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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데…경유세 인상 논의 재개되나

중앙일보 2020.10.23 11:00
전국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연합회와 전국 개별화물자동차 운송사업연합회, 전국 용달화물자동차 운송사업연합회 등 화물업계를 대표하는 3개 단체는 23일 국가기후환경회의에 의견서를 전달했다. 의견서는 현재 논의 중인 경유세 방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즉각 철회해 달라고 요구하기 위한 것이다. 
 
이들은 의견서를 통해 “246만여 대 화물 운송사업자와 운전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ㆍ경제적 파장에 따른 산업 침체의 여파와 물동량 감소에 따른 수입 급감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며 “위원회가 추진 중인 경유세 인상은 미세먼지 저감효과는 미미한 반면 영세 화물 운송사업자와 운전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증세정책의 중단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2017년에도 같은 이유로 경유세 인상이 추진된 바 있으나, 소비자 반발 등으로 무산된 바 있다. 
 
경유세 인상 가능성을 놓고 화물차 업계는 물론 경유 자동차 차주 등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발단은 24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국가기후환경회의 국민정책참여단 종합토론회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지난해 4월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대책과 주변 국가와의 협력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설치됐다. 이날 열리는 종합토론회에서는 국가기후환경회의의 8대 과제 중 수송부문 과제인 ▶ 자동차 연료가격 조정, ▶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의 전환 로드맵 마련 등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진다. 
 
종합토론회에서는 일반 국민 500명이 참여해 이런 과제에 대한 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이후 자문단 회의 등을 거쳐 다음 달 말쯤 정부에 과제별 권고안을 제출한다. 권고 자체는 법적 강제력이 없지만,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맡고,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명래 환경부 장관 등이 당연직 위원을 맡고 있어 권고 내용 자체가 갖는 무게감도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전국 디젤차는 999만대 육박

화물차 업계와 정유업계 등이 걱정하는 건 종합토론회 결론의 방향이 이미 어느 정도 정해진 것 아니냐는 점이다. 화물자동차 관련 단체들과 경유차 운전자들은 '자동차 연료 조정 가격에 대해서는 경유세 인상'이 전제로 깔려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자동차 연료 가격 조정 과제의 경우 경유세 인상 시나리오만 반영돼 있다고 한다.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가격(기존 100대85)을 ▶ 100대95(OECD 평균) ▶ 100대100(생산원가 고려) ▶ 100대120(사회적 비용 고려)으로 조정하는 옵션만 있고, 이 중 한 가지를 고르도록 할 것이란 우려다. 
자동차 연료별 등록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자동차 연료별 등록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참고로 현재 경유 1L당 판매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3% 선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등록 대수는 2420만1392대다. 이중 디젤차는 998만 7325대를 헤아린다. 화물차는 361만대가량이다. 경유세 인상이 이뤄질 경우 1000만대에 가까운 경유차 차주들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단 얘기다.  
 

"전체 경유차 대상 경유세 인상은 부적절"  

도로부문 경유소비와 미세먼지 배출량.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도로부문 경유소비와 미세먼지 배출량.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더 큰 문제는 경유세를 올려도 정작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둘지 알 수 없단 점이다. 실제 경유차 판매량과 경유 소비량은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지만, 미세먼지 배출량 자체는 지속해서 줄고 있다. 한 예로 2011년 1억84만6000배럴이던 국내 경유 판매량은 지난 2017년 1억3439만3000배럴로 33.3%가 늘었지만, 경유차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1만1988톤에서 8576톤으로 되레 28.5%가 줄었다. 또 2017년 조세재정연구원·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 4대 국책연구기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OECD 평균 수준으로 경유세를 올리더라도 미세먼지의 예상 저감률은 0.2%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이와 관련 서울대 이종수 공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미 실증 연구를 통해서도 경유세 인상의 실효성이 낮다는 결론이 도출된 바 있다”며 “모든 경유차에 적용되는 경유세 자체를 올릴 게 아니라 같은 경유차라도 차종이나 연식별로 미세먼지 배출량 차이가 큰 만큼 노후 경유차를 중심으로 부담을 지우도록 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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