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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왕세자가 카슈끄지 암살 배후" 약혼녀 美 법원에 제소

중앙일보 2020.10.21 11:22
사우디 왕실을 비판하다가 2년전 살해당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약혼녀가 암살 배후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지목하고 미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

왕실 비판 언론인, 2년전 외교공관서 살해
"아랍세계 민주개혁 침묵시키려 한 것"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카슈끄지의 약혼녀 하티제 젠기즈는 2018년 카슈끄지 사망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금전적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미 워싱턴 법원에 제기했다. 
 
젠기즈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사우디 왕실을 비판했던 언론인 카슈끄지를 제거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젠기즈는 "아랍 세계의 민주개혁을 영원히 침묵시키기 위해 왕세자가 살해를 명했다"면서 공범자로 20명 이상을 지목했다.  
사진은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 밖에서 한 시위자가 카슈끄지의 초상화와 촛불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사진은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 밖에서 한 시위자가 카슈끄지의 초상화와 촛불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카슈끄지는 미국에서는 뭐든 가능하다고 믿었으며, 나도 미국 사법제도를 신뢰한다"면서 "이번 소송으로 진실이 밝혀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약혼녀 하티제가 카슈끄지와 관련된 질문에 답하다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유튜브]

약혼녀 하티제가 카슈끄지와 관련된 질문에 답하다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유튜브]

카슈끄지는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한 적이 있으며 워싱턴포스트(WP)에 왕실을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했다. 카슈끄지는 살해되기 직전 미국에 인권단체를 설립하기도 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왕세자가 살해를 명령한 것으로 결론지었지만, 왕세자 측은 이를 강력히 부인해왔다. 
 
어디까지나 사우디 요원들이 '독단적'으로 저지른 범죄이며 왕세자의 지시를 받은 건 아니라는 주장이다.  
 
터키 검찰에 따르면 자말 카슈끄지는 2018년 10월 이스탄불의 사우디 총영사관에 결혼 준비 서류를 받으러 갔다가 사망했다. 시신은 절단된 것으로 알려졌을 뿐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같은 해 시사 주간지 타임은 카슈끄지를 '진실을 지키기 위해 싸운 언론인'이라고 평가하며 '2018년 올해의 인물' 중 하나로 선정했다. 

 
터키 방송사 '아 하베르'가 피살된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시신을 옮기는 장면이라고 보도한 동영상의 한 장면. [중앙포토]

터키 방송사 '아 하베르'가 피살된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시신을 옮기는 장면이라고 보도한 동영상의 한 장면. [중앙포토]

그로부터 2년 뒤인 올해 9월 사우디 재판부는 카슈끄지 사건과 관련, 피고인 8명에 대해 7~20년의 징역형을 확정했다. 8명 중 5명은 1심에선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최종적으로 감형을 받았다. 
 
암살 공모 의혹이 제기됐던 무함마드 왕세자의 수석보좌관 사우드 알카흐타니 등 유력인사 3인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타임이 선정한 2018년 ‘올해의 인물’ 언론인들. (왼쪽 위부터 시게방향) 사우디 정권에 의해 살해된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총기 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미국 메릴랜드주 지역신문 ‘캐피털 가제트’ 기자들, 필리핀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탄압받는 마리아 레사, 로힝야족 학살 사건 취재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로이터통신 기자들 [AFP=연합뉴스]

타임이 선정한 2018년 ‘올해의 인물’ 언론인들. (왼쪽 위부터 시게방향) 사우디 정권에 의해 살해된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총기 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미국 메릴랜드주 지역신문 ‘캐피털 가제트’ 기자들, 필리핀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탄압받는 마리아 레사, 로힝야족 학살 사건 취재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로이터통신 기자들 [AFP=연합뉴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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