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명희의 미래를 묻다] 첨단 인공위성은 왜 초정밀 지구촌 영상을 찍을까

중앙일보 2020.10.26 00:21 종합 28면 지면보기

공간정보 기술 패권 시대

조명희 국회 국토공간정보정책포럼 공동대표

조명희 국회 국토공간정보정책포럼 공동대표

1957년 옛 소련이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한 뒤 미국과 소련 간 우주 경쟁이 본격화했다. 미국은 1960년 타이로스라는 최초의 기상위성을 쏘아 올렸고, 이어 유인 우주선 제미니·아폴로 등을 우주로 보냈다. 1972년에는 ‘지구자원기술위성(earth resources technology satellite)’이라는 이름의 관측 위성을 발사했다. 훗날 ‘랜드샛(Landsat)’이라 바뀌어 불리게 된 이 위성은 지금도 30m 해상도의 네모 격자 단위로 지구를 샅샅이 관측하고 있다.
 

사물의 위치·특성·움직임·환경을
정밀 영상과 결합한 공간 데이터
생활방식과 경제·문화 구조 바꿀
스마트 시티 등 4차 산업혁명의 기반

민간 회사에서도 초정밀 지구관측 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1999년 발사된 1m 고해상도 관측위성 이코노스는 구글 어스를 통해 전 세계의 위치·영상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일론 머스크가 세운 우주개발 벤처 스페이스X는 지구 궤도에 소형 통신위성 수백 개를 촘촘히 쏘아 올려 전 세계인들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엮고 있다.
  
한국은 미국·유럽에 GPS 의존
 
그래픽=최종윤

그래픽=최종윤

우리나라는 1992년 우리별 위성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조4000억원을 들여 아리랑 위성 시리즈와 2기의 천리안 위성 등을 연이어 궤도에 올렸다. 내년에는 도로의 맨홀 뚜껑까지 볼 수 있는 50㎝급 해상도의 국토 관측 위성 1·2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농지·산림·하천·시내 같은 국토의 모습과 위치 정보, 그리고 도로·건물·교통량 등의 영상을 잡아내는 위성이다. 이 위성들이 촬영하고 수집·가공한 공간정보는 국토와 도시를 컴퓨터 속에 그대로 재현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과 미래 스마트 시티 운영의 기초 자료 등으로 활용된다.
 
우리나라는 한국형 위성항법 시스템(KPS)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내비게이션 등에 쓰는 GPS는 미국이나 유럽 등의 위성 정보를 활용한다. 쉽게 말해 이걸 국산화해 정밀도를 높이는 ‘GPS 독립’이 KPS 사업이다. 이 또한 주요한 공간정보의 하나다. 바야흐로 우주에서 촬영한 정밀 영상을 바탕으로 온갖 데이터를 결합해 다양한 공간정보를 만들어내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공간정보란 자연물과 인공물의 위치와 특징(속성) 정보다. 강의 위치·폭·깊이·수량 같은 것이다. 빌딩이라면 층수·면적과 주차 가능 대수, 현재 비어 있는 주차 공간, 1층에 입점한 점포들, 나아가 지하 식당의 방문자 리뷰까지도 포함하는 의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 또한 공간정보다.
 
공간정보라는 개념이 생긴 것은 대략 언제쯤일까. 19세기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전염병의 원인을 비과학적인 데서 찾았다. 사람 사이에 사악한 기운이 옮겨가며 돌림병을 일으킨다는 식이었다. 1854년 영국의 위생학자인 존 스노우 박사는 콜레라의 원인을 한 급수 펌프에서 찾아냈다. 환자들의 위치를 일일이 기록함으로써 환자들이 특정 지역에 밀집했고, 나아가 특정 펌프를 식수원으로 이용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공간정보를 활용한 고전적 사례다.
 
1900년대에 들어서는 측량 기술이 발달하며 정확한 지도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시간이 흘러 1990년대 전후로는 지도를 디지털화한 지리정보(GIS) 기술이 활용되기 시작했다. ‘공간과 디지털의 결합’이다. 기업들은 효율적인 물류 센터의 위치를 정하고 건설하는 작업 등에 GIS 기술을 이용했다.
 
과거의 공간정보가 단순히 지리정보를 제공해 사람이 이용하는 것에 그쳤다면,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다르다. 공간정보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증강현실·드론·디지털 트윈 같은 첨단 기술과 융·복합해 부가가치를 만드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대표적으로 내비게이션과 내 주변 맛집 정보를 생각해 보라. 익숙한 모든 것에 공간정보가 녹아 있다.
 
1854년 위생학자인 존 스노우 박사는 콜레라의 원인을 찾기 위해 공간정보를 활용했다. 콜레라 환자의 위치를 기록한 지도. [사진 위키피디아]

1854년 위생학자인 존 스노우 박사는 콜레라의 원인을 찾기 위해 공간정보를 활용했다. 콜레라 환자의 위치를 기록한 지도. [사진 위키피디아]

이제 공간정보는 사물이 이용하는 데까지 확장됐다. 미래를 이끌어 갈 무인자동차, 디지털 플랫폼 산업, 스마트 시티 등에 적용되고 있다. 내비게이션 같은 공간정보가 없는 자율주행차를 상상할 수 있는가. 온갖 정보가 다 들어 있는 디지털 플랫폼인 네이버·구글 지도 또한 마찬가지다. 이동과 시설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스마트 시티 역시 근간은 공간정보다.
 
