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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김경율의 직설 "사모펀드 덮으면 '586 정신'은 사기다"

중앙일보 2020.10.23 15:23
“유망 기업 거덜내는 탐욕 자본, 선진금융기법 악용해 서민 등쳐”
“정·관계 개입한 사기 행각 벌어지는데 사정·금융 당국 감시망 실종”

[커버 스토리 | 독점 인터뷰]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10월 13일 월간중앙과 인터뷰에서 최근 잇따르는 사모펀드 사태의 본질을 ’초심을 잃은 586이 탐욕자본과 결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10월 13일 월간중앙과 인터뷰에서 최근 잇따르는 사모펀드 사태의 본질을 ’초심을 잃은 586이 탐욕자본과 결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핵심은 거대한 금융사기극에 권력이 개입됐느냐다. 경우에 따라 정권에 치명상을 입힐 게이트로 비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와 여당의 태도는 자신만만하다. 실체를 규명할 검찰권력과 여의도 정치권력을 이미 장악한 시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론의 무대가 심상치 않다. 한때 여권의 가장 든든한 우군이었던 베테랑 논객들이 친문이 구축한 여론의 철옹성을 끊임없이 난타하고 있다. 선봉에 참여연대 출신의 김경율 경제민주주의21 대표가 있다. 언론매체와 온라인을 오가며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본질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권경애 변호사, 서민 단국대 교수와 함께 ‘문재인 정부 저격수 4인방’으로 불린다. 친문 진영을 향해 연일 맹렬한 폭격을 퍼붓는다.
 
김 대표에게 이 사태의 본질을 물었다. 10월 13일 저녁 월간중앙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김 대표는 네 시간에 걸쳐 열변을 토했다. 이번 사태를 문재인 정부와 86그룹의 이중성을 유감없이 드러낸 사례라고 지목했다. 이 사태가 위선의 가면을 벗겨낼 기회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이 정부 들어 사모펀드가 연일 문제를 일으킨다. 사모펀드가 왜 위험한가?
 
“쉽게 말해 다중의 호주머니를 털어가기 때문에 피해 범위가 넓다. 그래서 사태의 심각성이 크고 엄중히 다뤄야 한다. 사모펀드 문제가 나오면 자연히 무자본 인수합병(M&A)이 나온다. 무자본 M&A를 시도하는 선수들이 휩쓸고 가면 멀쩡했던 회사가 작살난다.”
 
돈을 안 들이고 회사를 인수한다는 건가?
 
“사채업자한테서 돈 빌려 상장 기업을 인수하고, 그 회삿돈으로 빚을 갚는 방식이다. 유망했던 중소기업이 돈 뜯기고,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는다. 선량한 투자자뿐만 아니라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까지 괴멸되고 마는 악질이다. 기업사냥꾼이라는 말조차 아깝다.”
 
5년 전쯤에도 당시에는 친노, 지금의 여권 인사가 오르내린 금융사기가 있었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가 그거다. VIK는 주로 의정부 쪽 서민의 돈을 빼돌렸고, 라임은 강남 부자들을 상대로 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요즘 돈을 맡길 투자처가 없지 않나. 그러니 낮은 수익률이라도 기대하고 사모펀드에 돈을 넣는 것 같다.”
 
VIK도 투자자 3만여 명에 투자금이 1조원 가까운 대형 사건이었다. 단군 이래 최대 금융사기라고도 했고. 옵티머스는 그에 비하면 규모가 크진 않아 보인다.
 
“최근의 언론보도가 집중되기 전까지 옵티머스는 라임이나 VIK에 비해 주목도가 낮았다. 라임은 1조6000억원에서 3조원이 넘는다는 말도 있고. 옵티머스는 아직 실체가 다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투자자들 중 정·재계 유력 인사가 많을 거란 말도 나오는 것 같다.”
 

사모펀드 비리는 문재인 정부에서 특화

2012년 10월 21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지지자가 문재인 펀드 출자 약정서를 넣고 있다. 천경득 전 청와대 행정관(사진)이 당시 문재인 펀드를 총괄했다.

2012년 10월 21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 지지자가 문재인 펀드 출자 약정서를 넣고 있다. 천경득 전 청와대 행정관(사진)이 당시 문재인 펀드를 총괄했다.

역대 정부에서도 금융 관련 권력형 비리가 있지 않았나?
 
“이전 정부에서는 사모펀드가 낀 권력형 비리까지는 아니었다. 이른바 게이트라고 한다면 이용호·최규선 게이트처럼 기업 하나로 장난치는 정도였다. 사모펀드는 이 정부 사람들이 특화한 거다.”
 
