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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리틀 "'캣츠' 팬데믹 공연, 한국이니 했다. 미국은 못했을 것"

중앙일보 2020.10.20 18:11
뮤지컬 '캣츠'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브래드 리틀. [사진 클립서비스]

뮤지컬 '캣츠'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브래드 리틀. [사진 클립서비스]

“‘캣츠’ 공연 중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공연은 계속 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감정을 추스리기 힘들었습니다. 저는 무대 뒤에서 눈물을 엄청나게 흘렸습니다. 마지막에 관객들에게 등을 보이며 손을 들었는데 그건 어머니에게 하는 인사였습니다.”
 
뮤지컬 배우 브래드 리틀(56)이 ‘캣츠’ 내한 공연에 2017년에 이어 두번째로 출연하는 소감에 대해 20일 기자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그는 ‘캣츠’의 선지자 고양이인 '올드 듀터러노미'로 12월 6일까지 서울 샤롯데씨어터 무대에 선다. 리틀은 “공연이 개막한 지난달 미국에 있던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들었고, 미국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무대에 올라야 했다”고 말했다.
 
리틀은 한국 뮤지컬 팬들이 유독 사랑하는 배우다. 2005년 ‘오페라의 유령’ 첫 내한공연에서 주인공 팬텀으로 출연하던 당시 공연장이었던 서울 예술의전당에는 그의 팬이 겹겹이 줄을 섰다. 풍부한 감정과 드라마틱한 연기 덕이었다. 이후 적극적으로 한국과 인연을 만들었다. 2017년에 한국인과 결혼했고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는 “이번 ‘캣츠’ 공연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특별하다”고 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의 영향이 크다. “공연을 하는 내내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가 ‘운이 좋다’였다”고 했다. ‘캣츠’의 내한공연 제작팀은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자 고양이의 얼굴 분장이 그려져있는 마스크를 제작했다. 무대 뿐 아니라 객석을 포함한 곳곳에서 고양이가 출몰하는 연출, 관객석 뒤에서 등장하는 동선 등 ‘캣츠’의 특징을 살리기 위한 마스크다.
 
리틀도 이 마스크를 쓰고 출연하고 있다. “저는 마스크 아래로 미소를 지으며 등장합니다. 팬데믹 기간에 최선을 다해 예술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그는 팬데믹 기간에 급박하게 정해진 연출과 동선 등에 대해 “분장 마스크를 비롯해 등장하는 방법, 안무 등이 개막 일주일 전에야 완성됐다”고 했다.
 
‘캣츠’는 T.S.엘리엇의 시를 바탕으로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음악을 쓰고 질리언 린이 안무를 한 작품이다. 1981년 런던에서 초연돼 지금껏 전세계에서 공연되고 있으며 ‘레미제라블’‘오페라의 유령’‘미스 사이공’과 함께 뮤지컬의 ‘빅 4’로 불린다. ‘메모리’ ‘젤리클 볼’ 과 같은 히트곡을 낳았고 고양이의 동작을 재연하는 독특한 안무, 환상적인 분위기로 인기를 끌었다. 1994년 초연 이후 2017년까지 8차례 한국 공연에선 국내 뮤지컬 사상 최초로 누적 관객 200만명을 돌파했다. 리틀은 “이번 한국 공연은 40년 전의 오리지널과 가장 가까운 공연이라고 할 수 있다. 고양이의 회상 장면에 으르렁거리는 그롤타이거(Growltiger)가 나오는 점이 특징인데 그걸 꼭 보셔야 한다”고 했다.
 
리틀은 1984년 미국에서 ‘에비타’로 데뷔했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레미제라블’ 등에서 주연을 맡았으며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으로 출연한 기록은 4년 전 2700회를 넘겼다. 기자간담회에서 리틀은 “나는 '캣츠' 첫 장면에서 다함께 춤추는 데에 참여를 하는데 격한 춤을 추다가 타이어 위에 서서 노래를 부른다. 이때 내가 얼마나 늙었는지 알게될 것”이라고 했다. “제가 춤추는 독무대는 보기 싫으실 겁니다. 정말 못하는데, 감사하게도 리허설을 통해 격한 춤을 추고도 노래를 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됐습니다.” 리틀이 맡은 역할인 '올드 듀터러노미'는 모든 고양이를 정신적으로 이끈다. 커다란 덩치의 듀터러노미는 본래 중간 휴식 시간에 관객석에 와서 포옹을 한다. 하지만 이번 공연 기간엔 생략됐다. “그래도 저는 관객과 계속 교류를 할 수 있습니다. 매일 오는 모든 관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올드 듀터러노미로 출연하는 브래드 리틀 [사진 클립서비스]

올드 듀터러노미로 출연하는 브래드 리틀 [사진 클립서비스]

 
이번 ‘캣츠’ 내한공연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이던 지난달 9일 객석 띄어앉기 방식으로 시작해 본래 다음 달까지 공연 예정이었지만 한 달 더 공연하게 됐다. 12월엔 대구로 무대를 옮긴다. 리틀은 “리허설을 시작할 때는 거리두기 1단계에서 2단계가 됐고, 개막할 때는 2.5단계가 됐다. 불안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늘 해냈던 한국답게 단계를 내렸다. 내가 미국인이라 말할 수 있지만, 미국이라면 못 했을 것이다.”
 
뮤지컬 '캣츠' 내한공연에 참여하고 있는 배우들. 왼쪽부터 브래드 리틀, 조아나 암필, 댄 파트리지. [사진 클립서비스]

뮤지컬 '캣츠' 내한공연에 참여하고 있는 배우들. 왼쪽부터 브래드 리틀, 조아나 암필, 댄 파트리지. [사진 클립서비스]

이날 기자 간담회에는 주요 배역인 그리자벨라, 럼 텀 터거 역을 맡은 조아나 암필, 댄 파트리지도 참석했다. 그리자벨라는 유명한 노래인 ‘메모리’를 부르고, 럼 텀 터거는 매력적인 인기 고양이로 나온다. 파트리지는 “한국은 처음인데, 팬데믹 시국에 한국인들이 가진 철칙이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똘똘 뭉쳐 난관을 이겨냈다”며 “마스크를 써도 관객과의 교감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돼 놀라웠던 경험”이라고 했다. 암필은 “공연은 인간에게 꼭 필요하다. 감정을 해소하고 새로운 감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관객과 배우 모두에게 그런 역할을 한다”고 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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