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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세번째 수사지휘권…尹 안 물러나자 가족 건드린다

중앙일보 2020.10.19 20:05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9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라임자산운용(라임)의 로비 의혹 사건과 총장의 가족 의혹 사건의 수사 지휘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헌정 사상 세 번째로 기록될 이번 수사 지휘권은 사실상 윤 총장에 대한 사퇴를 압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추 장관은 이날 “라임 사건과 총장 가족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추 장관은 이어 서울중앙지검과 서울남부지검에 윤 총장의 수사 지휘를 받지 말고, 수사 결과만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헌정 사상 세 번째 수사 지휘권…이중 두 개가 추미애 장관 임기 내

 
추 장관은 “라임 로비 의혹 사건은 관련 진상을 규명하는데 검찰총장 본인의 관련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며 윤 총장을 지휘라인에서 배제한 배경을 설명했다. 아울러 “윤 총장 본인과 가족이 연루된 사건들은 검사 윤리강령이나 검찰 공무원의 행동강령에 따라 회피해야 할 사건”이라며 “수사팀에 철저하고 독립적인 수사 진행을 일임하는 게 마땅하다”고 밝혔다.
  
법무부 장관의 명시적 수사지휘권 발동은 헌정사상 세 번째다. 세 번 중에 두 번이 추 장관 임기 중에 이뤄졌다. 지난해 10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 이후에 여권의 계속된 사퇴 압박에도 윤 총장이 사임하지 않자 추 장관이 다시 한번 강하게 밀어붙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현직검사는 “윤 총장에게 그냥 손을 떼고 검찰총장에서 내려오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의 '고분고분하지 않은' 성향이 이런 결과를 불러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정권말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윤 총장이 계속 검찰을 지휘하는 한 여권의 각종 비리 의혹도 철저하게 수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대해 여권이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추 장관의 이번 수사지휘권 행사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 이후 3개월 만이다. 이와 관련해 추 장관이 이번 수사지휘 문건을 통해 “검찰총장이 측근 관련 사건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해 ‘형성권’에 해당한다고 공표한 점을 고려할 때에 법무부 장관의 이번 수사지휘도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것으로 이해한다”고 밝힌 점도 눈길을 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차량에 탄 채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차량에 탄 채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추 장관의 이번 2차 지휘권에 굳이 ‘형성권’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지난 첫 지휘권 당시 나온 윤 총장의 '5줄짜리 입장'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7월 윤 총장은 첫 지휘권이 나왔을 때 아흐레 동안이나 고심을 거듭한 뒤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서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 발생”이라는 입장을 냈다.  
  
‘어떤 모양을 이루며 만들어진’이라는 의미의 ‘형성적’이라는 단어를 써서 본인의 의중은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추 장관의 처분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다른 현직 검사는 “직권남용 법률 위반을 우려했던 윤 총장의 우려에 대해 좌고우면하지 않겠다며 치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지휘권으로 오는 22일 예정된 대검 국정감사 견제하는 분위기도 

 
오는 22일로 예정된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견제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한 현직 검사는 “윤 총장이 2013년 10월 국정원 댓글 사건이 다뤄진 국정감사장에서 스타가 됐고, 윤 총장이 현장에 강하니까 미리 기를 꺾어 놓으려는 의도 아니겠냐”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연달아 나오는 장관의 수사 지휘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지방의 한 검찰 간부는 “채널A 수사에 대한 1차 수사지휘권보다 이번이 더 심각하다”며 “기존에 제기된 의혹이나 수사 중인 사건 할 것 없이 다 지휘문서를 통해 거론했다”고 말했다. 다른 검사는 “대규모 금융 사기범의 일방적 주장에 기초해서 총장의 지휘권을 무력하게 만들고 수사지휘라는 형식으로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 용인되는 기이한 현실이 개탄스럽다”고도 말했다.  
 
이날 국정감사 도중 추 장관의 지휘권 행사 소식이 전해지자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자기 정치한다고 검찰을 뒤죽박죽 만들어놓고 있다”며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수사지휘권 발동”이라고 말했다. 
  
김민상‧김수민·나운채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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