현 정권의 특성이란 말인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후보를 후원하기 위해 시작한 ‘노랑돼지저금통’이 사모펀드의 맹아(萌芽) 형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다 유시민씨가 2010년 지방선거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올 때 비로소 후원금 모집 방식이 펀드 형태를 띠었다. 그때 천경득 전 청와대 행정관이 역할을 했던 걸로 안다. 천경득은 유재수 공소장에도 나온다.”
 
당시 정치인 선거자금 펀드가 화제가 됐다. 모금액을 선거에 쓴 뒤 정부로부터 선거비용을 보전받으면 원금과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수준인 2.45% 이자를 주겠다고 해 많은 지지자가 참여했다. ‘유시민 펀드’가 3일 만에 목표액을 넘은 41억5000여만원을 모았다. 천경득 전 청와대 행정관은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펀드’ 운영팀장을 맡았다. 이때도 펀드 개설 56시간 만에 목표액 200억원을 달성했다.
 
선거자금을 펀드로 모으는 걸 보고 금융투자기법을 적용한, 세련된 정치 캠페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VIK도 그런 식으로 했던 애들이다. 국민참여당 계열이다. (유시민씨는) 특히 VIK와 연관성을 부인할 수 없을 거다. 저들이 그걸 천명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VIK 이철 대표는 2010년 유시민씨의 국민참여당 의정부지역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그가 VIK를 설립해 사기 행각을 벌이기 시작한 건 2011년 8월부터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어느 정도 관련돼 있을까?
 
“관련된다.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에서 사모펀드 정책을 총괄하는 국장이었으니 말이다. 유 전 부시장 공소장에도 천경득이 나오잖나.”
 
유 전 부시장의 공소장 기록에 따르면, 2017년 10월경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이던 유 전 부시장은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은 게 드러나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받게 되자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선임 행정관이었던 천 전 행정관에게 구명을 부탁했다고 한다. 그러자 천 전 행정관은 이인걸 특감반장에게 “청와대가 금융권을 잡고 나가려면 유재수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공소장에 나온다.
 
사안의 심각성에 비해 구조가 복잡하다. 국민이 이해하기 힘들면 경중이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조국 사태 때 사모펀드, 코링크PE 문제가 나오자 조국 편에 붙은 언론들이 사모펀드라는 가림막으로 자금 흐름을 가렸다. 사모냐, 공모냐를 따지는 것보다 중요한 건 자금 흐름이다. 그럼 본질이 뚜렷해진다. 그런데 조국 때에도 보면 ‘블라인드 펀드이므로 알 수 없다’는 둥 ‘금융당국이 개입할 권리가 없다’는 둥 엉뚱한 논리로 방어막을 쳤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이 개입하기를 꺼리는 건가?
 
“라임펀드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입장은 조국 사태 때와 다르지 않다. 국회에 가서도 개입할 여지가 없다고 하지 않았나. 안에서 횡령이 이뤄지고 무자본 M&A가 이뤄지는데 당연히 개입해야 하는 게 당국의 역할인데도 다른 얘기를 해댔다.”
 
그래서인지 이번 사모펀드의 본질이 손에 확 잡히진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친구 넷이서 5000억원을 모았다. 여기서 4000억원을 우리끼리 먼저 꿀꺽했다. 이제 나머지 1000억원으로 투자자들한테 원금과 이자를 줘야 한다. 그래서 주가를 띄우는 거다. 유력 정치인이 내 친구고, 산자부가 발표할 정책 프로젝트 자료를 미리 빼내서 우리가 그런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하는 거다. 산자부 발표가 나오고 우리 주가가 오르면 1000억원이 일순간 6000억원이 된다. 그럼 5000억 원금 돌려주고도 20%씩 수익을 붙여줄 수 있다. 이미 우리 4명은 1000억원씩 챙긴 거고. 라임이나 옵티머스나 기본적인 속성이 다 이런 식이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폰지사기(돌려막기식 다단계 금융사기)와 다른가?
 
“폰지는 앞선 투자자한테 돈을 주려면 계속 새로운 투자금을 끌어모아야 한다. 그래서 돈이 바닥나는 어느 시점에는 튀어야 한다. 사모펀드는 한꺼번에 모아서 몽땅 써버리는 거다. 기본적인 속성이 다르다. 그래서 폰지라고 보긴 어렵다.”
 
라임자산운용이 하는 엉뚱한 짓을 금융당국이 충분히 감독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저도 의문이다. 라임 곧 터진다고 한 게 꽤 오래전부터다. 2000억원으로 1조8000억원을 만들어야 하니 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부실한 기업 잡아서 바이오나 이차전지로 띄우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주가조작의 전형이 이런 하이 리스크 아이템이다.”
 
