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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왜 유난떠냐"···월성원전 콕 집었다

중앙일보 2020.10.20 05:00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는 데 한국은 물론 일본 국내에서도 우려가 쏟아지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과학적 근거로 봤을 때 이 같은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국내·외 여론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日 발간 ‘후쿠시마 제1원전 처리수 현황’ 자료 분석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지난 2월 26일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를 일으켰던 후쿠시마 제1원전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지난 2월 26일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를 일으켰던 후쿠시마 제1원전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일본 정부가 작성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수 현황’ 자료에는 해당 오염수를 방류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방류 타당성을 담은 일본 정부의 대응 논리가 그대로 담겼다.
 
자료의 출발점은 2022년 여름에 가득 찰 예정인 이곳 오염수 저장 탱크다. 후쿠시마 재건을 위해선 반드시 제1원전을 폐로해야 해 이곳에 오염수 탱크를 더 늘릴 수 없다는 것이다.
 

日 “방류 물질은 오염수 아닌 처리수” 

당초 ‘해양 방출’과 ‘수증기 방출’의 2가지 안을 선택지로 올려놓았던 일본은 이미 해양 방출에 무게를 두고 오염수 처리를 검토해왔다. “2가지 방법 중에서도 방출 설비의 취급과 모니터링이 비교적 용이하다”는 이유에서다.
 
자료는 오염수를 ‘처리수’로 표현하는 등 방류 물질이 환경과 인체에 무해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했다. 방류 전에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사용하기 때문에 세슘·코발트·스트론튬·안티몬·삼중수소 등 핵분열생성물 및 활성화 물질을 거의 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료에는 세슘의 경우 방사능 농도를 수억분의 1로 저감할 수 있다는 내용도 덧붙여졌다.
 

日 “방류 불가피한 삼중수소, 한국 원전에서도 나와” 

문제는 트리튬으로 불리는 삼중수소다. 트리튬은 현 기술로 처리수에서 분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트리튬은 발암물질로 알려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논란에서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올랐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오염수를 담아둔 대형 물탱크가 늘어서있는 모습. [연합뉴스]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에 오염수를 담아둔 대형 물탱크가 늘어서있는 모습. [연합뉴스]

트리튬을 놓고서도 “방류되더라도 별 문제 없다”는 일본 측의 주장은 이어진다. 트리튬이 빗물, 해수, 수돗물은 물론 체내에도 흡수·배설될 정도로 폭넓게 존재하고 있는 만큼 과장된 공포라는 논리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자료에 한국의 월성 원자력발전소를 콕 집어 이곳에서도 연간 140조㏃(베크렐·방사능 측정 단위)의 트리튬이 배출된다고 기술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 저장된 전체 트리튬 양이 860조㏃, 일본에서 내리는 비에 포함된 연간 트리튬 양이 220조㏃이라는 점에 비춰봤을 때 적지 않은 양의 트리튬이 한국에서도 배출되는데 왜 일본 오염수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느냐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전 세계 원자력시설에서 트리튬이 방출되고 있지만 이에 따른 영향이 발견된 적 없다”며 “후쿠시마 제1원전에 저장된 860조㏃을 1년 내 모두 방출한다고 가정해도 일본에서 연간 받는 자연 방사선의 1000분의 1에 미치지 못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日, IAEA도 가만히 있는데 왜 한국만 유난 떠나 

방류 정당성을 위해 일본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해석을 끌어오기도 했다. IAEA가 지난해 2월 일본 보고서에 대해 “해양 방출은 전 세계 원자력 발전소나 핵연료주기 시설에서 ‘일상적으로 실시되고 있다’고 기술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쟁점을 Q&A 식으로 정리한 대목에선 오염수 방출에 관한 투명한 정보 공개 노력을 부각했다. 도쿄 주재 외교단을 위한 설명회를 100회 이상 열었고, IAEA 조사단 방문도 4차례 수용했다고 강조했다.
 
또 ‘국제사회는 일본의 ALPs 처리수에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라는 질문에는 “지난해 9월 열린 IAEA 정기총회에서 한국 정부 대표단이 일본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 대책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했지만, 한국 이외 나라들에선 그러한 발언은 없었다”고 답을 달아놨다. 이를 놓고 일본이 “한국이 유난을 떤다는 반응을 보인다”는 식으로 국제 여론전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韓뿐 아니라 日 국내 여론도 “정부 못 믿어” 

반면 한국에선 일본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일본이 제시한 과학적 근거가 맞는다고 해도 오염수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방류될 가능성을 과연 배제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방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가 벌어지거나 비용을 아끼기 위해 고의로 부실하게 정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학계는 정화되지 않은 오염수가 후쿠시마에서 방류되면 한국이 입을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고 보고 있다. 일본 가나자와대와 후쿠시마대가 2018년 국제학술지 ‘해양과학’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오염수가 동해로 유입되기까지 1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관측됐다.
 
오염수 대부분이 일본 북동쪽으로 흘러 북태평양으로 향하지만 일부는 수괴(水塊·해양에서 성질이 비슷한 해수 모임)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온 뒤 쓰시마 해류를 타고 동해로 이동하게 된다. 오염수는 방류 1년 뒤 처음 동해에 도달하고 방류 4~5년 뒤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 2014~2015년 동해의 세슘 농도가 정점을 찍은 바 있다.
 
환경운동연합과 시민방사능감시센터 관계자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검토 중인 일본 정부를 규탄하며 한국의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환경운동연합과 시민방사능감시센터 관계자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검토 중인 일본 정부를 규탄하며 한국의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극미량의 방사능 물질은 한 달 내로도 한반도 유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최근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독일 헬름홀츠 해양연구소 동영상 자료를 분석했더니 극미량의 세슘은 방류 한 달 후 제주도와 서해에 도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선 오염수가 됐든, 처리수가 됐든 한국이 방류 영향권에 들어가 있어 만에 하나 벌어질 ‘오염수 미처리’ 사고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심지어 일본 국내에서도 일본 정부를 못 믿겠다는 비판론이 비등하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지난 16~18일 전국 유권자 1051명에게 ‘후쿠시마 제1원전 배출수의 오염 농도를 법정 기준치 이하로 낮춰 방류하는 것에 찬성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41%만 찬성하고, 절반인 50%가 반대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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