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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5조" vs 통신사 "1조6000억" 주파수 재사용료 동상이몽

중앙일보 2020.10.19 15:33
내년 6월 사용 기한이 끝나는 3세대(G)와 LTE 주파수 재사용료를 놓고 이동통신사와 정부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양측이 생각하는 적정 가격의 격차가 3배 넘게 벌어져 합의점에 도달하는 데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내년 3G와 LTE 주파수 310㎒에 대한 이용 기한이 만료돼 재할당한다. 최근 이통 3사는 주파수 재할당 대가로 1조6000억원이 적정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동 건의서를 과기정통부에 제출했다. 반면 과기정통부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재할당 대가로 5조5000억원을 반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6월 사용 시한이 만료되는 3G와 LTE 주파수 재할당 사용료를 놓고 정부와 이통사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중앙포토]

내년 6월 사용 시한이 만료되는 3G와 LTE 주파수 재할당 사용료를 놓고 정부와 이통사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중앙포토]

 

주파수 재사용료…정부 "5.5조 내라", 이통사 "1.6조만 받아야"

통신사와 정부가 제시한 적정 가격의 격차가 무려 4조원 가까이 벌어지는 이유는 양측의 대가 산정 방식이 달라서다. 주파수 대가와 관련한 산식은 전파법과 전파법 시행령에 명시됐지만 조문이 불명확해 해석에 따라 천차만별로 책정될 여지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특히 신규할당이 아닌 재할당일 경우, 산식이 더욱 복잡해진다. 정부가 통신사업자에게 주파수를 신규로 빌려줄 때 통상 경매 방식을 거친다. 하지만 통신사가 이미 경매로 사용권한을 넘겨받아 서비스를 제공 중인 대역은 심사를 통해 임대 기간만 더 늘려주는 재할당 방식을 택한다.  

 

전파법시행령 단서조항 불분명…주먹구구식 계산 

통신사는 경매를 통한 신규 할당과 재할당의 대가는 달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할당 대가는 '주파수를 빌려쓰는 기간 동안 예상되는 매출액의 3%'를 반영하는 식으로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전파법 시행령 11조에도 예상·실제 매출의 3%를 반영하는 정부 산정식이 제시돼 있다. 이 원칙에 따라 주파수 310㎒ 대역을 5년 동안 사용하는 적정대가를 계산하면 1조6000억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주파수 재할당과 신규할당은 법적 성질에서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전파법 시행령 11조에 단서조항으로 '과거 경매 방식으로 할당한 적이 있다면 이를 반영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과거 2016년 2.1㎓ 대역을 재할당할 때 과거 경매금액과 예상매출 3% 기준금액을 절반씩 반영한 바 있다. 이번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하면 재할당 대가가 3조원 가까이 치솟는다.  
 
심지어 과기정통부가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재할당 대가로 5조5000억원을 반영한 사실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확인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한 2020~2024 중기사업계획 수입 전망치에서 내년 주파수 재할당 대가로 5조5000억원을 추산했다.  
최기영 과기부 장관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뉴스1]

최기영 과기부 장관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뉴스1]

 

정부 "다음달 말까지 결정", 전문가 "가격 낮춰야" 

이는 통신사가 주장한 1조6000억원보다 4조원이 많고, 경매 대가를 반영해 추산한 액수보다도 2배 가까이 높은 액수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최저경쟁가격을 반영한 단순 추계일뿐이며,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연구반을 통해 다음달 말까지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재할당은 주파수 용도 변경이나 서비스 품질 향상이 아니라, 기존 서비스를 유지함으로써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면서 "업계가 주장하는 대로 재할당 대가를 낮춰 1조6000억원 수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또 신 교수는 "정부가 5G 플러스 정책 등을 추진하면서 통신사의 직접 투자를 장려하고 있는만큼, 재할당 대가를 낮춰 기업의 투자 여력을 높여주는 편이 정책 일관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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