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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파일도 있다는데…檢, 고민정 유리한 진술만 듣고 불기소

중앙일보 2020.10.19 10:43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검찰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고민정 의원에 대해 무혐의 처분한 건 고 의원이 선거총괄본부장으로부터 보고받지 못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6일 고 의원을 불기소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유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불기소 이유…공개 논의조차 안해

19일 검찰에 따르면 동부지검은 고 의원 불기소 결정 당시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대중에 공개할 만한 이유가 있는 불기소 사건은 심의위를 개최해 공개 여부와 범위 등을 논의한다. 동부지검 내부에서 “불기소 사유는 일정 부분 공개 필요가 있지 않으냐”는 말이 나왔지만, 심의위는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법무부 훈령은 사건 내용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경우에도 예외적으로 불기소 사유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다른 청에서도 선거 사건 불기소 이유를 공개한 바 없다"고 말했다.
 

"지지 발언한 적 없다" 진술 결정적

고 의원은 지난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광진구 동주민센터 주민자치위원 박모씨의 “고민정 같은 국회의원 10명만 있으면 살맛 나는 대한민국이 될 겁니다”라고 한 발언과 그의 사진을 넣은 선거 홍보물을 8만여 가구에 배포한 혐의로 고발됐다. 주민자치위원은 선거법상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게 금지돼 있다. 박씨에게 지지 발언을 하도록 하고 홍보물에 실었다면 고 의원과 박씨에게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을 통해 받은 고 의원 불기소 결정문에 따르면 박씨는 검찰에서 “전통시장 관련 활동을 홍보하는데 쓸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해 자신의 사진을 고 의원 측에 주었을 뿐 지지 발언을 하거나 발언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고 의원 캠프의 선거총괄본부장이었던 김모씨도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 "고민정 보고받은 적 없다"며 무혐의 

검찰은 주민자치위원 신분으로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았던 피의자 박씨와 김씨의 진술 등을 근거로 박씨의 혐의가 없다고 봤다. 고 의원은 박씨의 선거운동을 전제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았기 때문에 같이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또 검찰은 “본부장 김씨로부터 박씨의 지지 발언과 관련한 사항을 보고받은 적이 없다”는 취지의 고 의원 진술도 무혐의 사유로 봤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동부지검 청사.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동부지검 청사. 연합뉴스

"지지 동의 받았다" 실무진 진술 

그러나 선거공보물 제작 실무자와 선거사무장은 검찰에서 다른 진술을 내놨다. 이들은 김씨로부터 “박씨의 지지발언에 대한 동의를 받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또 불기소 결정문에는 김씨가 선거사무장에게 “박씨에게 발언 동의를 받았다”는 내용이 녹음된 음성파일도 있었다고 기재됐다.  
 
실무자들이 박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진술을 내놨음에도 김씨 진술에 힘을 실어 고 의원 등을 불기소 처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은 김씨가 박씨와 고 의원에게 알리지 않고 선거홍보물 제작 등을 총괄했다고 보고 본부장이었던 김씨만 불구속 기소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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