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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시시각각] 더 많은 BTS와 삼성전자가 필요해

중앙일보 2020.10.21 00:43 종합 34면 지면보기
김동호 논설위원

김동호 논설위원

애플 같은 거대 기업은 물론이고 세계적 유명 인사도 중국의 비위를 거스르면 괴로워진다. 영국의 축구 스타 베컴은 올해 4월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만 팬들에게 자신의 안부를 전하는 글을 올린 뒤 중국 네티즌의 공격을 받았다. 대만을 ‘중국령 대만’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대만’이라고 표기했다는 게 빌미였다. 흰 것을 희다, 검은 것을 검다고 해도 중국에는 용납이 안 된다.
 

중국발 BTS 공격에 기업들 초긴장
초격차 기술과 한·미 동맹 탄탄해야
계속 거칠어질 중국 압박 견뎌낸다

방탄소년단(BTS)이 미국의 코리아소사이어티로부터 ‘밴 플리트상’을 받으면서 발표한 수상 소감도 시비를 걸 내용이 아니었다. 소감은 “올해가 한국전쟁 70주년이라 더 의미가 짙다. (한·미) 양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를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의례적 내용이었다. 새삼스러울 게 없는 역사적 회고였을 뿐이다. 이런 말조차 못한다면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 없게 된다.
 
인터넷으로 만리방화벽을 쌓은 중국 네티즌의 공격적 태도는 갈수록 거칠다. BTS 사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 왜 그럴까. 과거를 복기하고 미래를 상상해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먼저 2000년 마늘 파동을 돌아보자. 당시 분쟁이 터지자 중국은 힘을 과시했다. 한국 정부는 찍소리도 못하고 바로 무릎을 꿇었다. 2016년 사드 배치 때는 중국이 대놓고 완력을 휘둘렀다.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롯데는 점포를 접고 중국을 떠나야 했다. 국가 전체로도 한국 여행 금지령이 내려져 수많은 국내 여행사가 문을 닫고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상상해 보자. 이번에 BTS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렇다면 극렬 네티즌의 관심을 끌지도 못했겠지만, 혹여 표적이 됐다면 살아남기 어려웠을 터다. 그나마 BTS쯤 되니 전 세계의 팬덤 군단 ‘아미’가 반발하고 세계의 유수 매체들이 중국의 편협한 민족주의를 질타하면서 일방적 굴복은 피할 수 있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중국 외교부도 극렬 네티즌의 자제를 유도하고 나섰다. 그러나 신중화주의를 노골화하는 중국 당국과 맹목적 애국주의의 위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롯데의 철수를 지켜본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지레 겁먹고 논란 직후 BTS 광고를 내려야 했다.
 
이 소동은 결국 무엇을 의미하나. 중국이라는 시장은 기회이면서 족쇄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만 그런 게 아니다. 호주는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30%에 달한다. 그러나 최근 노골화하는 신중화주의에 맞서 자유라는 가치와는 바꾸지 않겠다고 나섰다. 중국은 호주에 대해 무차별적 보복을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호주산 석탄 수입 중단을 발표하면서 길들이기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은 호주보다 더 취약하다. 북한의 뒷배 역할을 하는 중국의 등거리 외교에서도 생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주미대사는 “70년 전 선택했으니 앞으로도 미국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미 동맹이 있었기에 최빈국에서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한국 주미대사의 발언인지 귀를 의심케 했다. BTS 때리기에서도 미국 매체의 지원이 없으면 BTS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그렇다고 대통령이 지켜줄까. 청와대로 BTS를 불렀던 문재인 대통령은 아무 말이 없다. 나훈아의 말처럼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냉정하게 묻게 해주고 있다.
 
결국 대한민국을 지켜주는 것은 중국도 무시하지 못할 자위력이다. 그 자위력은 군사력이 아니라 바로 초격차 기업에서 나온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삼성전자뿐이다. 중국은 그 벽을 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반도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고문이 거듭 초격차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BTS는 아미와 글로벌 매체들이 지켜줬지만, 우리를 지켜줄 것은 초격차 기업밖에 없다. 앞으로 더 거세어질 신중화주의의 횡포를 막아낼 길은 더 많은 삼성전자와 BTS를 만드는 것뿐이다. 누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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