목적지까지 가는 가장 빠르고 미세먼지가 적은 길을 사이버 공간인 ‘디지털 트윈’에 3차원으로 띄워 보여주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물론 이는 공간정보에 환경정보를 융합했을 때 일어나는 일이다. 이런 매력들로 인해 공간정보 산업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세계 공간정보 활용 시장은 670억 달러(약 76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은 공간정보의 중요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간정보 기술을 활용해 팬데믹에 성공적으로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확진자 동선을 추적해 역학 조사를 하고, 어느 약국에 마스크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알려주는 앱을 개발해 공간정보를 결합한 효율적인 안전망을 작동시켰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위성·항공사진 등을 활용한 초정밀 공간 데이터 등이 부족하다. 스마트폰이 만들어 낸 초연결 사회인 ‘포노 사피엔스’ 시대를 맞아 이런 공간정보가 생활방식과 문화·경제 구조 등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데도 그렇다. 고도화한 위성 영상과 지도·위치 데이터를 융합한 초정밀 공간 데이터 구축이 시급하다.
  
미래의 주인은 공간 정보를 지배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저서 『미래와의 대화』에서 “우리는 미래를 읽어 현재의 결정을 내린다. 미래가 현재를 창조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산업과 기술 트렌드를 읽어내는 능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현실 세계와 똑같이 꾸며진 사이버 공간의 디지털 트윈 속에서는 공간정보가 체험하듯 눈 앞에 펼쳐진다. 이는 우리의 직관적 판단 능력을 높여줄 것이고, 올바른 결정을 하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따라서 미래사회는 공간정보 사회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디지털 경제 시대에 선도형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공간정보를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공간정보를 지배하는 자가 곧 미래의 주인이다.
 
국토 정보 컨트롤 타워 ‘스마트국토관리청’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가스 폭발 사고를 계기로 95년 국가지리정보체계(NGIS)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가스관·송유관이 어디를 지나는지 정확한 정보조차 없어 사고가 난 데 대한 반성이었다. 정밀한 지도를 만들어 전산화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도심 지역은 1:1000 국가기본도(실제 크기의 1000분의 1)까지 제작했다.
 
그러나 일부 도서·산간 지역 등은 아직도 1:2만5000 축척 지도에 멈춰 있다. 홍수를 예방하는 핵심 정보인 산간 계곡의 위치와 깊이, 주변의 높이 등 상세한 지리정보가 없다. 정밀지도 기반 공간정보 데이터베이스(DB)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아 홍수와 산사태에 거의 속수무책이다. 대도시 중심의 데이터 고도화도 중요하겠지만, 공간정보 구축의 복지 실현과 양극화 해소 차원에서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한국판 뉴딜 종합 계획에서도 공간정보의 핵심이 실종됐다. 건설정보는 건축, 공간정보는 측량, 증강·가상현실은 게임, 인공지능은 컴퓨터 분야에서 제각각 개발한다. 이들을 융합해 부가가치를 내려는 고려가 부족하다. 자칫 일회성으로 데이터만 쌓아놓고 신산업으로 이어지지는 못할 수 있다. 뉴딜 관련 위원회에 공간정보 전문가들이 전무하고, 부처별로 관련 데이터 형식이 제각각이라는 점은 우려를 더한다.
 
국회 국토공간정보정책포럼은 이런 환경에서 출범했다. 4차 산업혁명의 기반 데이터인 공간정보를 어떻게 구축·활용할 것인지, 방향을 잡고자 하는 게 목적이다. 여야를 망라해 국회의원 84명이 참여하고 있다. (공동대표 더불어민주당 이광재·변재일 의원, 국민의힘 조명희·홍문표 의원)
 
지난달 24일 창립 세미나에서는 한국판 뉴딜 사업의 주요 과제로 선정된 디지털 트윈과 공간정보 정책의 문제점을 짚었다. 특히 데이터 거버넌스의 부재가 문제다. 공간정보는 다른 정보와 결합했을 때 시너지를 발휘하는데, 부처 간 칸막이로 데이터 표준화가 미흡하고 공유와 융합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각 부처에서 생산하는 국토 관련 공공 데이터만이라도 통합 관리하는 스마트국토관리청(가칭)과 같은 컨트롤 타워를 설립하자는 의견이 제기됐다. 또한 고등 교육과 필요한 직역의 공무원 임용 시험에 공간정보 시스템 과목을 포함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조명희 대표
경북대 항공위성시스템 전공 교수를 거쳐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됐다. 아시아 지리정보시스템학회 회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 국가우주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국회 ICT융합포럼 대표의원이기도 하다.

 
조명희 국회 국토공간정보정책포럼 공동대표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