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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즈칸'이란 말 쓰지 마! 중국은 왜 예민할까

중앙일보 2020.10.24 10:00

 "칭기즈칸 전시회? 그렇게 부르지 마. 절대 안 돼!"

 
칭기즈칸 동상 [셔터스톡]

칭기즈칸 동상 [셔터스톡]

 
프랑스 서부 도시 낭트에 있는 낭트 역사박물관(Nantes History Museum) 측은 최근 불쾌한 일을 겪었다.  
 
13세기에 세계를 호령한 몽골 제국 건국자 칭기즈칸(1162년~1227년)을 다룬 전시회를 정성 들여 준비하고 있었는데, 별안간 중국 정부가 시비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중국 측은 "전시회에 '칭기즈칸' '몽골' '제국'이란 말을 써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또 전시회 팸플릿과 관련 책자 편집권을 달라고까지 했다.  

시진핑 주석 [AP=연합뉴스]

시진핑 주석 [AP=연합뉴스]

 
중국 네이멍구 박물관(내몽골 박물관)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전시회이긴 했지만, 이건 너무 심한 요구였다. '칭기즈칸 전시회'에서 '칭기즈칸'이란 단어를 빼라니. 또, 몽골 제국의 건국자인데 '몽골'이란 말을 어떻게 지우란 말인가.
 
낭트 역사박물관은 반발했지만 중국 측은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낭트 박물관은 전시회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검열'을 받고서는 전시회를 진행할 수 없다"며 "스톱"을 외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왜 그랬을까.
  
 지난 9월 내몽골자치구에서 일어난 시위 [AFP=연합뉴스]

지난 9월 내몽골자치구에서 일어난 시위 [AFP=연합뉴스]

 
잠시, 요즘 중국 네이멍구(내몽골자치구)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자.  
 
지난 9월 네이멍구 주민 수천 명이 '더 이상 못 참겠다'며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였다. 이 지역에는 중국의 소수민족 중 하나인 몽골족(독립국가 몽골의 '몽골인'과 같은 민족이지만 중국 국적)이 살고 있는데, 중국 중앙정부가 중국어 교육을 강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단순한 중국어 교육 강화가 아니었다. 몽골어로 가르치던 초등학교 문학 과목을 앞으로 중국어로 가르치겠다는 방침이었다. 다른 과목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있었다. 중국 정부가 수십 년째 진행하고 있는 '한족 동화정책'의 일부다. 중국은 소수민족의 문화를 존중하기보다는 이들이 한족(중국의 중심 민족)을 따르기를 원한다.  
 
네이멍구에 살고 있는 580만 몽골족은 위기감을 느꼈다. 몽골어가 이런 식으로 점차 사라진다면 몽골 고유의 문화, 나아가 몽골족도 사라질 게 뻔했다. 이들이 폭력적인 진압에도 거리로 나온 이유다.  
 
 중국의 내몽골자치구 풍경 [연합뉴스=신화통신]

중국의 내몽골자치구 풍경 [연합뉴스=신화통신]

 
다시 첫 번째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같은 맥락에서 중국 정부는 칭기즈칸이 '몽골인'으로 부각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위대한 중국인'으로 홍보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낭트 박물관 측에 무리한 요구를 한 것이다. 사실 칭기즈칸을 아예 '중국인'으로 못 박으려 하는 이런 시도는 수년 전부터 있었다. 몽골과 네이멍구 입장에선 기가 찰 노릇이다.  
 
티베트와 신장위구르자치구 탄압에 이어 몽골 역사 지우기까지 나선 중국 정부에 세계는 곱지 않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은 "몽골족의 싸움은 단순히 언어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언어를 잃게 되면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정치적 자유, 고유의 유목 생활방식 등을 빼앗긴 상황에서 또 "문화적 학살"을 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중앙포토]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중앙포토]


눈길을 끄는 점은, 몽골족을 탄압하고 칭기즈칸이 중국인이란 억지를 부리면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꿈은 '21세기의 칭기즈칸'이란 점이다. 육해상 실크로드를 재건해 세계로 나아가겠다는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그 야망의 정점이다.  
  
그러나 다양한 문화를 이해, 존중하지 않고 세계로 뻗어나가겠다고 꿈꾸는 것은 어불성설 아닐까. 더 디플로맷은 이렇게 꼬집는다.
 
"실크로드가 번창했던 것은 그 길을 오가는 수많은 문화를 서로 인정하고 수용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지금처럼 소수민족을 억압한다면 '새로운 실크로드'는 그저 꿈으로 남을 것이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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