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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사장이 ‘불도저’인 회사의 미래

중앙일보 2020.10.19 15:00

[더,오래]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24)

자신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파악하는 심리학 이론 중에 자기인식을 하는 ‘4개의 마음의 창(Johari Window)’이 있다. 4개의 창 중에 첫 번째 창은 자신도 알고 타인도 아는 ‘열린 창(open)’이며, 두 번째 창은 자신은 알지만 타인은 모르는 ‘숨겨진 창(hidden)’, 세 번째 창은 나는 모르지만 타인은 아는 ‘보이지 않는 창(blind)’, 그리고 마지막 창은 나도 모르고 타인도 모르는 ‘미지의 창(unknown)’이다.
 
자신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파악하는 심리학 이론 중에 자기인식을 하는 ‘4개의 마음의 창(Johari Window)’이 있다. [사진 pxhere]

자신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는지 파악하는 심리학 이론 중에 자기인식을 하는 ‘4개의 마음의 창(Johari Window)’이 있다. [사진 pxhere]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성향은 조직의 분위기와 문화, 조직이 일하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리더가 본인의 강점과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리더의 약점이 곧 조직의 약점이 될 수 있으므로 ‘약점을 파악하고, 보완하는 역량’이 곧 훌륭한 조직문화, 일 잘하는 회사를 만드는 데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리더의 약점을 위의 4개 ‘마음의 창’에 대입해보면 대다수가 첫 번째 ‘열린 창(open)’ 또는 세 번째 ‘보이지 않는 창(blind)’ 영역에 위치해 있다. 리더의 약점을 리더 본인도 알고 직원도 아는 ‘열린 창’ 상태에 있거나, 리더의 약점을 리더 본인은 모르는데 직원은 아는 ‘보이지 않는 창’ 상태에 있는 조직이 많다.
 
리더의 약점이 ‘열린 창’ 상태에 있다면, 이 조직은 리더 스스로 약점을 보완, 관리하는 장치나 프로세스가 잘 갖춰져 있다. 예를 들어 리더의 약점을 보완하는 의사 결정권자를 전 부서에 두루 배치하거나, 사안에 따라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직원에게 권한 위임을 하는 방법 등이 있다.
 
직원들 모두 리더의 약점을 아는데 리더 본인이 자신의 약점을 모르는 ‘보이지 않는 창’ 상태라면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
 
직원들은 B사장을 ‘불도저’라고 불렀다. 추진력이 대단하고, 매 순간 지체없이 의사결정을 내려서다. 덕분에 회사는 경쟁사보다 빠른 홍보, 프로모션, 신제품 개발로 업계에서 차별성을 지니게 되었다.
 
직원들은 다 알지만, 사장 본인은 잘 모르는 것 같은 ‘B사장의 약점’이 있다. 바로 ‘신중함,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B사장은 보고 자료상에서 명확히 보이는 직원의 중대한 실수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꼼꼼함이 부족했다.
 
영업팀장은 B사장과 비슷한 성향의 중간관리자다. 매년 수십 개의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할 정도로 놀라운 추진력과 실행력을 보이지만, 프로젝트 성공률은 절반 수준에 그친다. 영업팀에서는 종종 중대한 실수가 나와 고객 불만이 커지거나, 파트너 업체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일을 여러 번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업무 과정에서 부하 직원들은 피로감을 호소했고, 프로젝트 전후로 직원 퇴사율도 높았다.
 
마케팅팀장은 B사장과 정반대의 성향을 지녔다. 마케팅 프로모션을 진행하기 전 꼼꼼한 자료 조사, 계획, 분석을 하다 보니 B사장이 기대한 만큼 일이 빨리 진행되지 않거나 업무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마케팅팀 프로젝트는 착수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나, 90% 이상의 성공률을 보여왔다.
 
B사장은 마케팅팀장보다 본인과 성향이 비슷하고, 본인의 성향을 잘 이해하고 맞춰주는 영업팀장이 훨씬 일을 잘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일의 성공을 위해 추진력과 빠른 의사 결정이 가장 중요하며, 자신의 강점인 추진력은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이라 생각했다. B사장은 평소 자신의 부족한 디테일로 인한 실수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또한 신중하지 못한 데서 오는 실패의 원인은 주로 치열한 시장 상황과 직원의 부족한 업무 역량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회사는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 마케팅팀장은 퇴사했다. 신중함과 디테일이 떨어지는 B사장의 약점을 매번 본인 혼자 메우기에도 버거웠는데, 인사 평가에서 본인이 일하고 기여한 것에 대해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케팅팀장과 비슷한 성향의 직원도 본인과 맞지 않는 조직이라 생각하고 퇴사하거나 이직했다. 이후 입사한 직원의 잦은 퇴사로 업무 공백기가 길어지거나, 새로 입사한 직원이 실무에 곧바로 투입되었다.
 
