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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백신 공포증…고교생 이어 70대 사망 "정부 믿어도 되나"

중앙일보 2020.10.20 14:19

“문제없다는 정부 말만 믿고 예약한 건데…”

 
19일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을 예약한 직장인 백모(26)씨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독감 백신을 맞은 고등학생에 이어 70대 여성이 숨졌다는 소식을 잇따라 접하면서다. 백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 증상이 비슷하다고 해서 가족과 함께 예방접종 주사를 맞으려고 했다”며 “상온 노출 사건 때문에 안 그래도 불안했는데 연달아 사망 사고가 터지니 정부를 믿어도 되는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서부지부을 찾은 시민들이 유료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서부지부을 찾은 시민들이 유료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독감 백신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백신 상온 노출과 침전물 발견 등으로 독감 예방 접종 시기가 한차례 미뤄진 데다 예방접종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서다. 지난 16일 고등학생이 사망한 데 이어 20일 전북 고창에서도 독감 백신을 접종한 70대 여성이 숨졌다. 
 

접종자 사망 소식에…‘백신 공포증’ 확산

독감 백신 접종 계획을 접은 직장인 이모(24)씨는 “성인이 된 후 독감 백신을 맞아본 적이 없지만 올해는 코로나19때문에 접종할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당초 정부가 처음 접종을 권장한 9월 말 주사를 맞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백신 상온 노출 문제가 불거져 접종을 미뤘다 다시 예약했다. 이씨는 "오늘 반차를 내 접종할려고 했지만 사망사고가 터지고 있어 맞아도 될지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경기 성남시에 있는 병원에서 독감 주사를 맞을 예정이던 직장인 김모(27)씨도 “지금 유통된 다른 백신도 안전한 것인지 불안하다”며 “어떤 병원에 가면 안심할 수 있을지 걱정돼 다시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독감 백신 들어보이는 병원 관계자. 연합뉴스

독감 백신 들어보이는 병원 관계자. 연합뉴스

 
일반 병원에도 ‘백신 공포증’이 확산하고 있다.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한 이비인후과 개원의 박모(55)씨는 “연세 있는 환자 중 ‘젊은 사람도 죽는데 괜찮은 게 맞냐’면서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며 “오늘 오전 9시쯤 ‘뉴스 보고 겁이 나서 다시 생각해보고 오겠다’며 돌아간 70대 여성 환자분도 있었다”고 밝혔다. 박씨는 이어 “어제보다 독감 접종 환자가 60% 정도 줄었다”며 “어디서 유통된 독감 주사인지 묻는 등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는 문의 전화도 오늘 오전에만 7통 정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백신 공포…지양해야”

전문가들은 과도한 백신 공포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백신 임상과 같이 신약 개발 과정 중에 생기는 일이라면 특별 조치가 필요하겠지만 독감 백신은 2000~3000명이 수십 년 동안 맞아온 접종 주사”라며 “이 사례 하나로 과도한 공포심을 갖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백신 관리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아 비판 소지는 있지만 지금 접종 정책이 변경되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는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사망 원인이 무엇인지 인과관계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독감 백신 접종으로 단기간에 사망한 사고는 의학계에서 드문 사례”라며 “약이든 백신이든 이상 반응이 있을 수는 있지만 과거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백신 접종을 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얻는 피해를 비교해보면 실익이 많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또 “상온노출ㆍ백색 입자 논란에 이어 세 번째로 연달아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불안이 확산될 수 있다”면서도 “고위험군 또는 고위험군에 전파할 우려 있는 대상에 한해서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부검 1차 소견…‘사인 미상’ 

방역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4일 낮 12시쯤 인천 지역의 고등학생 A군(18)은 민간 의료기관에서 독감백신을 무료 접종한 후 이틀 뒤인 16일 오전 집에서 숨졌다. A군 어머니는 오전에 아들이 일어나지 않자 방에 들어갔고 입술이 파래진 채 의식을 잃은 아들을 발견했다. 사망 학생은 독감 백신 접종 전후 알러지비염 외에 특이 기저질환이나 특별한 증상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질병청은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군 부검결과 ‘사망 원인을 알 수 없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1차 부검 결과 백신과 A군 사망 간 연관성은 나오지 않았다”며 “정밀 부검을 실시해 백신과 관련이 있는지 파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밀 부검 결과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 학생이 예방 접종한 인천 지역의 의료기관에서 현재까지 이상반응이 있는 접종자는 나오지 않았다.  
 
박현주ㆍ심석용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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