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제대로 된 정책 찾기가 힘든 정부
정책마다 절정의 내로남불 감각
“너나 잘 하세요” 비꼬는 오만함
상선약수 같은 초심을 돌아볼 때
적의 총탄에 목숨을 잃은 공무원의 형은 “만행”이라고 했다. 사살된 국민의 가족을 국정감사 증인으로도 못 나오게 막는 국가가 ‘나라다운 나라’인지 되묻고 있다. 옵티머스 등 각종 펀드 사기 사건이 온 나라를 뒤흔드는 데도 국감 증언대에 관련자가 한 명도 못 앉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해서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직고용과 관련된 국정감사도 증인이 나오지 않아 실체를 감사할 수 없었다. 수사 지휘권을 넘어선 헌정 사상 유례없는 ‘감사 지휘권’을 창조해 발동한 게 아닌가 의구심이 일 지경이다. 이게 21대 국회다. 이쯤 되면 과반의 의석으로 국회를 틀어쥐고 무소불위의 몰염치를 시전(示展)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권엔 로또요, 국민에겐 불행한 변고다.

서소문 포럼 10/21
그나마 대한민국 국민이 외국에서 기를 펴는 건 글로벌 기업이 있어서다. 삼성, 현대, LG, SK를 일본 기업으로 아는 외국인이 부지기수였던 게 엊그제다. 유학이나 외국 관광을 하다 이런 경험을 한 두 번 안 겪어 본 사람이 없다. 지금은 다르다. 지구촌 어디에서든 코리아 기업임을 안다. 그런 기업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난 듯한 법안을 쏟아내는 곳이 서울 여의도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라는 질문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미래 세대에 빚을 떠넘기는 행태도 거리낌 없이, 거침없이 한다. 얼마 전 내놓은 국가 재정준칙은 절정의 내로남불 감각을 뽐냈다. 요컨대 자신들은 마음껏 돈을 써도 된단다. 갚는 건 다음 세대의 몫이라고 못 박은 게 이 정부가 만든 재정준칙이다. 일자리를 못 찾아 버둥대는 지금의 청년들이 두고두고 빚을 갚느라 허덕대도 내 알 바 아니라는 건가. 오죽하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국회에서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했을까. 이에 대한 여당의 반응은 기가 찬다. “너나 잘하세요”라고 빈정댔다.
물은 생물을 키우고, 부드러워 다투지 않으며, 낮은 곳으로 묵묵히 흐른다. 그래서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上善若水)고 한다. 이런 물도 독사가 마시면 독이 된다. 같은 물을 마시고도 소는 우유와 고기를 준다. 정부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명확하지 않은가. 권력으로 싸움을 거는 자, 심장으로 싸우는 자. 역사의 승자는 늘 후자였다. 상선약수의 심성과 기개가 있기 때문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