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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완의 시선] 인구 감소의 원년, ‘골든타임’이 지나간다

중앙일보 2020.10.26 00:26 종합 30면 지면보기
주정완 경제에디터

주정완 경제에디터

이제는 확실히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후대의 한국인은 2020년을 어떻게 기억할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적어도 하나는 분명하다.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아진 ‘인구 감소의 원년’이란 점이다. 전쟁이나 극심한 식량부족을 빼고 평상시에 인구가 줄어든 것은 아마 단군 할아버지 이후 처음 겪는 경험일 것이다.
 

초고령사회 진입 문턱에 선 한국
막대한 의료·복지비 지출 예고
‘재정 폭주의 열차’ 빨리 멈춰야

통계청이 발표한 각종 인구 지표는 ‘불길한 미래’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올해는 처음으로 연간 출생아 수가 30만 명 아래로 내려가는 해다. 연간 출생아가 처음 30만 명대로 떨어진 것은 2017년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3년 만에 출생아 20만 명 시대가 열렸다.
 
출생아 수 감소는 대도시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젊은 층이 애를 낳지 않는다는 ‘출산파업’은 한국 사회의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 지 오래다.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출생아 수는 16만5730명(전년 동기 대비 -9.8%)에 그쳤다. 서울(-11.5%)과 6대 광역시에서 모두 두 자릿수 감소율(전년 동기 대비)을 기록했다. 서울의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당 출생아 수)은 지난해 0.717명이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는 합계출산율 0.7명 선도 무너질 판이다.
 
통계청은 올해 5005만 명인 인구수(외국인 제외)가 2038년에는 4900만 명이 채 안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18년간 인구 감소 규모가 100만 명을 넘어설 것이란 얘기다. 한국 사회에서 고령 인구가 늘어나는 속도는 마치 고속도로에서 자동차 가속 페달을 밟은 것과 비슷할 것이다. 2025년이면 한국은 유엔이 분류한 초고령사회(고령 인구 20% 이상)에 들어선다. 동시에 65세 이상 고령자 수는 1000만 명을 넘어선다.
 
2050년 무렵이면 한국 사회에서 고령 인구 비율은 40%에 이를 것으로 통계청은 추산했다. 현재의 30대가 60대가 되면 인구의 다섯 명 중 두 명꼴로 고령자라는 계산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2004년)에서 “21세기 중반이면 한국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시점과 일치한다. 최근 대중문화 트렌드가 1980~90년대를 추억하는 것처럼 30년 뒤에는 2020년 무렵을 그리워하며 “그래도 그때가 좋았지”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진지하게 묻고 싶다. 한국은 5년 뒤 초고령사회 진입과 그 이후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을까. 사실 노후 준비는 개인에게만 중요한 게 아니다. 국가 차원에선 더욱 절실한 문제다. 만일 개인이 ‘노후 빈곤’에 빠지면 국가에 도움을 청해볼 수 있다. 그런데 국가가 빈곤해지면 아무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
 
갈수록 빨라지는 인구 고령화의 시계는 막대한 의료비와 복지비 지출을 예고한다. 건강보험공단의 ‘노인 의료비 중장기 추계’에 따르면 올해 35조원을 넘어선 노인 의료비는 5년 뒤 58조원에 육박한다. 이어 2035년에는 123조원을 넘어선다. 이때쯤이면 한국의 고령 인구는 1500만 명을 돌파한다.
 
연금 재정의 문제도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해인 2022년이면 연금충당부채는 100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장래에 연금 수급자들에게 줄 돈을 현재 가치로 계산한 금액이다. 국민연금을 제외하고 공무원·군인연금만 따진 게 이 정도다. 국민연금은 2054년 무렵이 되면 완전히 바닥을 드러내고 한 푼도 남지 않는다. 이때부터 매년 수백조원의 국민연금 지출은 전액 세금에서 충당해야 한다. 국가가 이 돈을 감당하려면 현재의 몇 배로 세금을 올려야 할지도 모른다. 결국 미래 세대에게 막대한 빚과 암울한 계산서만 떠넘길 뿐이다.
 
물론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특수한 사정이 있긴 하다. 하지만 언젠가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재정 폭주의 열차’를 멈추게 하기는 쉽지 않다.  
 
마침 국책연구원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나왔다. 김우현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건전 재정은 장기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는 재정지출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준비”라며 “다음 세대가 그때의 상황과 환경에 맞게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재정적 여력을 확보해 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도 돈 쓸 일이 ‘태산’인데 현재 세대가 미리 다 써버리면 안 되고 ‘건전한 재정’으로 미래 세대가 쓸 돈을 남겨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전혀 귀담아듣는 것 같지 않다. 미래 세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이래선 정말 곤란하다.
 
주정완 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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