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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봉쇄 방역’ 한계, 보호 면역 고려한 새 전략 세울 때

중앙선데이 2020.10.24 00:21 708호 28면 지면보기

러브에이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초기에 시작된 공포감에 피로감이 더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미 4000만 명 이상의 감염자와 110만 명이 넘는 사망자를 초래한 이 역병의 행보가 아직은 전초전에 불과하며 지금부터 본격적인 활동이 전개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이달 들어 국가별로 매일 만 명 단위의 신환이 보고되면서 2차 대유행이 시작됐다.
 

확진자 수 따른 방역 단계 조절
사회·경제 불확실성 피해 눈덩이

공존 불가피해진 신종 감염병
한국 3000만 명 집단 면역 필요
지속 가능한 새 버전 K방역 기대

지난 세기 팬데믹을 초래했던 호흡기 바이러스들은 모두 겨울철 끝자락에 은밀히 출몰해 봄·여름에 대륙을 넘나들다 북반구에 가을이 오면 대규모 유행을 일으켰다. 호흡기 바이러스가 태생적으로 추운 날씨를 선호하는 데다, 겨울에는 방역 당국이 강조하는 3밀(밀폐·밀집·밀접) 환경을 피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코로나19도 섭씨 8.72도일 때 전염력이 가장 강하다.
  
확진자 수에 연연할 필요 없어
 
우리나라는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환자 발생 후, 확진자 수를 100명 이하로 유지하려는 정부의 방역 지침에 온 국민이 모범적으로 동참해 왔다. 덕분에 K방역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런데 또다시 큰 산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지금까지 K방역의 핵심은 환자·예비 환자를 추적·검사해 치료·관리하고 일별 확진자 수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조절하는 방법이다. 방역이 강화되면 확진자 수는 줄지만 실업률 증가, 청년 구직난, 폐업, 파산, 마이너스 성장 등 경제적 피해도 늘고 심신 건강도 해치기 쉽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성장기 어린이들이 또래와 어울리면서 익히는 사회화 과정을 박탈당하는 상황이다. 저소득층 자녀들은 집안에 방치될 위험도 크다. 중·고등학생이 처한 상황도 비슷하다. 서구 선진국들이 코로나 확산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가을 학기 등교를 감행한 이유다.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 가족 내 갈등이나 폭력 위험성도 커진다. 과연 앞으로도 1년 이상 지금까지의 방역 체계를 고수하는 것이 옳은 걸까. 특히 지금은 팬데믹 초기와 달리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 많이 알게 됐고 치료법도 개선된 상황이다.
 
코로나19 감염의 가장 큰 특징은 고령층은 집중적으로 괴롭히지만 건강한 어린이·청소년·청장년 등은 대부분 무증상 혹은 가벼운 감기처럼 지나간다는 점이다(표 참조). 이런 현상은 치료제를 복용하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환자도 동일하다. 학생과 청년들의 활동 범위를 넓혀 줄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물론 젊은 층의 활동성이 늘면 무증상 감염자도 증가한다. 따라서 이들로부터 노약자를 보호할 현실적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참고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자 노인 인구가 28%인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사망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마스크 착용 등으로 다른 호흡기 질환이 줄어 올해 7월까지 사망자는 전년 대비 1만8000여 명이 줄었다. 유독 코로나19 확진자·사망자 숫자에만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코로나19 치료 방법도 좋아졌다. 일례로 일반적인 폐렴과 달리 면역반응을 교란하면서 급속히 폐렴으로 진행하는 특징 때문에 스테로이드 치료에 좋은 반응을 보이는 사례가 많다. 실제 치료법을 잘 모르던 3월 27일에 확진된 영국의 56세 존슨 총리는 자가 격리 중 상태가 나빠져 중환자실 치료를 받고 4월 12일에 퇴원했다. 반면 74세 비만(110kg, 190cm)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입원 당시 산소포화도가 떨어질 정도였지만 신속한 스테로이드 치료 덕분에 3일 만에 퇴원했고 이틀 후부터 업무에 복귀할 정도로 경과가 좋다.
 
보다 고무적인 소식은 마스크가 바이러스 차단 효과뿐 아니라 소량 묻은 바이러스를 통해 무증상 감염 가능성을 높인다는 보고다. 지난달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발표된 내용인데 마스크 착용으로 인두 접종(variolation)처럼 일종의 예방접종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똑같이 고립된 크루즈에서 코로나19가 집단 발병했지만 마스크를 안 쓴 프린세스 다이아먼드호 감염자들은 20%만 무증상이었던 반면, 탑승자 전원이 마스크를 착용했던 아르헨티나 크루즈 감염자는 81%가 무증상이었다.
 
백신 개발돼도 일부 자연 면역 필요
 
코로나19는 인류와 공존할 것이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보호면역(집단면역)에 필요한 3000만 명이 면역성을 가져야 한다. 지금 개발되는 백신이 50%의 효과를 보이면서 출시된다면, 내년 말까지 국민 3000만 명이 접종을 받고 1500만 명은 면역을 얻을 것이다. 나머지 1500만 명은 감염 후 자연면역을 얻은 사람으로 채워져야 한다. 하루 확진자 발생 100명을 목표로 한 방역으로는 1년 후 증가할 자연면역 인구는 4만 명뿐이다.
 
교통사고 위험을 피하기 위해 무작정 차량 통행을 금지할 수 없듯, 무증상 감염자가 50%인 전염병 방역을 팬데믹 초기에 사용했던 방식으로 끝까지 끌고 가기는 힘들다. 결국은 젊은 층을 통해 집단 면역을 높이는 방법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진영 논리로 사회가 양분된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국민의 심신 건강 지수를 높이기 위해 이른 시일 안에 지속 가능한 새로운 버전의 K 방역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황세희 국립중앙의료원 건강증진예방센터장
서울대 의대 졸업 후 서울대병원에서 인턴·레지던트·전임의 과정을 수료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MIT에서 연수했다. 1994년부터 16년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로 활동하면서 ‘황세희 박사에게 물어보세요’ ‘황세희의 남자 읽기’ 등 칼럼을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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