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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숙박이 모텔과 경쟁?" 섣불리 중재 나선 정부, '제2의 타다' 만드나

중앙일보 2020.10.22 18:56
"소비자가 원하는 숙박 형태는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관광객들은 모텔이 아닌 공유숙박을 더 필요로 합니다."
 
2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콘텐츠팩토리에서 열린 '도시민박업(공유숙박) 제도 개편 전문가 간담회'에서 이슬기 세종대 호텔관광대 교수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협회(이하 외도민협회)가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 이 교수는 2018~2019년 한국관광공사의 국민여행조사·외래관광객조사 데이터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이 교수는 "공유숙박과 모텔은 경쟁 관계가 아니다"라며 "공유숙박의 가격이 변해도 모텔 수요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기존 '모텔'은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가, 에어비앤비나 게스트하우스 같은 '공유숙박'은 품질과 다양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찾는 별개의 상품"이라고 덧붙였다.
 
22일 서울 강남구 콘텐츠팩토리에서 '도시민박업 제도 개편 관련 전문가 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이슬기 세종대 호텔관광대 교수, 구철모 경희대 호텔관광대 교수, 이병준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대준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협회 사무국장. [사진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협회]

22일 서울 강남구 콘텐츠팩토리에서 '도시민박업 제도 개편 관련 전문가 간담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이슬기 세종대 호텔관광대 교수, 구철모 경희대 호텔관광대 교수, 이병준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대준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협회 사무국장. [사진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협회]

국내 공유숙박업은 모텔을 비롯한 기존 숙박업체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도시 내 공유숙박업의 규제 완화에 기존 숙박업체들이 반대하고 있어서다. 현재 읍·면·리를 제외한 도시 내 공유숙박은 외국인을 상대로 한 영업만 가능하다. 내국인은 국내 도시 여행 중 공유숙박을 이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에어비앤비 등을 통해 해외에서 공유숙박을 체험해본 소비자들을 비롯해, 에어비앤비와 국내 스타트업들은 내국인 대상 도시 영업을 허용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갈등이 심해지자 정부는 지난 6월 '신산업 도입을 위해 모두가 한 걸음씩 양보하자'며 상생협의체 '한걸음모델'을 내놓았다. 우선과제로 '내국인의 도시 공유숙박 허용', '농어촌 빈집 활용 공유숙박' 등을 선정했다. 이중 농어촌 빈집을 쓰는 숙박 스타트업(다자요)은 지난달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사업을 허가받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21일 열린 혁신성장전략회의에서 농·어촌 빈집 숙박 서비스 '다자요'를 '한걸음모델' 첫 사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사진 기획재정부]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21일 열린 혁신성장전략회의에서 농·어촌 빈집 숙박 서비스 '다자요'를 '한걸음모델' 첫 사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사진 기획재정부]

그러나 가장 큰 시장인 '내국인 공유숙박'은 대한숙박업중앙회(이하 중앙회) 등 모텔업계의 반대에 부딪혀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도시에서 공유숙박업이 확대되면 기존 숙박업소의 생존을 위협할 것이란 이유다. 정경재 대한숙박업중앙회 회장은 "기존 모텔·호텔도 공실률 50~70%로 객실이 남아도는데, 정부가 나서서 내국인 공유숙박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숙박업계는 다중이용시설로서 재난안전법·공중위생법·청소년보호법 등 규제를 적용받는데, 공유숙박은 실거주 주택이란 이유만으로 안전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등 지금도 형평성이 어긋나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정대준 외도민협회 사무국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중앙회 소속 업체의 객실은 90만개지만, 전국 공유숙박업소 객실은 6000~7000개뿐이다. 중앙회 객실의 1%도 되지 않는 공유숙박이 위협 대상이 될 수 있느냐"며 "공유숙박은 사업장 면적이 작아 규제 적용 대상이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숙박업과 공유숙박업 규제 비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기존 숙박업과 공유숙박업 규제 비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일각에선 공유숙박을 둘러싼 갈등이 택시업계의 반발로 사업을 접은 모빌리티 스타트업 '타다'와 유사하다고 진단한다. 신구 산업 갈등 국면에서 중재를 자처한 정부가 갈등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공유숙박업의 경우, 정부가 면밀한 조사 없이 모텔과 공유숙박을 경쟁 관계로 정의해 대결 구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병준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는 "모텔과 호텔은 소비자에게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고, 공유숙박은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전혀 다른 상품"이라고 말했다. 구철모 경희대 호텔관광대 교수도 "현재 관광산업은 예약과 결제가 자동화된 것은 물론, 개개인의 숙박 콘텐트가 관광 욕구를 만들어내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며 "기존 숙박업이 체질 개선을 해야 할 문제인데, 모텔 공실률이 높단 이유로 신산업 도입을 반대할 일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정대준 외도민협회 사무국장은 "정부가 낸 한걸음모델에선 '개인 자영업자인 도시민박업자들에게 상생기금을 걷어 비싼 땅과 건물을 소유한 모텔·호텔 등 범숙박업계에 쓰겠다'는 중재안까지 나왔다"며 "정부의 목표가 공유경제 활성화인지 기득권층 달래주기인지 모르겠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타다 금지' 때와 유사하게 흘러가는 흐름에 비판이 제기되자, 정부는 이날 갑자기 상생기금 관련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상생기금 방안은 법제화가 아닌 민간 자율협약 차원에서 추진했다"며 "최근 업계의 상황에 따라 무산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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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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