대다수의 중간관리자는 영업팀장처럼 추진력이 강한 리더로 구성되었고, 팀에서 근속연수가 긴 팀원들 대부분 추진력이 강한 성향이었다. 회사는 강한 추진력으로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계속 시작했지만 늦게 시작한 경쟁사에 밀리는 상황이 반복되었고, 서비스 퀄리티 문제로 고객 불만과 이탈이 늘었다.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많지만 실질적으로 이익을 내는 프로젝트는 줄었고, 파트너나 고객사와의 업무에서 중대한 실수도 반복됐다.
 
대다수의 중간관리자는 영업팀장처럼 추진력이 강한 리더들로 구성되었고, 팀에서 근속연수가 긴 팀원들 대부분 추진력이 강한 성향의 직원들이다. [사진 pixabay]

대다수의 중간관리자는 영업팀장처럼 추진력이 강한 리더들로 구성되었고, 팀에서 근속연수가 긴 팀원들 대부분 추진력이 강한 성향의 직원들이다. [사진 pixabay]

 
결국 B사장의 성향은 조직원의 업무 성향과 일하는 방식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약점을 관리하지 않고, 본인과 비슷한 성향의 직원만 남는 환경을 조성한 결과 B사장의 약점은 곧 조직의 약점이 되었고, 이를 보완할 직원을 모두 잃어버린 셈이다.
 
B사장의 강점은 그 회사의 강점이다. 그러나 B사장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약점 또한 그 회사의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해 회사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이다.


리더는 약점 관리하는 능력 필요

조직에서 지위가 올라갈수록 점점 더 본인의 약점을 노출하거나 인정하는 게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리더는 약점을 드러내기 힘든 자리일 것이다.
 
그러나 이 세상 어떤 조직에도 ‘완벽한 리더’는 없다. 리더도 사람인지라 강점도 있고, 약점도 있다. 리더의 강점과 약점은 조직문화, 조직이 일하는 방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약점을 방치하거나, 관리하지 않을 경우 본인의 약점이 곧 조직의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리더는 자신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가령 외부 컨설팅을 통해 리더를 포함한 직원, 조직의 강점 및 약점 진단을 받거나, 360도 다면평가로 직원들과 리더가 서로를 평가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방법 등이 있다.
 
약점을 관리하고 보완하는 대표적인 방안으로, 본인이 취약한 부분을 강점으로 가진 직원을 채용하거나 보직에 고루 배치하는 인사 전략이 있다. 그중 신뢰할 만한 중간관리자와 팀장에게는 실무에 대한 업무 결정 권한을 위임하거나, 정기 미팅을 통해 필요한 조언을 자주 듣는 자리도 필요하다.
 
다른 강점을 가진 직원을 포용하는 리더의 마인드도 매우 중요하다. 성향을 기준으로 리더가 ‘나와 비슷하면 일 잘하는 직원’, ‘나와 다르면 일 못 하는 직원’으로 정성평가를 하거나 공식적인 자리에서 칭찬하거나 질책한다면, 결국 리더의 성향과 비슷한 직원만 조직에 남고, 리더와 리더의 약점을 강점으로 가진 직원은 점차 이탈하게 된다.
 
조직에 위기가 닥쳤을 때,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결국 빛을 발하는 건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고 최선의 역할을 다하는 직원과 이들을 리딩하는 리더쉽이다.
 
그런데 모두 비슷한 성향끼리 모여 부족한 부분을 메울 수 없는 조직이라면, 위기 상황이나 중요한 업무에서 적절한 팀워크를 발휘할 수 없다. 게다가 리더의 약점이 보완되지 않고, 리더의 업무 성향과 비슷한 직원만 남은 회사는, 리더의 약점이 곧 조직의 약점이 된다.
 
사람은 누구나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리더는 개인의 성향이 조직문화와 조직이 일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막중한 자리다. 따라서 리더 자신의 약점을 먼저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보완하고 관리하기 위한 노력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의 자세가 아닐까?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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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녕 최인녕 INC 비즈니스 컨설팅 대표 필진

[최인녕의 사장은 처음이라] 전직 경영인. 남의 회사를 내 회사처럼 소중히 여기며 치열하게 일했더니, 남의 회사 경영까지 하게 됐다. 외국계 기업 21년, 국내기업 8년, 다수의 스타트업 자문을 하면서 얻은 노하우와 경영 비법을, 내 회사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모든 사장님들에게 아낌없이 공유하고자 한다. 왜? 내 회사는 더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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