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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돈 떨어지면 현금인출기 돈 뽑아”…도박 고발된 법주사 압수수색

중앙일보 2020.10.22 15:50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에 있는 법주사. 최종권 기자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에 있는 법주사. 최종권 기자

 
충북 보은 법주사에서 스님들이 상습 도박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최근 법주사를 압수수색했다. 

경찰, 최근 법주사 집무실 등 압수수색
“사찰서 승려들끼리 도박” 고발
도박 폭로한 스님은 송치 앞두고 잠적

 
 22일 조계종 관계자 등에 따르면 경찰은 2주 전쯤 수사팀을 법주사로 보내 A스님의 집무실과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했다. A스님은 도박 방조 의혹과 함께 해외 원정도박 혐의도 받고 있다고 한다.
 
 법주사 도박 사건은 지난 2월 한 신도가 “2018년 법주사 승려들이 10여 차례에 걸쳐 도박했고, 당시 A스님이 이를 알고도 방조했다”고 검찰에 고발장을 내면서 불거졌다. 고발장을 접수한 청주지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보은경찰서는 피고발인 8명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다수의 참고인과 휴대전화 내역, 통장 입출금 기록 등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2월 고발장 접수 이후 법주사 내 도박 정황을 구체적으로 폭로한 B스님의 진술에 주목하고 있다. B스님은 당시 기자회견을 통해 “2018년 3월께 일과가 끝난 저녁 무렵부터 새벽녘까지 법주사 스님들과 도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도박은 스님들이 차를 마시는 다각실에서 이뤄졌으며 돈이 모자랄 경우 법주사 앞 현금인출기에서 수차례 돈을 뽑았다”는 게 B스님의 주장이다.
 
지난 2월 법주사 경내에서 스님들이 상습 도박을 했다고 폭로한 B스님이 지난해 개원한 사찰이 2주째 문이 잠겨있다. 최종권 기자

지난 2월 법주사 경내에서 스님들이 상습 도박을 했다고 폭로한 B스님이 지난해 개원한 사찰이 2주째 문이 잠겨있다. 최종권 기자

 
 B스님은 “판돈이 300만~400만원에 달했고 돈이 떨어지면 법주사 입구의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빼서 다시 도박을 했다”며 “그렇게 도박이 끝나면 다음 날 A스님은 다른 스님들에게 ‘누가 얼마를 땄는지’, ‘누가 또 얼마를 잃었는지’를 물었다”고 주장했다. B스님은 현재 연락을 끊고 잠적한 상태다. B스님의 지인은 “2주 전에 B스님께서 ‘한동안 조용한 곳에 다녀오겠다’고 말한 뒤 소식이 끊겼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 사건의 경우 현금 인출 내역과 목격자 진술이 있다고 해도 현장에서 채증한 영상이나 사진 등 증거가 미비하면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피고발인 중에는 도박 혐의를 부인하는 사람도 있어서 주변인 진술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가 마무리 되는 대로 이달 말이나 11월 초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보은=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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