 

발 빼는 금융당국과 선 긋는 여권

 
금융당국은 뭐 했던 건가?
 
“금감원이 방관한 거다. 옵티머스 이상하다, 라임 이상하다고 사람들이 수차례 민원을 넣었는데도 자기들 소관이 아니라고 뭉갰다. 국정감사장에서조차 그렇게 나오니…. 과거에 회계법인과 참여연대에 있을 때 금감원 사람들한테 어떤 범법행위를 귀띔해줘도 저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다. 법 해석을 소극적으로 하는 것도 문제다. 어지간한 주가 조작 사건으로는 감옥까지 가지도 않는다.”
 
펀드란 건 투자 목적과 대상을 미리 밝히지 않나. 투자계획이 달라졌을 때 금융당국이 통제하는 장치가 없나?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잘 지적했더라. 적발할 기회가 몇 번 있었다. NH투자증권에서 판매할 때 한국도로공사 매출 채권에 투자한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럼 실제 그 채권에 투자한 건지 판매사도 당연히 봐야 하는데 안 했다. 금융당국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사모펀드 수는 엄청나고 직원이 적어서 다 들여다볼 수 없다는 식으로 변명한다. 누가 일일이다 보라고 하나. 우범지대 위주로 순찰해야 할 것 아닌가.”
 
이 지경에 이른 게 관료들의 무사안일주의 때문일까, 정치권이 개입해서일까.
 
“저는 후자라고 본다. 민주당 내 관계자가 귀띔해준 게 있다. 김병욱 의원(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의원들한테 2차 보충질문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정무위는 금융감독원을 관장한다.) 윤관석 의원(정무위원장)도 나서서 관련 질의 못하게 했다고 하더라.”
 
그럼에도 펀드 사태와 권력의 관계를 입증할 결정적 한 방이 부족해 보인다.
 
“김봉현이 청와대까지 손을 뻗었다고 주장하지 않았나. 돈을 준 사람은 그걸 꼭 기억해둔다. 자기를 지키는 길이니까.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객관적인 증거를 갖고 오라고 하는데, 어느 미친놈이 뇌물 주고받을 때 증거를 남기나?”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라임 사태의 배후 인물이다. 그는 10월 8일 법정에서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5000만원을 건넸다고 증언했다. 또 지인들에게 ‘나는 경비를 아끼지 않는다’, ‘금감원이고 민정수석실이고 다 내 사람’이라며 정치권 인맥을 과시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금감원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실로 파견 나간 고향 친구에게 뇌물을 주고 금감원의 라임자산운용 검사계획서를 빼돌리기도 했다.
 
 

매듭의 실마리, 이진아 전 민정수석실 행정관

김봉현 전 회장이 거짓으로 정권을 겁박한 것일 수도 있지 않나.
 
“애초에 자신들의 사업 구도가 정부의 산업정책과 관계돼 있었다. 산자부에서 VIP 보고용 대외비 자료가 지속해서 유출되기도 했고.”
 
2018년 3월 라임자산운용의 자금을 빌려 수원여객을 인수한 사모펀드 운용사인 스트라이커캐피탈은 수원여객을 통해 전기버스 사업에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수원시가 시내버스 1000대를 전기버스로 교체한다는 계획이 들어 있는 산자부의 대통령 보고용 대외비 문건을 사전에 입수했고, 수원여객은 수원시와 시범사업을 위한 협약을 맺으며 국내 전기버스 운송업계 선두주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래도 아직 권력형 게이트라고 단정하기엔 정황뿐이잖은가. 여권의 관련 인물들과 민주당은 연루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데.
 
“이진아 전 청와대 행정관만큼 이 사건이 권력형 범죄일 가능성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있겠나. 이 전 행정관은 옵티머스 지분 9.8%를 갖고 있었고, 해덕파워웨이를 무자본 M&A 하는 데 필요했던 셉틸리언 지분 50%를 가진 최대 주주다. 자본시장에서 이른바 ‘선수’로 뛴 거로 보인다. 그런 사람을 민정수석실의 행정관으로 심었다는 게 나는 실감이 안 난다. 그것도 조국 사태로 한창 사모펀드 문제가 지적되던 2019년 10월이었고, 그 전부터 무자본 M&A가 언론에 회자되기도 했다. 민정수석실에서 그걸 어떻게 모를 수 있을까? 이진아 행정관 임용 과정에 그걸 스크린 못했으면 무능한 거고, 알면서 뽑았으면 더 큰 문제다. 그를 추천한 사람이 과연 누구일까? 이보다 더 완벽하게 옵티머스가 권력형 범죄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어디 있겠나?”
 
