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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폭로, ‘특수통·尹라인’ 노렸나…“타격 주려는 작전” 의심

중앙일보 2020.10.22 10:48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21일 2차 '옥중 입장문'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21일 2차 '옥중 입장문'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1조원대 피해를 야기한 ‘라임 사태’의 주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재차 옥중 편지를 작성·공개해 검사 비위 및 윤석열 검찰총장 등 검찰을 공격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검찰 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윤 총장과 그의 측근, 그리고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을 솎아내서 타격을 주려는 작전이 아니냐고 의심한다.

 

김봉현 “술 접대 검사, 수사팀 동료들”

 
김 전 회장이 전날 공개한 옥중 편지에는 앞서 주장했던 검사 3명에 대한 술 접대 주장이 또다시 강조됐다. 김 전 회장은 편지에서 “이들은 예전 대우조선해양 수사팀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이라며 “(감찰) 조사에서 두 명은 이미 특정했고, 1명은 80% 정도 확실해 특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이 언급한 ‘대우조선해양 수사팀’은 지난 2016년 검찰총장 직속으로 출범한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리틀 중수부(중앙수사부)’ 평가를 받으며 출범한 특별수사단은 김기동 전 검사장이 단장을 맡고, 주영환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과 한동훈 검사장이 각각 1·2팀장을 맡았다. 이 밖에도 당시 검찰 내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검사들로 수사단이 구성됐다. 이 중 한동훈 검사장 등은 윤 총장의 측근으로 평가받는다. 일부 여권 인사들은 당시 수사단 검사 명단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며 한 검사장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1차 편지에서도 본인 사건 관련으로 알게 된 특수부장 출신 A 변호사를 통해 현직 검사들을 소개받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A 변호사는 “검찰 출신 변호사는 있었지만, 현직은 한 명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수사팀 동료’라며 “확실한 사실”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4월26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지난 4월26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김봉현, 尹에도 공세…‘백두산 호랑이’

 
김 전 회장은 윤 총장도 A 변호사와 가까운 사이였으며 검찰 수사관의 감찰을 무마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검찰에서 ‘백두산 호랑이’로 불리는 윤 총장이 당시 감찰을 받던 수사관을 위해 대검 감찰부에 전화해서 무마시켰다는 것이다.
 
‘대윤’ 윤 총장의 측근이자 ‘소윤’으로 알려진 윤대진 검사장에 대해서도 영장 관련 청탁이 이뤄졌다는 게 김 전 회장 주장이다. 윤대진 검사장은 “어느 누구에게도 청탁이나 로비를 받아본 적 없다”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밖에 김 전 회장은 도주 과정에서 검찰 측의 도움을 받았고, 라임 사태 및 정치권 로비 의혹 수사 과정에 대해서도 부당한 사례가 많았다며 “검찰 개혁, 사법 개혁이 일어나야겠구나 싶어서 이렇게 몸부림치며 부르짖는다”고 편지에 적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검찰 안팎선 “본질 물 타기…작전 의심”

 
검찰 안팎에서는 김 전 회장의 주장에 대해 그 신빙성뿐만 아니라 의도 또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 전 회장은 편지에서 ‘저의(底意)’가 있냐는 지적에 대해 “살기 위한, 살고 싶은, 살아남고 싶은 처절한 몸부림이 진짜 저의”라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본질인 라임 사태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 없이 검찰과 윤 총장을 공격하는 것은 ‘작전’ 아니냐고 의심한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편지에는 라임 사태와 관련해 피해자들에 대한 반성이나 범죄사실에 대한 내용보다도 윤 총장이나 검사들을 저격하는 내용만 잔뜩 담겼다”며 “본질인 라임 사태 대신 검찰 비위 의혹으로 물을 흐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도 “의혹에 대한 사실 검증 이후 최종적인 처분이 내려지는 게 중요하다”며 “현재 상황은 소위 ‘판’을 깔고 공론화시켜 윤 총장 등 검찰에 타격을 주려는 작전으로 의심된다”고 분석했다.
 
채널A 강요미수 의혹이 연상된다는 의견도 있다.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잡기 위해 ‘유착’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당시 한 검사장은 유착이 아닌 ‘공작’이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한 현직 검사도 “채널A 사건 때와 같이 현역 검사, 그리고 윤 총장 측근 등을 얽히려는 의도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사기 범죄자의 일방 주장이 검증보다 먼저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게 현재 상황”이라고 22일 말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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