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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 정지에도 버젓이 진료에 청구까지…"당국은 현황 파악조차 못해"

중앙일보 2020.10.19 10:59
면허취소나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가 요양원 등 장기요양기관의 계약 의사(촉탁의)로 버젓이 진료하고 비용까지 청구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정작 보건당국은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불법행위를 차단할 대책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최혜영 의원, 2014~2020년 면허정지에도 촉탁의 활동한 8명 확인
"사전에 불법 의료행위 못하도록 대책 마련해야"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행정처분 받은 의사의 장기요양기관 계약 의사 활동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2020년 면허정지나 취소처분을 받은 채 계약 의사로 장기요양기관과 계약한 의사는 총 8명으로 나타났다. 
 
촉탁의로 불리는 계약 의사는 사회복지시설(장기요양기관 포함)의 입소자를 대상으로 협약을 체결한 후 주기적인 방문 활동 등을 통해 입소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건강관리 등을 제공하는 의사(의사, 한의사, 치과의사)다. 촉탁의 제도는 거동이 불편한 요양기관 입소 노인이 병원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간단한 의료서비스를 요양기관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면허취소나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가 사회복지시설에 ‘취업’하는데 걸러지는 장치는 전혀 없었다. 
심지어 면허정지·취소 처분을 받은 8명 가운데 2명은 장기요양급여를 청구해 건보공단에서 비용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1명은 자격정지 한달 동안 89건(102만원)을, 다른 1명은 두 차례의 처분 기간(자격정지 1개월, 자격정지 20일) 동안 130건(138만원)을 각각 청구했다. 촉탁의는 시설이 아닌 건보공단에 진료비를 직접 청구해 보상받는다. 이 2명은 불법 진료를 하고도 아무런 제재나 조치 없이 지금도 버젓이 요양기관에서 활동 중이라고 의원실은 밝혔다.
김민석 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등 2020 국정감사를 주재하고 있다. 중앙포토

김민석 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등 2020 국정감사를 주재하고 있다. 중앙포토

 
최 의원은 “총 219건의 무자격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비용청구를 받은 건보공단이 제재는커녕 해당 의료행위가 불법인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의원실에 따르면 무자격 진료를 막을 수 있는 정부의 시스템은 전무한 상황이다. 요양기관에서 계약 의사를 지정하는 과정에 면허 취소·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를 걸러낼 수 있는 정보공유체계가 없어서다. 최 의원은 “계약 의사 지정은 요양기관이 해당 지역의사회의 심의·추천을 받아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며“특정 의사가 면허처분을 받은 사실을 요양기관이나 지역의사회에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미 계약이 체결돼 활동 중인 의사가 행정처분을 받는 경우에도 해당 사실을 요양기관은 통보받지 못한다. 결국 행정처분 의료인이 무자격 진료를 하더라도 확인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런 탓에 현재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은 부당하게 지급된 활동비용을 환수하고 있지만 최근 3년간 실제 면허취소, 자격정지 중인 의료인이 장기요양시설에 해당 사실을 근무하다가 적발된 사례는 없다. 최 의원은 “무자격 의사가 요양기관에서 버젓이 계약 의사로 활동하는 실태를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행정처분 받은 의사의 장기요양기관 계약 의사 활동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2020년 면허정지나 취소처분을 받은 채 계약 의사로 장기요양기관과 계약한 의사는 총 8명이었다. 사진은 의사 이미지. 중앙포토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행정처분 받은 의사의 장기요양기관 계약 의사 활동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2020년 면허정지나 취소처분을 받은 채 계약 의사로 장기요양기관과 계약한 의사는 총 8명이었다. 사진은 의사 이미지. 중앙포토

 
면허정지나 취소 처분을 받은 의사가 불법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의원은 “면허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가 무자격으로 노인들의 진료를 보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의료인력에 대한 자격을 담당하는 복지부와 장기요양기관의 질 관리를 담당하는 건보공단은 사후 환수가 아니라 애초에 면허정지와 취소 기간에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행정처분 기간에 의료행위를 한 의료인에 대한 전반적인 전수조사는 물론 해당 의료인에 대한 강력한 사후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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