변호사인 이 전 행정관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민정수석실에서 행정관으로 있었다. 최근 구속된 옵티머스 사내이사 윤석호 변호사(구속)와는 부부다.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공개지지했고, 강기정 전 수석, 이종걸 전 민주당 의원 등이 국정원 댓글 관련 사건으로 기소되자 이광철 청와대민정비서관과 함께 변호인단으로 참여했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당무감사위원을 지냈다. 당시 당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었고, 당무감사위원장은 김조원 전 민정수석이었다. 청와대 행정관이 된 뒤에도 옵티머스 지분을 차명 전환해 보유하다가 지난 6월 수사가 시작되자 청와대를 나왔다.
 
옵티머스에 투자했던 여러 공공기관 중 한국농어촌공사의 사외이사가 이진아 전 행정관인 점도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 석연치가 않다.
 
“공공기관이 위험상품에 투자한다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런 펀드에 돈을 넣었다는 것 자체가 감사에서 지적사항이다. 정상 펀드에 넣는 것도 쉬운 게 아니다. 기관마다 까다로운 투자지침과 기금운용 준칙이 있다.”
 
농어촌공사는 사내근로복지기금 30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넣었으나 아직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한국마사회와 한국전력, 한국건설관리공사도 각각 20억, 10억, 20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다. 모두 사내 근로복지기금이다.
 
 어찌 보면 공공기관들은 피해자일 수 있다. 만약 유력 인사들도 투자자에 포함돼 있다면 저들도 피해자 아닌가?
 
“피해자라고 단정할 순 없다. 실력 있는 누군가의 지시 없이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투자금을 우선 환매하는 식으로 유력 인사들을 특별 관리하는 방법도 있다. 유력자 명단이 조금씩 나오고 있으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뚜껑 열기도 전에 ‘가짜’라는 여권

10월 13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오종택 기자

10월 13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오종택 기자

이낙연 민주당 대표도 구설에 올랐다.
 
“금액이 적다고 사소하게 볼 일은 아니다. 회계감사에는 양적 기준과 질적 기준이 있다. 복합기 공여 사용료 70만원을 받은 것 자체는 문제가 안 될 수 있다. 다만 편의 제공을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인 게 문제다. 목적 없는 뇌물은 없는 법이다.”
 
각종 의혹을 모아보면 그럴듯한데, 개별로는 딱 떨어지는 게 없다.  
 
“김봉현의 강기정 5000만원 제공 주장이나 여러 내부 문건, 투자자 명단 이런 것 하나하나가 심각한 이야기들이다. 이런 게 나왔는데 검찰이 검찰총장에게 보고도 안 했다? 깜찍한 주장이다. 수사 의지가 없다는 걸 드러낸 거다. 윤석열이니 조국이니 이런 거 다 걷어내고, 무자본 M&A는 패악이다. 이런 풍토를 조성하고 연결된 사람들 다 쓸어내야 한다.”
 
한국의 검찰이 해야 할 일이 무얼까?
 
“지금 여러 정황이 쏟아지고 있는데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여당 지도부는 이 모든 게 가짜라고 한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수사를 통해 당연히 검증해야 할 일들인데 신빙성이 없다고 묻어버린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검찰이 지금 시점에서 응당 해야 할 조치를 든다면?
 
“검찰이 수사 의지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면 특검을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거다. 지금이라도 자금 흐름을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갔는지 말이다. 저는 이게 금융사건의 첫 단추이자 기본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여권에선 게이트로 커질 가능성을 작게 보는 것 같다.
 
“게이트로 비화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이진아 전 행정관이 핵심이라고 보진 않지만, 그를 통해 권력형 게이트로 진입할 거라고 본다. 이 전 행정관을 누가 청와대로 불러들였는지, 어떻게 청와대 행정관으로 가게 됐는지를 확인하면 된다. 조국 펀드와 라임 사태로 한창 시끄러울 때 무자본 M&A의 ‘선수’를 청와대, 그것도 민정수석실에 앉혀놓았으니 이게 그럴 수도 있는 보통 일인가?”
 
김경율 대표가 이 전 행정관을 눈여겨보는 이유는 그가 집필에 참여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일명 ‘조국흑서’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책에서 이렇게 썼다.
 
“민정수석실은 정보를 취급하는 곳이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사모펀드가 투자하기 좋은 기업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국가보조금을 받을 사업이나 국가정책으로 폐지될 사업에서 엑시트(exit)할 시기를 알 수도 있다.”
 
