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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옵티머스 펀드사기, 수탁사 하나은행 알고도 놓쳤다

중앙일보 2020.10.19 05:00
옵티머스 펀드 수탁사인 하나은행이 투자제안서상 자산과 실제 매입한 사모사채 간 불일치를 알고서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할 내부 문건이 추가로 나왔다. 펀드 재산을 보관·관리하는 하나은행은 자본시장법상 자산운용사의 운용상 위법·부당 행위를 감시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도 하나은행은 "사모펀드는 감시·감독 의무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뒤엎는 내용이 해당 문건에 명시돼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뉴스1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뉴스1

재산 평가서, 공공기관 매출채권 기재

중앙일보가 입수한 지난해 12월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26호' 펀드의 집합투자재산 평가서에 따르면, 이 펀드는 투자제안서나 신탁계약서와 마찬가지로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투자 대상 자산으로 기재돼 있다. 집합투자재산 평가서는 펀드의 기준가격 산정 등 재산 평가 방법이 담긴 서류다. 운용사(옵티머스)가 재산 평가위원회를 열어 '펀드 재산을 어떻게 평가하겠다'는 내용을 정한 뒤 수탁은행(하나은행)에 통보해 확인받는 구조다. 절차상 투자제안과 신탁계약 후 진행된다. 
 
평가서엔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명-행정중심복합도시 6-3M1블록 아파트 건설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받을 매출채권 미청구 잔액 ○○억원' 등이 명시돼 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실이 확보한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14호' 펀드의 재산 평가서도 거의 비슷하다. 즉 옵티머스가 하나은행에 'LH 매출채권을 펀드에 편입하는데, 가격을 얼마로 산정하겠다'는 내용을 수시로 통보한 것이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하나은행에 보낸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14호' 펀드 재산 평가서.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실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하나은행에 보낸 '옵티머스 크리에이터 14호' 펀드 재산 평가서.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실

수탁은행 감시 의무 면제?

그런데도 하나은행은 옵티머스의 운용 지시에 따라 사모사채를 사들였다. 올해 1월 옵티머스가 하나은행에 보낸 운용지시서를 보면, '제44호 아트리파라다이스 이자를 수령하오니 처리해 달라'고 돼 있다. 아트리파라다이스는 부동산 투자자문사로, 옵티머스 투자금이 두 번째(2031억원)로 많이 들어간 비상장 회사다. 실제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옵티머스 펀드 자산의 98%는 사업 실체가 없는 부실 사모사채로 구성된 것으로 드러났다.  
 
유의동 의원은 "투자제안서와 신탁계약서, 재산평가서까지 3중 확인 장치가 있는데도 사모채권이 담길 때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관리가 부실했거나 알면서 방치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하나은행에 보낸 펀드 운용지시서. 매출채권 옆에 사모사채 물건명이 적혀 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실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하나은행에 보낸 펀드 운용지시서. 매출채권 옆에 사모사채 물건명이 적혀 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실

수탁사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선관주의) 의무'도 다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법은 운용사 운용이 법령·약관에 어긋나면 수탁은행이 이를 확인하고 운용사에 시정을 요구, 감독 당국에 보고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사모펀드에 한해서는 특례 조항으로 감시 의무를 면제해주고 있지만, 펀드 재산 평가가 공정한지(247조 5항 4호)와 기준가격 산정이 적정한지(247조 5항 5호) 여부는 예외다. 이 부분에 한해선 하나은행이 감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이 담긴 재산 평가서는 하나은행을 그대로 통과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선관주의 의무를 어긴 것으로 확인되면 하나은행 책임론에도 무게가 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하나은행이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하는 신탁업자의 선관주의 의무를 다했다고 보느냐'는 유의동 의원의 질의에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기준가격 산정 등에 대한 감시는 사모펀드 특례에 배치되는 것으로, 수탁은행은 감시 의무가 없다"며 "서류상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100% 담게 돼 있으면 실무자가 (사모사채 편입 문제를) 인지했을 텐데, 95%로 돼 있어 다른 채권이 편입되는 것을 문제 삼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하나은행에서 수탁 업무를 담당한 A팀장을 최근 피의자로 전환해 수사하고 있다. A팀장은 김재현 옵티머스운용 대표가 펀드명세서 등의 위조 사실을 시인했던 지난 6월 16일, 옵티머스 사무실에서 한 시간가량 김 대표와 면담했다. 김 대표는 판매사인 NH투자증권 측에 "내 업무를 오랫동안 도와준 사람"이라며 A팀장을 소개하기도 했다. 검찰은 옵티머스 펀드 사기와 관련, A팀장이 공모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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