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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형제' 동생 결국 하늘로…엄마의 바람 끝내 못 이뤘다

중앙일보 2020.10.22 00:02 종합 14면 지면보기
“새 집에는 방이 3개에요. 예쁘게 꾸며서 두 아들에게 방 하나씩 주려고요.”
 

의식 회복 중 상태 갑자기 악화
1000여명 온정의 손길 기부금 2억

단둘이 끼니를 해결하려다 중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한 인천 초등생 형제의 어머니 A씨가 한 말이다. 그러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형제 중 동생 B군(8)이 급격히 상태가 악화화면서 21일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21일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B군은 이날 오후 3시45분쯤 사망했다.  
 
다리 등에 1도 화상을 입은 B군은 대화를 시도하면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의식을 회복해 지난 2일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긴 상태였다. B군은 유독 가스를 많이 마신 터라 형보다 회복이 더뎠다.
 
그러나 20일 오후 B군의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졌다. 의료진은 호흡이 가빠지고 구토증세를 보이는 B군을 다시 중환자실로 옮겼다.  
 
다음 날 오전 의료진은 삽관을 시도했고 2시간30분 동안 심폐소생술도 진행했다. 하지만 B군의 목숨을 살리진 못했다.
 
두 형제는 지난달 14일 오전 11시10분쯤 어머니가 자리를 비운 사이 원인 미상의 화재가 발생해 중화상을 입었다. 화재현장에서 물을 끓였던 흔적이 발견돼 ‘라면 형제’로 불렸다.
 
화재 당시 집에 없던 A씨는 B군으로부터 ‘집에 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고 귀가했으나 형제는 이미 병원에 이송된 상태였다.
 
B군 형제의 사연이 주목을 받으면서 A씨가 두 아들을 방임해 신고됐던 사실도 밝혀졌다. 인천아동보호전문기관은 2018년 9월부터 세 차례 A씨가 자녀를 방임하고 있다고 신고한 후 인천가정법원에 피해 아동 보호 명령을 청구했다. 법원은 A씨에게 1주일에 한 번씩 6개월간 상담토록 했다. 두 형제에게도 12개월 간 상담위탁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상담은 제때 이뤄지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며 학교수업도 비대면으로 진행됐고 형제는 집에 머무는 날이 늘었다. 그러던 중 사고가 났다.
 
허종식 의원은 “방임 아동에 대한 안전 모니터링 주기를 단축하고 불시 가정방문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업무 수행지침을 개정하는 등 아동학대 대응체계에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형제에 대한 온정의 손길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의 지정 기부를 받는 인천시 미추홀구의 학산나눔재단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1000여명이 2억2700만원을 기부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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