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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님감사합니다’…잇단 사망에 “새벽배송 안 시킨다”

중앙일보 2020.10.26 15:01
곽채은씨는 문 앞에 택배기사들을 위한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간식을 준비했다. 사진 곽채은씨 제공

곽채은씨는 문 앞에 택배기사들을 위한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간식을 준비했다. 사진 곽채은씨 제공

 
고등학생 곽채은(18)씨는 택배기사를 위해 최근 간식과 비타민 음료를 포장한 주머니를 집 앞에 준비했다. 곽 씨는 26일 “코로나 19로 택배 물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기사님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과로사했다는 기사를 접하고 마음이 아팠다”며 “그들도 누군가의 가족일 텐데 내 가족의 일이라면 어떨지 생각해봤다. 편하게 택배를 받는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택배기사 13명이 과로 등으로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택배기사를 향한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집 앞에 응원의 메시지와 간식을 준비하거나 당일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선언도 나오고 있다. 
 

“당일 배송, 사용 자제하겠다”

안진솔씨가 택배기사들을 위해 준비한 간식과 메시지. 사진 안진솔씨 제공

안진솔씨가 택배기사들을 위해 준비한 간식과 메시지. 사진 안진솔씨 제공

 
경기도에 거주하는 주부 안진솔(33)씨도 최근 택배기사 응원에 동참했다. 안 씨는 “상품 리뷰를 올리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아이도 둘을 키우다보니 택배를 많이 이용한다"며 “기사님들이 과로사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우리 집에 매번 오는 기사님이 떠올랐다.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라며 간식과 응원의 메시지를 준비했다”고 했다. 
 
택배 당일배송 서비스를 자제하겠다는 의견도 있다. 직장인 김 모(32) 씨는 “그동안 별다른 생각 없이 새벽 배송이나 로켓배송을 자주 시켰는데, 최근 택배 노동자 관련 기사를 접하고 마음이 무거웠다”며 “앞으로 아주 급한 일이 아니면 당일 배송 서비스는 이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천히 오셔도 괜찮습니다”

택배기사를 응원하는 캠페인에 한 참가자가 동참한 모습. 사진 봉벤져스 제공

택배기사를 응원하는 캠페인에 한 참가자가 동참한 모습. 사진 봉벤져스 제공

 
서울시자원봉사센터와 봉사기획단 봉벤져스도 ‘택배기사 응원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재사용 종이로 만든 캔버스 위에 감사 인사를 적어 문 앞에 붙인 뒤 SNS에 사진을 찍어 올리는 방식이다. 참가자들은 “조금 천천히 오셔도 괜찮습니다. 꼭 건강 챙기면서 배송해주세요” “택배기사님, 항상 고생해주시는데 표현을 한 번도 못 했어요. 간식 드시고 힘내세요”라는 글을 적어 각자 집 앞에 붙였다.  
 
곽채은씨는 문 앞에 택배기사들을 위한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간식을 준비했다. 사진 곽채은씨 제공

곽채은씨는 문 앞에 택배기사들을 위한 응원의 메시지와 함께 간식을 준비했다. 사진 곽채은씨 제공

 
인스타그램 등 SNS상에는 ‘#택배기사님 감사합니다’ ‘#택배기사님 힘내세요’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택배기사를 응원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 캠페인을 기획한 이준희(27) 씨는 “해당 응원 글을 보고 ‘고맙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글을 써놓고 가는 택배 기사님들도 있었다”며 “우리의 작은 노력이 실제로 기사님들께 힘이 된다는 생각에 뿌듯했다”고 전했다.
 

택배사, 분류작업 인력 투입 등 대책 마련  

서울시내 택배물류센터에서 기사들이 택배를 차에 싣고 있다. 뉴스1

서울시내 택배물류센터에서 기사들이 택배를 차에 싣고 있다. 뉴스1

 
이 같은 분위기 속에 택배사들도 과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CJ 대한통운이 먼저 “책임을 통감한다”며 “택배 분류인력 4000명을 단계적으로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한진택배도 “택배 분류 지원 인력 1000명을 투입하고, 택배 노동자를 위한 심혈관계 질환 검진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국택배노조 등은 택배 분류 업무를 과로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해 왔다.  
 
한 택배업 관계자는 “분류작업 인력이 별도로 투입되면 택배기사들의 노동부담이 약 40%는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책이 마련돼 다행이지만, 미봉책이 불과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추가로 고용되는 인력이 정규직이 아닌 단기고용 일자리이기 때문에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택배노조와 택배사가 꾸준히 소통하며 노동환경을 점검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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