중앙일보 2020.10.26 16:56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재판부 기피 신청으로 중단됐던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이 9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부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로 이 부회장 없이 진행된 재판에서는 전문심리위원 투입을 놓고 특검과 재판부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26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는 양재식 특검보를 비롯해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로 이 부회장을 기소한 이복현 부장검사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판을 담당하는 강백신 검사 등이 자리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도 7명이 참석했다. 당초 재판부 요청에 따라 이 부회장도 재판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부친이 별세하면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특검 “전문심리위원 취소해야”…재판장 “유지하겠다”

특검과 재판부의 갈등은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부회장은 2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에게 건넨 횡령‧뇌물액수를 36억원이 아닌 86억원으로 판단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부회장이 2심보다 중한 처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회복적 사법’을 중시하는 정준영 부장판사는 삼성에 준법감시위원회 도입을 권고했다. 대규모 기업집단의 불법 후원을 막기 위한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적으로 운영된다면 이를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특검은 편향적인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며 재판부 변경을 신청했고,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됐다.  
 
이에 재판부는 준법감시위가 실효적으로 운영되는지 점검하기 위해 전문심리위원단을 구성하기로 하고,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위원으로 지정했다. 특검과 변호인 측에도 후보자를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특검은 전문심리위원 참여 취소 신청을 선택했다. 전문심리위원 지정과 관련한 규정에 따르면 양쪽의 의견을 들어 절차를 진행하게 되어 있는데 특검의 의견을 듣지 않았으니 부당하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물러나지 않았다. 대법원이 기피신청을 기각하면서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적 운영은 양형 심리 대상이 될 수 있고, 평가를 위해 전문심리위원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다만 “특검이 제시한 전문심리위원이 평가할 사항을 받아들여 점검에 반영하겠다”며 “강 전 재판관이 전문심리위원으로 참여하는 결정은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 기피 신청으로 중단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이 재개된 26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입구에서 방청객들이 이날 열리는 공판 준비기일 방청권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 기피 신청으로 중단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이 재개된 26일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입구에서 방청객들이 이날 열리는 공판 준비기일 방청권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보가 말하라” 재판장 지시에 ‘한숨’

발언권을 두고 특검이 한숨을 쉬는 장면도 연출됐다. 이복현 부장검사가 발언하려고 일어나자 정 부장판사는 말을 끊고 “특검보가 말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부장검사는 “특검보가 말하라고 지시하는 건 어떤 근거냐”고 맞섰고, 정 부장판사는 “특검보가 소송의 주체니까요”라고 답했다. 이에 강백신 부장검사도 나서 “특검보나 파견검사나 소송 수행에는 지장이 없다고 협의가 됐다”고 말했지만 정 부장판사는 “강 부장검사가 말해 달라”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발언권을 잃은 이 부장검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양쪽 모두 물러섰지만…갈등 불씨는 여전

특검은 재판부 결정에 따라 전문심리위원을 추천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재판부가 정한 일정대로 재판을 진행하는 것에 관해서는 “미리 결론을 정한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11월 9일 열릴 다음 재판에서 진행되는 내용에 따라 후속 기일을 정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12월 재판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었다.  
 
다음 재판에서도 특검과 재판부의 갈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강 전 재판관 지정에 대해 저희에게 의견을 들으신 적 없기 때문에 향후 다툴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특검 때문에 재판이 중단됐고, 이 부회장은 재판 두 개를 동시에 받는 지경까지 이르렀다”며 “이제 와서 재판 기일을 늘려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건 좀 아닌 것 같다”고 반발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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