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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찜한 독감 백신 ‘계속 접종’

중앙선데이 2020.10.24 00:24 708호 1면 지면보기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후 사망 신고 사례가 36명에 달했다. 제조번호(로트번호)가 같은 백신을 맞고 숨진 사례까지 나오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역학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주일 정도 접종을 중단하자는 권고가 나오지만, 정부는 “문제없다”며 접종 계속 결정을 내렸다.
 

사망 신고 36명으로 늘었는데
질병청 “지자체가 결정하지 말길”
“백신 문제 없다” “강행 필요 있나”
전문가 그룹도 접종 의견 엇갈려

질병관리청은 23일 충북 오송에서 예방접종피해조사반회의를 열어 독감 백신과 사망 간의 관련성 등을 논의한 결과 접종사업을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질병청은 “사망 신고사례를 심의한 결과 백신 접종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24일 오전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열고 향후 접종계획에 대해 추가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질병청은 이날 오전 보건당국과 협의 없이 지방자치단체가 단독으로 독감 백신 접종 중단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최근 독감백신 접종 후 고령층을 중심으로 사망자가 잇따르면서 서울 영등포구, 경북 포항시 등 일부 지자체는 자체적으로 접종 유보 결정을 내렸다. 이날 오후 1시 기준으로 전국에서 집계된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신고 사례는 36명이다. 하루 만에 10명이 더 늘었다.
 
일부 전문가는 국민이 불안을 느끼는 상황에서 접종을 강행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반응이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난 10년 동안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이 25건인데 올해는 일주일 동안 30건이 넘었다”며 “접종하러 갈 정도면 몸 상태가 괜찮았다는 건데 급사한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만큼 부검 등 면밀한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접종을 중단하는 편이 낫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역시 백신 접종과 사망의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예방접종을 일주일간 잠정 유보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는 백신 접종을 중단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부검 결과에서 백신이 사망의 원인이라는 증거가 없고, 백신 자체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사망자 가운데 제조번호가 같은 백신을 맞은 사례가 4건 8명이 확인됐지만, 통상 같은 제조번호의 백신을 5만∼15만 명이 맞는다. 특정 제조번호에만 사망자가 집중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한국백신학회도 “올해는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 유행이 우려돼 소아청소년과 고령자,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면역저하자에 대한 독감 백신 접종을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감 백신의 안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 질병청에 따르면 독감 백신 접종으로 인한 급성과민반응(아나필락시스) 사례는 미국의 경우 100만 명 당 2명, 국내에서는 100만 명당 0.65명꼴이다. 올해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 가운데 아나필락시스가 의심되는 경우는 현재까지 1건이다. 지금까지 백신 접종자는 1500만 명이다. 지난 19일부터 만 70세 이상 무료 독감 예방접종에 이어 26일부터는 만 62~69세가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다. 김탁 순천향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 백신은 죽은 바이러스를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며 “상온 노출 등의 사고가 날 경우에도 약효가 없는 ‘물백신’이 될 수는 있지만, 바이러스 활성화로 중증 이상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은 작은 편”이라고 말했다. 민양기 의협 의무이사는 “우리도 접종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접종 중단이 아니고 일주일 잠정 유보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우·백민정·김나윤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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