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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못해"···짝퉁 '코로나 라이브'에 당황한 원조 20대 개발자

중앙일보 2020.10.23 16:12
드라이브 스루 코로나 19 검사. 연합뉴스

드라이브 스루 코로나 19 검사.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신규 확진자 현황을 실시간 공개해 화제를 모은 ‘코로나 라이브’ 사이트. 네이버·다음 같은 인터넷 포털에서 ‘코로나 라이브’를 검색하면 두 개 홈페이지가 나온다. 이름이 같고, 홈페이지 설명도 비슷하다. 주소(URL)마저 특수문자 하나만 다르다. '원조'를 만든 20대 창작자가 본지에 속마음을 털어놨다. 
 

"유명해지니 똑같은 사이트가…"

코로나 라이브 사이트를 처음 만든 건 호주 멜버른대 컴퓨터공학과에서 1학년을 마친 홍준서(20)씨다. 홍씨는 지난 8월 25일 이 페이지를 만들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매일 0시 기준 확진자 수만 공개하는 것과 달리 홍씨는 전국 지자체별 실시간 공개하는 확진자 발생을 곧장 집계한다. 지자체에서 발송하는 재난문자를 취합하는 식이다.
23일 포털에서 '코로나 라이브' 키워드로 검색한 화면. 맨 위가 홍씨가 만든 사이트다. [네이버 캡처]

23일 포털에서 '코로나 라이브' 키워드로 검색한 화면. 맨 위가 홍씨가 만든 사이트다. [네이버 캡처]

코로나 라이브는 처음 나오자마자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유명세를 탔다. 이후 같은 이름의 웹페이지가 하나 더 나왔다. 홍씨가 만든 코로나 라이브와 인터페이스(UI)는 물론 확진자 집계 방식도 비슷하다. 다만 뒤늦게 만든 사이트에는 광고가 붙어 있다. 홍씨는 “코로나 정보를 쉽게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다 사이트를 만들었다"며 "정확한 확진자 수 전달이란 원래 목적과 달리 광고 수익을 노리는 유사 사이트가 나와 황당하다”고 말했다.
 

중복에 집계 오류도

7월 만든 '코로나 라이브'와 비슷한 사이트의 실시간 확진자 현황. 전북 정읍 확진자 5명을 잘못 표시했다. [홈페이지 캡처]

7월 만든 '코로나 라이브'와 비슷한 사이트의 실시간 확진자 현황. 전북 정읍 확진자 5명을 잘못 표시했다. [홈페이지 캡처]

유사 사이트를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오류가 눈에 띈다. '일부 언론에서 가족 확진자 5명이 발생했다는 것은 오보임을 알려드린다'는 전북 정읍시 재난문자 메시지를 기반으로 정읍에서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표시한 식이다. 부산 북구에서 확진자 동선을 추가로 공개하는 문자를 보낸 것을 기반으로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표시하기도 했다. 재난 문자를 모두 확진자 발생으로 분류하다 보니 이미 확진자로 집계한 인원을 중복으로 집계했다.
 
다른 지역 확진자의 방문 사실을 알리는 지자체 문자를 해당 지역 확진자로 분류하기도 했다. 경북 상주 21·22번 확진자가 경기 과천을 경유했다는 과천시청 메시지를 과천에서 2명의 확진자가 나온 것으로 체크하는 식이다. 홍씨는 "이 사이트의 생명은 신속성과 정확성인데 유사 사이트는 부정확한 정보를 이용자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씨 "난 일일이 확인"

홍씨가 만든 사이트 역시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지자체별 재난 문자를 수집해 실시간 확진 상황을 업데이트하며 해당 문자를 하나하나 확인한다”며 “확진자 발생, 동선공개, 단순 유의사항 전파 등 다양한 문자 메시지가 발송되기 때문에 이를 모두 점검해야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자가 중복될 가능성도 있어 지자체 홈페이지에서 비교하는 절차까지 거친다”고 덧붙였다.
 
홍씨가 만든 ‘코로나 라이브’ 조회 수는 23일까지 3800만여회에 달한다. 이번 주에만 일평균 80만명가량 방문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 441명이 나온 8월 27일 가장 많은 270만 조회 수를 기록하는 등 확진자 수 증감에 따라 조회 수에 차이가 난다. 그는 뒤늦게 만든 사이트와 달리 광고를 걸지 않아 홈페이지 운영을 통한 수익을 올리지 않는다.
 
홍씨는 유사 사이트로 인해 ‘코로나 라이브’ 신뢰가 떨어지거나 잘못된 정보로 피해를 보는 사람이 나올 수 있다는 이유로 법률 상담을 받고 있다. 김상균 변호사(법무법인 태율)는 “소송이나 법적 조치를 통해 제재를 가하기는 어렵다”며 “홈페이지 이용자가 잘못된 정보에 속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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