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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사양' 논란 이재명 이어 서울공무원노조도 "중단해야"

중앙일보 2020.10.21 18:22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공동취재단

“내년부터는 힘들어하는 공무원 보호도 할 겸 자치사무에 대한 국정감사 사양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겠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한 대목이다. “국감을 안 받겠다고 단정한 건 아니다”고 물러서긴 했지만 이 지사가 불을 댕긴 '국감 사양' 논란이 지방자치사무에 대한 국감의 정당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시공무원노동조합(서공노)도 나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에 대한 국정감사를 이제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서공노 “자치사무에 대한 국감, 법적 근거 없다”

서공노는 21일 논평을 통해 “법적으로 지방 고유 사무에 대해서는 지방 의회가 감사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국회가 과도하게 자료를 요구하고 질의를 퍼붓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 규정상 국회의 자료 요구는 상임위원회를 거치도록 하고 있음에도 개별 국회의원, 실제로는 보좌진이 무차별적으로 요구자료 목록을 생산해 내는 현실도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공노는 국회가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국정감사를 시행하면서 법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감사 범위가 국가위임사무와 국가가 보조금 등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한정돼 있음에도 이를 벗어난 지자체의 자치사무까지 국감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1988년 제정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는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업무에 대한 국감은 '지방의회'가 구성돼 자치적으로 감사업무를 시행할 때까지로 되어 있었다. 지방자치제도가 뿌리를 내릴 때까지 시간이 필요했던 탓이다. 이후 2003년 일부 법 개정을 통해 감사 범위가 지금의 형태로 수정됐지만, 국정감사는 변하지 않았다. 
 
서공노는 그 이유로 “지방의회가 행정 사무감사를 하기 전의 관성이 그대로 작동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장이 국회와 불편한 관계를 생성하기 꺼리며, 국회의원이나 보좌진들은 국가위임사무나 국가가 보조금 등을 지원하는 사업에 대해 관심이 적은 반면 정치적·사회적 이슈에 지나치게 민감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서울시에 대한 국감에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별실' 관련 자료 요청으로 잠시 큰소리가 오갔다. 박완수 국민의힘 의원은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에게 “자료를 왜 안 주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 대행이 “자료를 제출했다”고 하자 박 의원은 '거짓말'이라며 곧바로 반박했다. “권한대행이 자꾸 엉터리로 이야기한다. 내가 이야기한 것은 공식 집무실 외에 별실이다. (중략)과도하게 별도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자료를 달라고 한 것”이라고 했다. 
 
서공노는 '국감 사양'을 언급한 이 지사를 옹호하기도 했다. “국회가 자신들의 권한 행사를 위해 공무원의 업무부담을 가중시키고 법을 위반하는 것에 대해 자치단체장들이 나서 대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20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20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연합뉴스

 

전문가들 "국가위임사무와 자치사무 구분 어려워"

이 지사나 서공노의 주장과 달리 행정안전부와 전문가들 의견은 조금 달랐다. “현실적으로 국가위임 사무와 지자체의 자치사무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행안부는 “지방 고유 업무인 자치사무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지방의회가 감사하는 것으로 봐야 하지만 자치사무인데 국가보조금을 받는 경우도 있어 일괄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인사(행정학 전공) 역시 같은 의견을 냈다. “현행법상 지자체의 자치사무는 감사원과 지방의회가 감사할 수 있게 되어있지만, 현실적으로 '국가 사무'와 '자치사무'를 명확히 갈라 보기가 어렵다”고 했다. 이 인사는 “예컨대 가축 방역은 지방의 자치사무지만, 구제역과 같은 질병이 전국적으로 퍼지면 '방역은 지방의 자치사무니까 지방이 알아서 하라'고 하기 어렵지 않은가”라며 “학문적으로도 이 부분은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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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역시 “지방이 직접 사업을 할 때 간접적으로라도 국고 지원이 안 들어갈 수는 없다”며 “대부분의 (지방)행정업무가 국고보조냐 자치사무냐를 구분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국감 도입 배경에는 지방의회가 권한이 약해 국회가 감사하도록 한 것으로 당시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업무가 딱 구분되지 않았던 탓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방의회의 약한 견제기능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국정감사를 실효성 있게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방의회가 지방정부를 감사해야 하는데 지방의회가 약하고 실질적으로 지방정부 행정 수반의 권한이 강하다 보니 실질적 견제가 안 되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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