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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의 코멘터리] 감사원은 대통령을 감사하지 못한다

중앙일보 2020.10.20 21:04
 
 최재형 감사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최재형 감사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월성1호 폐쇄 감사결과 발표..그간 논란에 비해 너무 약소해
대통령 소속기관인 감사원, 대통령 공약 감사 사실상 어렵다

 
 
 
1.

감사원이 20일 월성1호 감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치열한 정치적 논란과 감사과정의 내부진통까지 상당한 주목을 받았는데 막상 결과는 약소합니다.  
 
-월성1호기를 조기폐쇄하는 과정에서 경제성을 낮게 평가한 것은 잘못됐다.

-경제성이 없다는 평가를 유도하기위해 (전기판매) 단가를 낮춘 것은 산업부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다.  
-경제성만 따졌기 때문에 월성1호 폐쇄가 타당한지 부당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할 수 없다. (당연히 탈원전 정책 논란과는 무관하다.)

-책임자인 백운규 산업부장관은 퇴직했기에 징계 못하고,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겐 주의를 준다.

 
2.

감사결과로 월성1호 폐쇄 전후과정은 좀 더 명확해졌습니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처럼, 대통령 공약이라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였습니다. 미리 폐쇄를 결정해놓고, 이에 맞춰 논리와 근거를 부랴부랴 만들어내다보니 무리가 뒤따른 것입니다.  
 
그런데 감사보고서엔 청와대의 역할이 보이지 않습니다.  
실제로 채희봉 당시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도 감사를 받았다는데 뭘 했는지 없습니다. 산업부 역할도 조금씩만 드러납니다.  
대부분 한수원 얘기입니다. 한수원은 청와대와 산업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공기업입니다. 말단만 보이고 몸통과 머리는 보이지 않습니다.  
 
3.

그 결과 드러난 죄상이 별로 심각하지 않습니다.  
 
한수원이 경제성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단가를 낮게 설정하도록 회계법인에 요구했다..가 골자입니다.  
그것도 정말 어느 것이 정답인지 기준도 명확하지 않으니..앞으로 정확한 평가기준을 만들어라..고 감사원은 요구합니다.  
 
그러다보니 처벌도 유명무실합니다.  
백운규는 퇴직한 상태라 사실상 아무 의미도 없는 ‘인사자료통보’(혹 공직에 다시 오를 경우 불이익을 줘라). 정재훈 사장은 주의에 그쳤습니다.  
한때 책임자를 검찰에 고발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는데, ‘정부정책 열심히 이행하다 생긴 일’이란 논리에 밀려 흐지부지된 것으로 보입니다.  
 
4.

그렇다고 진짜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첫째, 공무원들의 면피주의 문제입니다.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들 합니다. 영혼은 선출직 정치인이 가지는 것입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유권자의 뜻’이라는 영혼을 가지고 주요 정책을 결정합니다.  
그러나 공무원 없이는 국정운영이 안됩니다. 관료조직은 정치인들이 제시한 정책을 효율적으로 실행하는 시스템입니다.  
 
그런데 산업부 공무원들은 탈원전이란 깃발이 올라가자 서둘러 끼워맞추기에 바쁩니다. 그리곤 스스로 문제 심각성을 알기에 자료를 파기해버립니다.  
정책의 효율적 실행이란 공복의식은 보이지 않습니다.  
 
5.

둘째, 이를 감시해야할 감사원도 문제입니다.  
 
감사원은 헌법상 대통령 소속기관입니다.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을 모두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그러니 아무리 ‘직무와 관련된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해도 대통령 의지가 반영된 정책에 대한 감사는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이번 감사를 지휘한 최재형 감사원장은 전례 없이 청와대와 각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최 원장 뜻대로 감사가 진행되진 않았습니다.  
산업부 공무원은 자료를 파기하고, 일부 감사위원들은 의결을 말렸습니다.  
 
6.

이번 감사 결과로 보자면, 앞으로 월성1호 폐쇄와 같은 일은 계속 반복될 것입니다.  
 
표가 급한 대통령은 거대공약을 쉽게 내던지고, 출세가 급한 공무원은 임기중 성과를 내고자 무리를 할 것이고, 감시해야할 감사원은 청와대 눈치에 변죽만 울리게 되겠죠.  
 
7.

재발을 막으려면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감사원이 바로 서면 공무원은 꼼짝 못합니다.  
감사원은 나랏돈이 잘 쓰이는지를 감시하는 회계기관입니다. 나랏돈을 쓰는 곳은 행정부입니다. 나랏돈을 가지고 행정부를 견제하는 곳은 입법부입니다.  
 
따라서 감사원은 입법부 소속으로 옮겨야 행정부를 잘 감시할 수 있습니다. 입법부 역시 정부 견제에 힘을 얻을 것입니다.  
헌법을 바꿔야 가능하기에 매우 어렵습니다만..공직사회를 바꾸기위해 언젠가 해야합니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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