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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우리집] 나쁜 기운 몰아내고, 활력 채우고 … 심신 안정 돕는 전통 한약재

중앙일보 2020.10.21 00:04 Week& 2면 지면보기
나이를 한살 두살 먹을수록 기력이 쇠하고 활력이 떨어지는 것을 경험한다. 아침저녁으로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특히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낀다. 잔병치레가 잦아진다면 신체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신호다. 한의학에서는 침향(沈香)이라는 전통 약재로 허약해진 심신을 달래 노쇠를 극복하는 데 활용했다. 침향은 혈과 양기를 보충하고 신체 기운의 소통을 도와 활력을 높여준다. 여러 전통 의학서에 침향의 효능이 기록돼 있을 정도로 건강상 이로움이 많다. 침향의 원산지인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는 여전히 만병통치약으로 통한다. 몸의 안 좋은 기운을 몸 밖으로 빼내고 몸을 보하는 데 그만큼 탁월하다는 의미다. 침향의 효능에 대해 살펴봤다.
 

침향의 건강학

침향은 침향나무에 상처가 났을 때 분비되는 나무의 진액인 수지(樹脂)가 오랜 시간 굳어져 덩어리가 된 것을 말한다. 수지는 나무가 세균·곰팡이 등 상처 감염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회복하기 위해 분비하는 끈적끈적한 액체다. 수지가 침향이 되기까지는 오랜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짧게는 10~20년에서 길게는 수백 년이 지내면서 응축된다. 침향이 귀한 약재로 불리는 이유다. 침향나무 목재는 색이 연하고 하얗지만 침향은 단단하고 빛이 어둡다. 열을 가하면 향이 나 용연향·사향과 함께 세계  3대 향으로 손꼽힌다.
 
침향은 기(氣)를 다스리는 대표적인 보양 한약재다. 한의학적으로 침향은 올라오는 병의 기운을 내려 몸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기혈을 풍부하게 해 오장육부에 활력을 되살리는 데 효과적이다. 전통 의학서인 『동의보감』에는 “침향은 성질이 뜨겁고 맛이 맵고 독이 없다”며 “찬 바람으로 마비된 증상이나 구토·설사로 팔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고쳐주며 정신을 평안하게 한다”고 기록돼 있다. 중국 명나라 의학서인 『본초강목』에는 “침향은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켜 준다. 위를 따뜻하게 하고 기를 잘 통하게 하며 간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허리를 따뜻하게 하고 근육을 강화하면서 기침·가래를 가라앉힌다”고 소개했다. 기력이 쇠하고 활력이 떨어진 몸을 보충하는 처방에 침향이 즐겨 사용된 배경이다. 특히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증상과 변비를 다스리거나 간질을 잡고 안정을 취하는 데 침향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과학적으로 효능 규명하는 연구 활발

 
최근엔 과학적으로 침향에 함유된 유효성분을 분석해 효능을 살피는 연구가 활발하다. 침향의 핵심 성분 중 하나인 베타셀리넨(β-Selinene)은 콩팥의 기능 회복에 긍정적이다. 콩팥은 몸속 노폐물을 걸러내 몸 밖으로 배출하는 장기다. 콩팥이 망가지면 체내 노폐물이 쌓여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피로하고, 소변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 온몸이 퉁퉁 붓는다. 베타셀리넨은 콩팥 기능이 떨어진 만성 신부전 환자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성분이다. 연구에 따르면 만성 신부전 환자에게 침향을 섭취하게 한 결과 식욕부진·부종·복통 등 증상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성분은 아가로스피롤이다. 천연 신경안정제로 불리는 아가로스피롤은 침향의 독특한 향을 구성하는 물질이다. 신경을 이완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본초강목』에 명시된 ‘정신을 맑게 하고 심신을 안정시킨다’는 내용은 바로 침향의 아가로스피롤 성분 덕분이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불면증을 극복하는 데도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외에도 침향의 유황 성분은 항균 작용으로 염증을 억제하고, 인체 면역체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비장을 활성화한다는 연구도 있다. 이런 약리효과로 혈액순환을 개선해 신진대사를 촉진하기도 하고, 설사 증상을 완화하는 등 다양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도 천식 같은 알레르기성 질환을 치료하거나 변비·위경련 등의 증상으로 신장·간 기능 강화가 필요할 때 침향이 두루 쓰인다.
 
다만 침향을 섭취할 땐 과용하지 말아야 한다. 너무 많은 양을 한꺼번에 사용하면 두통·복통·설사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한 번에 정해진 양만 섭취하도록 한다. 최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전성을 인정한 침향 배합 제품이 나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건강증진에 도움되는 당귀·산수유·녹용 등에 침향을 더해 약효를 높이고 체력을 다스리는 데 긍정적이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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