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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국회연설 스가, 아베보다 더 심했다…韓 언급 단 2문장뿐

중앙일보 2020.10.26 16:54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취임 후 첫 국회 연설에서 한·일 관계와 관련해 기존 입장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직된 한·일관계의 책임이 한국에 있으므로 한국의 태도 변화가 우선 필요하다는 아베 정권의 입장을 답습한 것이다.
 

26일 일본 임시국회 소신표명 연설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적절한 대응 요구”
한국 사안 연설 뒷 부분에 단 2개 문장 배치
“한·일관계 개선 의지 아베 때보다 안 보여”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26일 일본 국회에서 소신표명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26일 일본 국회에서 소신표명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가 총리는 이날 개원한 일본 임시국회의 소신 표명 연설을 통해 “한국은 지극히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건전한 한·일관계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기초해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요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전임자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의 한·일관을 계승하겠다는 의미다. 일본의 ‘일관된 입장’이란 한국 사법부가 한·일 청구권협정을 위반했다는 사고방식에서 비롯한다. 한국 대법원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뒤집어 2018년 징용 피해자를 위한 배상 판결을 내렸다는 논리다.
 
일본 정부는 “'청구권 문제는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45년 전 한·일 청구권협정을 한국 사법부가 부정하는 건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지는 스가 총리의 발언 중 ‘적절한 대응’은 한국이 사법부의 배상 판결을 뒤집거나 이에 준하는 전향적 태도를 선제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재 최악으로 치닫는 한·일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한국의 태도 변화를 ‘강력히 요구’하겠다는 얘기다.
 
이미 스가 총리는 후보 시절인 지난달 “한·일 청구권협정이 한·일 관계의 기본”이라며 “그것에 꼼꼼하게 얽매이는 것이 당연하다. 국제법 위반에 철저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스가 총리는 지난 21일 인도네시아 방문 중 기자회견에서 한국 사법부의 배상 판결이 집행돼 일본 기업이 실질적 피해를 보게 될 경우 한·일 관계에 매우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 9월 새로 총리가 된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아베 신조(왼쪽) 전 총리에게 꽃다발을 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9월 새로 총리가 된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아베 신조(왼쪽) 전 총리에게 꽃다발을 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스가 총리의 연설을 놓고 한·일관계가 아베 정권 때보다 더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가 느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스가 총리는 이날 8개 영역으로 이뤄진 연설의 마지막 외교 안보 영역 중 가장 끝 대목에서 단 2개 문장으로 한국 사안을 설명했다. ‘지극히 중요한 이웃 나라’로 한국을 표현한 것 역시 아베 전 총리가 지난 1월 국회 연설에서 한국을 ‘기본적 가치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고 표현한 데 비하면 오히려 더 후퇴했다는 평가다.
 
또 아베 총리가 언급했던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도 스가 총리 연설에선 빠졌다. 지지통신은 “전체적으로 한국에 냉담한 인상을 줬다”고 전했다. 
 
이같은 지적이 나오자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연설 전체의 균형, 최신 외교정세를 종합적으로 감안했다”고 밝혔다.
 
스가 총리는 미·일 동맹과 관련 분명한 어조로 강화 방침을 내세웠다. 그는 “미·일 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 및 국제 사회의 평화, 번영, 자유의 기반이 된다”며 “동남아국가연합(ASEAN), 호주, 인도, 유럽 등 기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와도 협력해 법의 지배에 의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실현을 목표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해선 "여전히 정권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모든 납치 피해자의 하루라도 빠른 귀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건을 붙이지 않고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마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베 전 총리가 그랬던 것처럼 조건 없는 북·일 정상회담 카드를 납치 문제 해결책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되풀이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서울=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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