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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스가 측근이 다시 꺼낸 '문희상안'…이낙연 "수용 어려워"

중앙일보 2020.10.21 18:52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아베 총리 시절보다는 일본 측이 좀 더 유연해진 것 같다는 답변을 남관표 주일대사에게 받았다"며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사진기자협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아베 총리 시절보다는 일본 측이 좀 더 유연해진 것 같다는 답변을 남관표 주일대사에게 받았다"며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사진기자협회

“양국 외교당국간 협의를 진행한다는 합의로 돌아가서 외교당국간 합의를 촉진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통 정치인으로 꼽히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일관계 회복의 실마리를 양측 외교당국의 자율성 확보에서 찾았다.  
 
이 대표는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이제는 두 나라 정부가 모두 외교당국간 협의에 맡기고, 웬만하면 제동 안 걸고 모종의 접점을 찾도록 촉진해주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일본도 지키고자 하는 원칙들이 있다”며 “각자의 원칙을 살리면서도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 이것을 외교 당국이 가장 잘 알고 있다”라고도 했다. .
 
다만 이 대표는 일본 측이 해법으로 거론하는 이른바 ‘문희상 안(案)’엔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당시에도 문희상 의장 안은 국회에서나 정부에서나 수용되기 어려운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면서 “또 나와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피해자들이 동의할 수 있겠는가, 그런 것이 전제되지 아니하고 절차를 진행하기가 몹시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었다.
 
지난해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해법으로 제시했던 소위 ‘문희상 안’은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1+1+α)이 자발적으로 낸 성금으로 재단을 설립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 또는 위로금을 지급하는 일종의 절충안이다. 지난해 12월 여·야 중진 정치인 14명이 법안으로 공동 발의했지만, 당시 한·일 정상회담을 앞둔 청와대가 “(문희상 안으로는) 해결이 안 될 수도 있다. 피해자들의 의견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선을 그으면서 입법이 무산됐다. 당시 윤미향 민주당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던 정의연(정의기억연대)이 “피해자 중심주의에 맞지 않는다”고 반대한 게 청와대 입장에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도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이런 ‘문희상 안’을 다시 이 대표가 언급한 것은 앞서 최근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의 방한 때문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측근인 다케오 간사장은 17~19일 이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대표, 박지원 국정원장 등과 만나 ‘문희상 안’을 언급하며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 대표의 이날 발언에 대해 당내에선 “다케오 간사장의 제안엔 선을 그으면서도, 한국 정부가 생각하는 원칙과 경로를 전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이날 수차례 우리 정부의 ‘원칙’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양국이 서로가 지키고자 하는 대원칙들을 서로 인정해가면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고 했고, 기자 간담회 후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제 얘기는) 피해자 중심주의 같은 원칙을 변형하자는 게 아니라, 원칙은 지켜가면서 접점을 찾자는 것”이라고 했다. 한일 외교당국 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제가 보기에는 주로 일본 측 총리관저에 의해서 제동이 걸렸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있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설에 대해 “대외관계를 관리하고자 하는 의사가 반영돼 있다고 읽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혹시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하는 대외 관계의 새로운 전개를 북한이 생각할 수도 있겠다”며 “그런 기회를 일본도 살려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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