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전에 없던 개성적 연기파 프로 골퍼 티럴 해튼

중앙일보 2020.10.20 11:47
티럴 해튼. [중앙포토]

티럴 해튼. [중앙포토]

한국에서라면 에티켓 위반으로 영구 제명됐을지도 모른다. 세계랭킹 9위의 프로 골퍼 티럴 해튼(29·잉글랜드) 얘기다. 
 
해튼은 실수를 하면 화를 참지 못하고 클럽으로 땅을 내리치거나 클럽을 던져버리기 일쑤다. 얼마나 많이 던져봤는지 19일 끝난 PGA 투어 CJ컵 경기중 피니시 자세에서 몸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클럽만 멀리 던져 버리는 내공도 보여줬다.
 
불같은 성격의 해튼의 모습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2018년 월드컵에서 드라이버로 티잉구역의 티마크를 부순 장면, 웨지를 물속에 던진 장면, 2017 터키시 오픈에서 퍼터를 부러뜨리고 웨지로 8m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는 장면 등이 돌아다닌다.
 
뛰어난 선수는 포커페이스라는데 해튼은 마음 속 생각을 얼굴에 그대로 드러낸다. 연극배우처럼 다소 과장된, 다양한 표정을 볼 수 있다. 들어갈 것 같던 공이 홀을 외면하자 엄지손가락을 쳐들고 홀에 감사인사를 하거나, 고개를 쳐들고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표정을 짓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별명이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해튼’이라고 영국 방송에 나가 얘기한 적이 있다.
 
다혈질의 그를 싫어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선수 출신인 개리 에반스는 “코스에서 징징대지 말고 인간으로서 성장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대부분의 팬들은 그를 보는 게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헨릭 스텐손은 “성공에 대한 욕망이 강해 만족하지 못하면 자신에게 화를 내는 점이 나와 비슷하다”고 했다.  
 
천성이 악하지는 않은 것 같다. 해튼은 자신의 샷에 대해 평가한 갤러리와 농담을 주고받다가 장갑을 벗어주기도 했다. 선수 출신 방송인인 데이비드 페허티는 “해튼은 다른 사람에게는 잘하는데 자신에게만 가혹하다”고 했다. 
 
위트도 있다. 그는 트위터에 ‘내 퍼트가 이렇게 쉽게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쓰고 옷을 입은 채 수영장에 빠지는 동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유러피언 투어의 큰 대회인 BMW PGA 챔피언십에서 후드티를 입고 나와 우승했다. 트위터에 드레스코드 문제로 시끄러웠는데 해튼은 “내 후드티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으니 10명을 추첨해 티를 주겠다”고 농담으로 받아쳤다. 수천명이 후드티를 받으려고 응모했다. 해튼은 “편하면 됐지 무슨 상관이냐”고 했다.  
악동으로 취급되던 해튼은 최근 들어서는 슬랩스틱보다는 표정 연기에 집중하면서 부드럽게 변신 중이다. 해튼은 “나의 멘탈 게임은 10점 만점에 3점도 안 됐다. 그러나 클럽을 부러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감정을 다스리고 있다”고 했다. 
 
그에게 골프를 가르친 아버지는 “선수는 로봇이 아니다. 개성을 보여주는 것이 나쁠 것은 없으며 아들은 감정을 드러낸 후 잊어버리는 장점이 있다”고 두둔했다.
 
해튼은 실력도 뛰어나고, 때론 지루할 수도 있는 골프에서 평소 볼 수 없었던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중계방송에 자주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말이다.
 
성호준 골프전문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