나아가 김 대표는 대표적인 예로 조국 전 장관 가족이 연루된 코링크PE를 들었다. 코링크PE는 사모펀드를 조성해 이차전지 사업과 암호화폐 사업에 진출했다. 조 전 장관 가족의 돈이 들어간 - 투자금이든 대여금이든 조 전 장관 가족의 주머니에서 나온 건 사실이다 - 블루펀드는 이차전지 관련 기업에 투자했다. 이 사업은 문재인 정부가 취임 직후 내놓은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정권 수혜 테마였다. 조 전 장관 일가의 이차전지 사업 진출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2017년 5월 이후에 이뤄졌다. 정부의 국정과제 발표(2017년 7월 19일)가 나오기 전이다.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궁금증이 해소되기보다 답답함이 쌓이는 느낌이 들었다. 드러난 사실관계만 놓고도 탐욕적 자본의 촉수가 정부와 여당 곳곳에 깊숙이 뻗어 있다는 심증을 갖게 한다. 다만, ‘윗선’의 연결이 확인되지 않았을 뿐이다. 도덕적 우월감을 가장 큰 정치 자산으로 삼아온 현 정부에서 왜 유독 사모펀드 문제가 끊이지 않는 걸까.
 
 

“겨우 박근혜와 비교하려고 집권했나”

김경률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문재인 정부 사람들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무오류의 착각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률 경제민주주의21 대표는 ’문재인 정부 사람들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무오류의 착각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86그룹이 살아온 신념은 자본주의의 탐욕적인 속성을 거부하거나 배제한다는 게 뼛속까지 박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정권보다 더 심한 일들에 연루된다.
 
“이 정부는 내로남불 말고는 없다. 이 사람들은 무오류성에 빠져 있다. 이건 운동의 뿌리와 관계가 있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자기들이 하는 어떤 행동도 잘못된 게 아니란 자기합리화에 능하다.”
 
그런데 왜 하필 사모펀드인가?
 
“86그룹과 벤처가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 80년대 학번들이 벤처기업을 많이 설립하기도 했다. 모험심, 기득권에 대한 저항, 새로운 질서를 주도하고 싶어 하는 욕구 등등. ‘이명박근혜’는 재벌과, 문재인은 벤처(펀드)와 함께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 정부 들어 그런 현상이 유독 심해진 속사정이 있겠다.
 
“심하게 말하자면 자본시장에서 발원한 ‘정치적 변태들’이다. 저는 진보는 망했다고 생각한다. 석고대죄해야 한다. 이렇게 난장판을 만들었는데 앞으로 무슨 발언권을 가질 수 있겠나? 겨우 박근혜랑 비교하려고 집권한 건가?”
 
초심을 잃었다고 보나?
 
“벤처 열풍의 흐름이나 사모펀드와 같은 신종 금융투자기법의 트렌드를 타고 무위도식하는 자들이다. 초심이 사라진 586은 그저 ‘기생층’일 뿐이다. 돈을 벌어본 적 없는 사람들이 제 자식은 비싼 외국 유학을 보내고.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한가? VIK, 라임, 옵티머스의 3조원에 가까운 돈은 대체 어디로 간 건가? 그걸 설명해줄 수 있는 게 권력의 개입 외에 또 있을까.”
 
친문 지지자들과 논쟁이 치열하더라. 진중권 전 교수가 촌철살인을 무기 삼아 융단폭격을 하는 전천후 폭격기라면, 김 대표는 전문지식을 무기 삼아 필요한 곳을 정밀 타격하는 요격기 같다. 친문지지자들의 문제를 뭐라고 보나?
 
“개인들이 각자의 신념과 독립성을 가진 주체로서 참여하는 게 연대의 요체다. 그런데 지금 현실을 봐라. ‘대깨문’의 주장과 행동에 주체적인 개인이 보이나? 연대는 실종되고 추종만 남았다. 이게 슬픈 현실이다.”
 
정부 비판으로 돌아서기로 한 계기가 있지 않았나?
 
“자기들 안에 있지도 않은 촛불 정신을 이야기하니 환장할 노릇이더라. 자동차로 비유하면 브레이크가 없다. 이 정부 들어 가장 기초적인 견제와 감시장치가 아작나고 있다. 회계사는 이걸 ‘내부통제구조’라고 말한다. 청와대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특별감찰관을 한 번이라도 임명한 적 있었나? 그렇다면 감시 기능을 해야 할 민정수석실은 제 역할을 했나? 문재인 정부가 사모펀드 의혹을 덮고 이대로 가면 86의 정신은 사기다.”
 
- 글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 사진 박종근 비주얼에디터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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